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논란은 표현의자유 문제에 얼마나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마치 경쟁하는 것처럼 한국사회 밑바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을 그린 학생을 정쟁의 한복판에 먹잇감마냥 던져놓고 물어뜯는 행태까지 보이면서 정파적 이해관계 속 개인의 인권까지 희생되는 일을 낳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보자.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그림에 ‘엄중 경고’를 하고 나서자 여권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체부는 이런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문체부가 작성한 보도자료에 답이 있다. 문체부는 “전국학생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말을 집어넣었다.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행사의 후원명칭 사용승인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 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고지했다고 강조한 내용도 덧붙였다.

이 말을 곱싶어보면 함부로 정권 비판 내용을 다루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관련돼 있는 예산 집행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뜻이 된다. 한 만화계 인사는 이를 두고 “만화영상진흥원과 연결돼 사업을 하는 개인과 단체가 수두룩한데 ‘너희들 돈줄을 끊어 놓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 게 이번 문체부 입장의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윤석열차 논란을 연결 고리로 해서 만화계 전반에 걸쳐 정권 비판적인 내용에 대한 검열 메시지를 주입시켰다는 것이다. 7개 만화단체가 성명을 통해 관련 대목을 지적하며 “명백한 차별이며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라고 반발했던 이유다.

문체부의 이 같은 입장이 재확인된 것은 김재현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의 발언이다. 김 국장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카툰에서 정치가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의를 받고 “정치가 활용되지 않는 카툰도 있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콘텐츠를 다루는 정부 부처 실무급 국장이 카툰의 사회적 지위를 현격히 떨어뜨리고 카툰의 의미를 오도한 것이다. 김 국장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정치 활용 여부로 나뉜 카툰을 구분해야할 판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6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에서 실시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엄중경고가 윤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 보장 약속 위반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6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에서 실시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엄중경고가 윤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 보장 약속 위반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고교생 그림을 난도질하면서 얻은 이익으로 보면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현정권을 풍자해 화제’라고 하고 ‘논란이 되고 있다’고 규정하더니 기다렸다듯이 문체부의 대응을 공수로 주고 받는 중계식 보도를 이어갔다. 언론의 전형적인 트래픽 높이기 전략이다. 문체부가 일을 키웠으니 고교생 작품을 지목해서 정권 비판적 그림이라고 소개한 것은 잘못이 없다라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무책임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 언론이 작품을 그림 고교생의 구체적인 신상정보까지 보도한 것은 표현의자유를 제재한 가해자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도 언론이 ‘윤석열차’와 비슷한 작품을 정쟁의 장으로 끌어다 올려 논란을 만들고 문체부와 같은 대응이 나와 논란을 키우는 식으로 반복될 여지가 농후하다. 윤석열차 논란은 당장 힘겨루기와 같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면서 정권에 유리해보일지 모르지만 표현의자유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정권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가지 예견을 한다면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순위가 떨어진다면 분명 ‘윤석열차’ 논란이 예외없이 하락 요인으로 꼽힐 것이다. 표현의자유에 맞선 대가는 현재도 진행 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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