“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제2의 세월호 참사 보도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3일 오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2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연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를 전하는 언론보도를 비판하며 앞으로 부적절한 보도를 멈추고 피해회복과 재발방지에 기여하는 보도를 당부했다.

신 처장은 자극적인 보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참사 사진과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퍼져 2차 가해를 유발하고 있는데 언론은 이런 현상 사진과 영상을 퍼트리는 시민과 이를 방치하는 미디어플랫폼 사업자를 비판하며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모니터링을 해보니 이를 보도하고 확산시킨 주범은 언론”이라고 했다.

신 처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참사 현장 사진을 퍼와서 지난달 29일 처음 보도한 곳은 1등 신문을 자처한 조선일보였고, 직후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부의 공적지원을 받는 연합뉴스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타 언론들은 이를 받아서 출처를 인터넷으로 표시해 경쟁적으로 보도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뉴스통신사 뉴시스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자사로 출처 표기해 유통하고 있다”며 “이런 언론에서 시민들이 사진과 영상을 유포한다고, 이를 방치한다고 미디어 플랫폼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신 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 9월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인들이 만든 재난보도준칙 서문을 인용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에서 성찰을 바탕으로 정확한 보도, 구조와 수습 우선, 피해 최소화와 피해자 보호, 비윤리적 취재 금지, 무리한 보도경쟁 자제, 취재원 검증과 유언비어 방지, 선정적 보도 지양, 감정적 표현 자제, 과거자료 사용 자제 등을 지켜달라”며 “이번 참사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언론보도에 주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이대로는 안 됩니다”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라는 말로 시민안전 보호 의무를 회피하려고 했다”면서 “헌법 제34조(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경찰과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말대로 매뉴얼도 없고 주최자도 없었다면 더더욱 정부와 경찰, 지자체에 안전 관리의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이 참사의 책임은 위험에 대한 상황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안전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를 향해 △진정을 담아 사과할 것 △독립적이고 공정한, 피해자 중심 진상규명 필요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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