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30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 벽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붙여 있다. ⓒ 연합뉴스
▲ 10월30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 벽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붙여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당한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이태원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벌어진 사고이며, 역대 압사 참사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31일 주요 아침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싣고,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를 분석했다. 관계 당국이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핼러윈을 앞두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안전대책이 미비했다는 비판이다.

▲31일자 종합일간지 1면.
▲31일자 종합일간지 1면.

아래는 3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지켜주지 못한 이태원…‘안전’이 압사당했다

국민일보: 이들의 죽음, 막을 수 없었나

동아일보: 폭 3.2m ‘죽음의 골목’, 청년들 앗아갔다

서울신문: 154명 깔린 핼러윈 악몽…“경찰차도 분장인 줄 알았다”

세계일보: ‘짓눌린 안전’…축제는 한순간 지옥이 됐다

조선일보: 서울 한복판서 핼러윈 참사

중앙일보: 154명 앗아갔다, 이태원 핼러윈 비극

한겨레: 서울 한복판, 안전이 압사당했다

한국일보: 압사당한 청춘들…국가는 또 없었다

한국일보·한겨레·경향신문 등은 안전대책이 부실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국가는 존재하지만, 항상 참사가 발생한 뒤에 등장했다”며 “재난 전문가들은 10만 명이 밀집하는 핼러윈 데이에 행사 주체가 없었다면 국가가 나서 안전사고를 대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 주체가 없을 때야말로 안전사고에 더욱 대비를 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31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31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인원이 급격하게 집중되는 등 위험 신호가 감지됐지만 경찰의 조치는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4면 ‘‘10만 인파’ 통행로 확보도 없이…경찰은 손 놓고 있었다’ 기사에서 “사고 발생 전 경찰의 치안활동은 확인되지 않는다. 앞서 서울 용산경찰서는 29일부터 3일간 총 200여 명의 경력(경찰력)을 투입해 ‘시민 안전과 질서 유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운집한 인파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도로 통제 등의 조치는 전무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은 137명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불법 주정차차량 등으로 구급차가 진입하기 쉽지 않았고, 인파가 많아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 ‘폭 3.2m 내리막 골목서 도미노처럼…구조 지체 골든타임 날려’를 통해 “해밀톤호텔 건너편 이태원119안전센터의 펌뷸런스(펌프차+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6분 뒤인 밤 10시 21분이었으나, 인파를 헤치고 사고 현장에 접근해 구조 활동을 시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라고 분석했다.

▲31일자 세계일보 4면 기사 갈무리.
▲31일자 세계일보 4면 기사 갈무리.

당국이 관리 역량을 마약·방역 등에 집중하고 안전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세계일보는 4면 ‘이틀 전 대책회의 안건은 방역·마약…안전조치는 없었다’ 기사를 내고 “용산구는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회의는 이태원 일대 방역과 소독, 업장의 위생 상태, 마약 사건 예방 등에 맞춰 있었다”며 “인파에 대한 안전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회의도 지난해 성장현 당시 구청장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부구청장 주재로 이뤄졌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1면 기사에서 “휴일인 29일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었지만, 지자체와 경찰은 안전인력 증원 등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마약사건·성범죄 대비 명목으로 137명을 배치했을 뿐이고, 용산구청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거나 도로 통제 등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31일자 세계일보 4면 기사 갈무리.
▲31일자 세계일보 4면 기사 갈무리.

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 국민일보는 4면에서 “지난 29일 이태원역에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30%가량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주말은 야외 마스크 해제 등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핼러윈이었다”며 이 장관 발언을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일각에서는 ‘인파 예측 실패를 자인한 언급’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사설·칼럼을 통한 관계 당국 규탄도 이어졌다. 모든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이번 참사에 대한 사설을 썼다. 한국일보는 사설 ‘비통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정말 막을 수 없었나’에서 “당국의 사고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내외국인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후진국형 참사가 벌어진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치러져 10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몰릴거라고 예측됐지만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와 서울시는 그에 걸맞은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현행 매뉴얼은 주최 기간이 명확한 행사에만 적용하게 돼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사설과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사설 2건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기막힌 이태원 참사…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설에서 “희생자에겐 애도를, 유족에겐 위로를, 실종자 가족들에겐 반가운 생존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며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축제 참가자들, 사고 직후 구조대원들 틈에 섞여 피해자들의 심폐소생술에 팔을 걷어붙인 시민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 일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또한 동아일보는 ‘‘세월호’ 겪고도 나아진 게 없는 안전불감증’ 사설을 내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사전 대비와 현장 통제는 안이하고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사고 하루 전날에도 인파가 몰리면서 유사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할 뻔했는데도 제대로 된 예방조치는 없었다”고 했다.

▲31일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31일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이 단순한 팩트(사실관계)를 전하는 것을 넘어 사건의 원인과 맥락을 짚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팩트’보다 중요한 것들’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몇 명이 다치고 몇 명을 구조했다는 당국의 발표는 그야말로 사실이고 그것으로 뉴스가 된다”면서 “그러나 사고를 당한 당사자를 면담해서 그의 경험을 재구성해서 이야기로 전달하는 일은 그저 그런 보도에 머물지 않는다. 당사자를 보호하고, 현장을 훼손하지 않으며, 선정성 시비에 빠지지 않으면서 면담기사를 쓰는 일이야말로 유능한 기자의 성취가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구조작업을 한 소방대원의 침착함, 선한 사마리아인의 용기, 오래된 통계치의 교묘함, 정부당국의 대처에 치밀함 또는 허술함이 모두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31일자 조선일보,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31일자 조선일보,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한편 조선일보·서울신문은 이번 참사의 책임이 정부로 번지는 것을 진화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비극적인 참사마저 정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건가’에서 “2014년 세월호 사건 등 대형 참사가 있을 때면 괴담 등 혹세무민을 통해 정파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며 “비극적인 참사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이런 행태는 공동체 일원으로서 용납될 수 없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정치인은 물론 SNS나 각종 댓글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여권을 비판하기 좋은 소재라도 되는 듯 대통령 탄핵 주장 등이 빈번한데, 사고의 원만한 수습이나 원인 규명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