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신문사가 수년간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김경욱, 이하 인천공항) 정부광고를 다른 광고로 ‘바꿔치기’한 것이 적발된 가운데, 인천공항 책임론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차원에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7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정부광고 바꿔치기’ 사건이 단순 실수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정부광고 바꿔치기 조사 대상을) 18개 신문사뿐 아니라 다른 매체로 확대하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면서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고, 배임이나 횡령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광고 목적이 아니라 신문사에 돈을 대준 건 아닌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CI.

이에 대해 김경욱 사장은 “언론보도를 보고 (바꿔치기 사실을) 알게 됐다. 관련 기관(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가 완료되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이 “여러분 돈 아니고 국민 세금이라고 이렇게 무심해도 되는 건가”라고 비판하자 김 사장은 “일이 확인되면 환수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실무 책임자인 홍보실장은 언론재단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창규 홍보실장은 “대조 작업을 안 하고 국민 돈을 막 썼나. 위에서 지시가 있어 눈감고 넘어간 것인가”라는 심상정 의원 지적에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언론재단이 광고 대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정부광고 대행사(언론재단)를 너무 신뢰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인천공항은 정부광고 바꿔치기 실태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김경욱 사장은 “별도 조사를 하기보다 (언론재단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대기 상임감사위원은 “언론재단과 언론사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 추후 감사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인천공항 측 해명에 “왜 언론재단 핑계를 대는가”라면서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의원실에서도 계속 검증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심상정 의원 질의가 끝나자 “나도 납득이 안 된다. 후속적으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문사가 광고를) 가판에 넣고 본판에선 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김경욱 사장 설명에 “말도 안 된다.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인천공항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신문사에 집행한 정부광고를 전수조사해 14억 원 상당의 ‘정부광고 바꿔치기’를 찾아냈다. 광고 바꿔치기가 드러난 신문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세계일보·문화일보·국민일보·내일신문 등 10개 일간신문, 한국경제·파이낸셜뉴스·매일경제·아시아경제·서울경제·아주경제 등 6개 경제신문,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 등 2개 영자신문이다. 언론재단은 광고비 중 10%를 ‘광고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갔다.

​​▲ 정부광고 바꿔치기 광고비 상위 10개 신문사. 자료=심상정 의원실, 정리=윤수현 기자.
​​▲ 정부광고 바꿔치기 광고비 상위 10개 신문사. 자료=심상정 의원실, 정리=윤수현 기자.

언론재단 제한적 조사로는 실태 파악 힘들어

인천공항은 언론재단에 조사 책임을 넘기고 있다. 이 경우 ‘정부광고 바꿔치기’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언론재단이 실시하고 있는 ‘신문사 정부광고 조사’가 제한적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언론재단은 지난 2월 정부광고 조사를 실시하면서 대상을 12개 신문사(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매일신문), 1000만 원 이상 광고로 축소했다. 12개 신문사에 포함되지 않은 신문사 광고, 1000만 원 이하 광고 바꿔치기는 적발할 수 없게 됐다.

언론재단이 조사 기간을 ‘정부광고법 시행 이후’로 한정한 점은 문제로 꼽힌다. 미디어오늘 조사에 따르면 인천공항 광고 바꿔치기는 정부광고법 시행 이전에 집중됐다. 다른 정부·공공기관의 광고 바꿔치기도 비슷한 양상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사로는 광고 바꿔치기를 모두 적발해내기 어렵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윤수현 기자.

조사 시기를 ‘정부광고법 시행 이후’로 한정한 이유도 마땅치 않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법 시행 이전에도 현재와 유사한 방식으로 광고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법 이전 집행된 광고의 증빙자료도 보관하고 있으므로 조사 기간을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 실무진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18개 신문사의 정부광고 바꿔치기 건수는 2016년 24건, 2017년·2018년 각각 32건이다. 2016년 18개 신문사에 집행된 인천공항 광고 중 ‘바꿔치기’된 광고는 85.7%에 달했다. 광고를 담당하는 실무진이 이를 모르긴 쉽지 않다. 2018년 바꿔치기 비율은 25.6%, 2017년 바꿔치기 비율은 20.8%다. 홍보실장·언론홍보팀장 등 당시 실무진 대다수가 인천공항에서 재직 중이며,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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