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시급은 9390원이다. 식대 12만원에 기타수당 2만~3만원을 더하면 월급은 세전 210만원, 세후 185만원이다. 설과 추석에는 30만원의 상여금을 받는다. 이게 전부다. 설명하기 너무 쉽다. 우리 조합원들은 법정 최저임금(시급 9160원)의 언저리에 있고, 매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13개 대학·재단 사업장의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모두 같다. 근속 경력 나이를 따지지 않는 가장 단순하고 완벽한 ‘직무급’이다.

(잠깐. 만약 대학이 직접 고용했다면 급여명세서는 완전 달랐을 것이다. 교원과 직원의 임금체계는 직무급이 아니라 매년 호봉과 함께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급여명세서에는 본봉, 상여금, 임금협상 타결 특별상여금 외에도 보직수당, 보직자교통비, 정근수당, 근속수당, 복지수당, 정보화교육비, 가족수당, 명절휴가비, 제수당 등의 임금항목이 있었을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과 이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하는 덕성여대 학생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과 이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하는 덕성여대 학생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서울지역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학교별로 따로 교섭하거나 투쟁하지 않는다. 함께 싸워서 임금을 올린다. 법적 사용자인 용역업체들을 한 데 묶은 ‘집단교섭’이라는 틀을 만들어 십 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사업장, 담당면적, 원‧하청의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 같이 한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교섭 전략이었다.

올해 요구는 시급 400원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분(440원)을 요구했고 교섭과 합의 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안(400원)을 받아들였다. 13개 사업장 중 덕성여대를 제외한 모든 곳이 잠정합의를 이뤘다. 냉정하게 보면 물가인상을 따라잡지 못하고, 서울시 생활임금(1만766원)과 서울시교육청 생활임금(1만1240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것 또한 소중한 진전이고 권리이다.

이것이 우리가 해온 투쟁이다. 이렇게 매년 단체교섭과 투쟁을 해왔고, 법정 최저임금 인상을 견인해왔고,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임금을 쟁취해왔다. 최저임금을 인상시키고 실질적 의미의 생활임금을 만들어가는, 청소노동자들의 연대임금 투쟁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과 생활임금 쟁취 투쟁은 세상의 밑바닥을 두텁게 만들어왔다. 이 투쟁을 통해 우리는 외주화라는 부조리를 확인하고, 이 투쟁에서 노동자와 학생은 최초로 만난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 지지 웹자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 지지 웹자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의 생활임금 쟁취 투쟁 웹자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의 생활임금 쟁취 투쟁 웹자보

가장 명징한 진실은 바로 대학이 ‘진짜사장’이라는 것이다. 원청 대학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 일어서면 머리를 찧고 창문 하나 없이 퀴퀴한 덕성여대 학생회관 휴게실을 바꿀 수 있는 주체는 용역업체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단 1원이라도 인상할 수 있는 주체는 이윤을 0원으로 적어낸 용역업체가 아니다.

그런데 진실을 부정하고 세상을 거꾸로 보는 사람들이 아주 조금 있다. 덕성여대 김건희 총장이 이중 한 명이다. 가을학기 개강과 함께 청소노동자들이 학내를 행진하고 집회를 열자 그는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이 글에서 그는 “대학은 용역업체와 정당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업체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임금협약을 통해 다수가 만족하는 근로조건은 물론,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며 “아울러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대학 직원들과 차별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일하는데 불편 사항이 없도록 미화용역 노조분들의 처우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썼다.

이윤 0원을 적어낸 용역업체를 선정한 것이 ‘정당한 계약’이고,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에 청소노동자 ‘다수가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김건희 총장의 말이다. 상식에 미달하고, 진실을 가린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화 용역 노조분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그의 말은 “덕성여대의 생활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이다”는 선언과 같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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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의 생활임금 쟁취 투쟁 웹자보

그는 또 “직원들과 차별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썼다. 이 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직원과 청소노동자 모두에 적용했던 ‘방학 중 단축근무’를 청소노동자 대상으로만 일방 폐지한 사람이 바로 김건희 총장이다. 코로나가 심각하던 시기 방호복을 입고 시험감독을 한 교원 옆에는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강의실 곳곳을 소독한 청소노동자가 있었다. 지금, 김건희 총장은 최선을 다해 청소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차별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총무과 또한 총장과 같은 생각이다. 총무과는 10월 19일 학교 게시판에 이렇게 썼다. “교직원은 연봉제가 아닌 호봉제이기 때문에 지급명세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학내에는 미화원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묵묵히 사무 행정을 보는 분들이 수십명 있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는 교직원들을 비교하여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누가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을까. 교직원들에게 호봉제를 적용하고, 각종 수당과 함께 임금협상 타결 특별상여금까지 추가로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반면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 100여 명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것에서 우리는 위화감을 느낀다. 교무위원 업무 현안 논의와 과장 회의 오찬을 ‘삿뽀로창동점’에서 할 돈, 이사회 안건 협의와 학원장 묘소 정비 업무 논의를 ‘하누소’에서 할 돈,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 광고를 할 돈, 지하철역 이름을 살 돈은 있지만 저임금 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예산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덕성여대를 보며 소름이 끼친다.  

학교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혐오 그 자체다. 덕성여대는 지난 17일 노동조합에 대화를 제안했고, 노동조합은 이틀 뒤인 19일 오후에 대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4시간 뒤 학교는 이런 담화문을 발표했다. “법과 원칙으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 ‘노동자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대학 캠퍼스를 투쟁 구호판으로 만들고 억지 주장을 일삼는 불법행위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속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학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추가적인 방법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학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건 ‘인면수심’의 태도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 투쟁이 진행 중인 덕성여대에 붙은 학생의 규탄 자보. 공공운수노조 제공
▲덕성여대는 진짜사장임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런 태도는 학교 구성원에도 영향을 준다. 노동조합 대자보를 훼손하며 그 위에 덕지덕지 붙인 포스트잇과 메모지에도 같은 인식이 있다. “하청소속 청소근로자 요구사항은 용역업체에” 하라는 것이다.

덕성여대는 자신이 진짜사장임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런 태도는 학교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노동조합 대자보를 훼손하며 그 위에 덕지덕지 붙인 포스트잇과 메모지에도 같은 인식이 있다. “하청소속 청소근로자 요구사항은 용역업체에” 하라는 것이다. 학교와 일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이 말은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결정적 한마디다. 2004년 봄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고대미화원협의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업체교체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로 본관에 있는 총무처를 찾아갔다. 당시 총무처는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용역회사 가서 이야기하세요.” 모임 때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은 청소노동자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고려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은 단결했고, 협의회는 노동조합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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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의 생활임금 쟁취 투쟁 웹자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20년 전 인식을 가진 학교, 총장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학교는 우리 투쟁을 “특혜를 바라는 집단 이기주의”라고 매도하고, 이런 학교와 함께 우리 투쟁을 비난한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반응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한 달 벌어 한 달 생활하는 노동자에게 이 투쟁은 가혹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갈수록 단결하고 있다. 오늘(10월 24일)로 총장실 앞 철야농성 21일차, 파업 9일차다. 한국노총도 우리 파업에 동참했고, 캠퍼스는 연대로 펄럭인다. 오늘도 외친다. 진짜사장 덕성여대가 생활임금 보장하라!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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