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당시 이태원을 찾은 인파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광화문 집회에 배치했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다.

경찰도 현장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해놓고도 인파에 의한 사고 대비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우려할 수준이 아니어서 대비를 안 했다고 해 안전 담당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오전 긴급현안브리핑에서 ‘당일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됐었는데 이번 주말에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이 배치됐었던 적이 있느냐’는 TV조선 기자 질의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하고 그렇게, 물론 이제 코로나라는 게 풀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마는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한다면서도 “그것을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장관은 “어제(29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다”며 “경찰 병력(규모)은 정확히는 파악하고 있지 못하나 어제도 이제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일 것으로 예상이 됐기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이쪽으로 배치가 돼 있었다”고 말해, 경찰 인력의 광화문 배치 탓을 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은 종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였기 때문에 그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되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상민(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정부 서울본관브리핑실에서 연 긴급현안브리핑에서 전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인파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상민(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정부 서울본관브리핑실에서 연 긴급현안브리핑에서 전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인파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하면서 경찰을 대부분 광화문에 배치해서 이태원에 배치를 못했다는 서로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S는 30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의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 아니었다’?’에서 “경찰 스스로도 10만 명을 예측했고, 지하철역 집계로는 13만 명이 이태원에 몰린 상황에서, ‘평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하단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31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이 말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 ‘경찰을 더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내 곳곳에 집회와 시위가 있었다’? 경찰 더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문제지만, 그 다음에 곳곳에 시위 집회가 있었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발언”이라며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발언이다. 이 책임은 꼭 물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이상민 장관 발언을 두고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행정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주무부처 장관이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할 때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KBS가 30일 뉴스9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관련 경찰 사전 배치 문제에 대해 인파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발언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갈무리
▲KBS가 30일 뉴스9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관련 경찰 사전 배치 문제에 대해 인파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발언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갈무리

특히 사건 발생 4시간 전부터 인파가 크게 몰렸는데도 경찰이 인파 통제나 질서유지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MBC는 30일 ‘뉴스데스크’의 ‘4시간 전부터 인파 몰려’에서 사고가 난 이태원역 뒷골목 주변에서 오후 6시30분과 8시에 각각 촬영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미 인파가 넘쳐,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골목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한발짝도 움직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MBC는 “사고가 발생하기 적어도 3시간 전부터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며 “그 사이 경찰은 뭘 한 걸까”라고 반문했다. MBC는 “경찰 인원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이태원 전체에 배치한 병력은 200여명이며 미리 발표한 대책도 불법 촬영, 추행, 마약 같은 범죄 예방이 초점이었지, 엄청난 인파에 대비한 대책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SBS는 ‘8뉴스’의 ‘인파 예고 됐는데…현장 대책 왜 없었나’에서 “10만 명 넘게 모인 이태원에 현장 배치된 경찰은 대략 160명이었다”며 “혼잡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방송했다. 특히 SBS는 상인들이 “경찰이 통제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경찰들이 ‘이쪽으로 가세요, 저쪽으로 가세요’ 이걸 밑에서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는 육성을 통해 경찰이 통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MBC가 30일 뉴스데스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관련 경찰 사전 배치 문제에 대해 사건 발생 4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는데, 경찰은 뭘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가 30일 뉴스데스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관련 경찰 사전 배치 문제에 대해 사건 발생 4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는데, 경찰은 뭘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실제로 경찰은 일일 10만명이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인파를 통제하려는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용산경찰서는 지난 27일자 보도자료 ‘이태원 핼러윈, 시민 안전과 질서 확립에 총력’에서 “핼러윈 주말 동안 이태원파출소는 평소보다 112신고가 2배 이상 급증하며, 일일 약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관광특구 중심으로 제한적인 공간에 모이다 보니 불법촬영・강제추행・절도 등과 같은 범죄가 빈발할 수 있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민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찰기동대를 지원받아 총 200여 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산서는 그 대책으로 마약‧총포‧과다노출‧교통무질서에 대비하겠다고만 했을 뿐 폴리스라인 설치나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와 같은 인파 분산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SBS가 30일 뉴스9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관련 사전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고됐는데 경찰이 통제만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사진=SBS 8뉴스 갈무리
▲SBS가 30일 뉴스9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관련 사전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고됐는데 경찰이 통제만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사진=SBS 8뉴스 갈무리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에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았다. 유럽 출장을 갔다가 중도에 귀국한 오 시장은 30일 오후 이태원 현장에 방문해 ‘서울시가 예방 대책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책임감을 느끼느냐’는 기자 질의에 “예. 그 점에 대해서는 전후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며 “이제 막 도착했으니. 상황을 파악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서울용산경찰서가 지난 2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핼러윈데이에 인파가 일일 20만명이 몰릴 것이라고 예측해 각종 사고에 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용산경찰서 보도자료 갈무리
▲서울용산경찰서가 지난 2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핼러윈데이에 인파가 일일 20만명이 몰릴 것이라고 예측해 각종 사고에 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용산경찰서 보도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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