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리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규현 국정원장과 조 실장의 인사 안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원장 안을 채택한 데 대한 반발로 사표를 냈다는 KBS 보도도 나오는 등 국정원내 인사를 둘러싼 권력암투에 따른 사태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인 문제라고만 했을 뿐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KBS는 26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9’의 ‘[단독] “사퇴이유는 국정권장과 인사 갈등”(온라인 기사 제목 : [단독] 핵심은 ‘인사 갈등’…“조 실장 인사안 뒤집혔다”)’에서 “이번 갑작스런 사직의 핵심 배경에 바로 이 인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여권 핵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있을 핵심 보직 인사를 두고 김규현 원장과 조 실장의 의견이 크게 충돌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KBS는 “김 원장이 출장을 가면서 인사안 업무 처리를 부탁했고, 조 실장이 용산으로 가서 ‘컨펌’(확인)을 받았다고 했는데, 김 원장이 돌아와 보니 인사안이 자신의 생각과 달랐고 다시 인사안을 짜서 용산으로 갔다는 것”이라며 “두 개의 인사안을 보고받은 대통령실은 경위 파악에 나섰고 이를 검토한 끝에 결국 김 원장 인사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KBS는 “이에 조 실장이 사직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며 “또 다른 정보 관계자도 인사 문제에 대해 두 사람 의견이 안 맞았고 결국 조 실장 뜻대로 인사를 못 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KBS는 “인사 문제를 제외하고도 조 실장은 김 원장과 잦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방송했다. 조 실장 사직 하루 만에 다시 검찰 출신의 후임자 내정 소식이 전해진 것을 두고도 KBS는 “그만큼 조 실장의 사직이 상당 시간 전부터 예고됐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KBS가 지난 26일 방송한 뉴스9.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KBS가 지난 26일 방송한 뉴스9.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2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파악한 것도 인사 문제로 듣고 있다”며 “(제가 임명한) 국정원의 1급 부서장 27명을 일거에 다 해임조치 하고 넉 달 간을 공백상태로 두고 대행으로 (운영)하는등 국정 정보 공백”상태였다며 “2, 3급 인사를 해야 되는데 조상준 원장이 자기의 안을 청와대에 올렸고, 해외에 나갔다 온 김규현 국정원장이 보니까 자기 생각대로 안 됐다는 거다. 그러니까 다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게 말이 되느냐. 기조실장 안과 국정원장 안이 별도로 들어가니까 청와대에서 고심을 하다가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저는 결정을 잘 했다고 본다”며 “국정원장의 손을 들어주니까 조상준 실장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 전날 사표를 제출했다고 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이 사의표명을 국정원장에 하지 않고 대통령실 담당비서관에 하고, 수리한 뒤 통보도 비서관이 국정원장에 한 과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지원 전 원장은 “현역 국정원장을 그렇게 패싱한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실에서는 현 국정원장한테 물어봐야지, 묻지도 않고 총리실에 내려서 사표(수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마지막 통보를 비서관이 하는 것은 국정원장, 대한민국 국정원을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 되는 그런 일”이라며 “허수아비 국정원장처럼 취급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도 같은 방송의 고정코너인 ‘뉴스연구소’에서 국정원이 지난 6월 1급을 27명 대기발령 낸 이후 아직도 인사가 나지 않아 굉장히 뒤숭숭하다는 점을 들어 “인사를 놓고 암투가 엄청나다고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사람이 물갈이 되는 것은 맞는데, 자신이 물먹었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유능한데 줄을 잘못 서서 물먹은 사람과, 정말 무능해서 물 먹은 사람이 모두 섞여서 서로의 암투와 투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중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가치관과 철학이 달랐다는 것”이라며 “그 해석이 유력했다”고 내다봤다.

이에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개인 문제로 평가만 할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에서 진행한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국정원 기조실장 면직 관련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데, 사유와 시점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구체적을 설명해달라’는 기자 질의에 “일신상의 이유라서 공개하기가 그렇다”며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에 계속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나가는 게 맞지 않겠다고 해서 본인의 사의를 수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무슨 공적인 것이라면 저희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말씀을 드릴 수 있는데, 개인적 문제라서”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후임을 임명하느냐’는 이어진 질의에 윤 대통령은 “원래 기조실장 후보도 있었고, 필요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 검증을 좀 해놨기 때문에 업무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게 신속하게 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대통령실 건물 1층에서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대통령실 건물 1층에서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야당은 조상준 실장 사의표명의 실제 이유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감을 준비하는 총괄책임자인 국정원 기조실장이 국감 당일 전격적으로 사임한 것이 ‘개인적 사정’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조금의 숙고도 없이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중차대한 문제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일신상의 이유라는 상투적인 해명 말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부적절한 일신상의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조 실장의 건강이상설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27일자 4면 기사 ‘[단독] 尹 측근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전격 사의… “건강 이상 때문”’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가 “조 실장의 건강이 최근 악화됐다”면서 “건강 이상이 사의의 결정적 원인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썼고,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조 실장의 건강이 안 좋은 것은 맞다”, “건강 이상에다가 인사권 등을 놓고 김규현 국정원장과 갈등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 관계자가 “김 원장과 갈등이 있었지만, 사의를 표명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조 실장이 사의를 결심한 것은 건강 이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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