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통신대리점. ©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통신대리점. © 연합뉴스

통신3사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난 12일 통신3사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과 유튜버들의 망사용료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로 싸우기 바쁜 통신3사의 합동 기자회견 자리는 이례적입니다. 현장에 수 많은 기자들이 모였고 통신3사의 입장을 전하는 기사가 쏟아지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짤’로 돌 정도로 주목 받은 발언이 있습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선량한 국민들을, 잘 모르는 유튜버들 특히 20대 30대 남성분들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탓에 유튜버들이 20~30대 남성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경제 크리에이터 슈카(조회수 94만), 게임 크리에이터 김성회(조회수 140만) 등이 망사용료 논란 해설 콘텐츠를 올려 주목 받았는데, 이를 겨냥한 발언입니다.

▲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된 12일 기자회견 캡처 이미지
▲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된 12일 기자회견 캡처 이미지

제 생각은 통신사들과는 다릅니다. 저는 오히려 게임 크리에이터 김성회와 경제 크리에이터 슈카가 이번 논쟁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몇 년 전부터 망사용료 문제를 기사로 써왔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 밖 이슈였습니다. 우리와 밀접한 인터넷망과 주요 서비스에 대한 논쟁이지만, 시민들이 접근하기엔 복잡하고 어려운 현안이었습니다. 저 역시 관련 기사를 쓰면서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위치의 화질저하와 구글의 ‘여론전’이 트리거가 됐고, 때마침 등장한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해설’ 영상이 주목을 받은 겁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기사가 쏟아진 뒤였지만,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보고 나서야 대중이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 이재명도 나선 망사용료 논쟁, 제동 걸리나]

과거 대중의 관심과 멀었을 때 누가 이익을 봤을까요. 그간 ‘해외 사업자가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 국익에 반한다’는 통신사의 논리가 대세였습니다. 망사용료 기사에는 통신사와 유관단체 소속의 ‘통신 관계자’가 단골로 등장했고요. 복수의 과방위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사 ‘대관’ 인력들이 해외 사업자에 대한 대응 차원의 망사용료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누리꾼들의 반발에 법안 재검토를 시사했지만, 대선 후보 시절엔 망사용료 입법을 공약에 담았습니다. 그만큼 통신사에 동의하는 입장이 대세였습니다.

▲ 슈카월드 콘텐츠 갈무리
▲ 슈카월드 콘텐츠 갈무리

윤상필 실장과 통신3사 관계자들은 이들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제대로 보고 평가를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회수 94만을 기록한 슈카의 영상을 보면 통신사의 입장도 충실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독특한 제도인 발신자 종량제(상호접속고시)의 영향으로 통신사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 점과 구글 등 특정 사업자들의 트래픽 비중이 높아진 상황을 충실하게 전달합니다. 

그는 통신사의 입장을 “옛날에 텍스트 보낼 때 원칙하고 영상 보낼 때 원칙이 똑같나. 망중립성 원칙이 수정돼야 한다”고 요약해 전달했고요. “EU도 사실 (망사용료를) 검토 중이다. EU 입장에서도 맘에 안 들어. 전세계 트래픽 절반 이상이 모조리 다 미국(기업)이다. 글로벌로 휘어잡은 게 갈등의 시발점”이라며 미국의 특정 사업자가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자 해외에서도 대응에 나선다는 사실을 다뤘습니다. 

양측 모두에 비판적인 시선도 보입니다. 슈카는 통신사와 구글 등 CP를 가리켜 ”모두 큰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소비자에게 되돌려주겠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구글을 가리켜 “돈은 A국가에서 벌고 B국가에서 쓰겠다고 하면 논리를 떠나 누가 응원하겠는가. 돈을 버는 만큼 투자를 더하겠다,  고용을 더하겠다고 해야 응원하지”라며 쓴소리를 합니다. 

조회수 140만을 기록한 김성회의 영상 역시 “어느 놈이 이기든 간에 결국엔 이용자만 피해보는 고래 싸움이 될까 무섭다”며 “(양측이) ‘쟤네가 이기면 소비자가 피해봅니다’라면서 서로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개싸움 중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자기네가 이겼을 때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말하는 놈은 없더라고요”라며 양측 모두를 비판합니다. 이들 콘텐츠는 오히려 자신의 입장만 항변하는 통신사들보다 객관적으로 보였습니다.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통신사 주장과 현실의 온도차가 큰 건 사실입니다. 현실은 통신사 주장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망사용료 징수’ 프레임으로만 접근하기 힘듭니다. 정치적 주장을 하는 국회의원들과 달리 막상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의 책임자들이 신중론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망 사용료 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그런 부분을 저희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복잡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통신사업자의 망 부담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도 힘들고, 국내 사업자는 물론 콘텐츠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되기에 이 같은 신중론을 내고 있습니다. 두 부처의 수장 역시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신중론을 보이는 걸까요?

저는 이번 논쟁이 더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통신3사처럼 한쪽의 주장만을 전하고 유튜버의 해설 콘텐츠를 가리켜 ‘선동’이라는 접근은 상식적 논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쟁은 거짓 정보에 따른 호도가 아니라 이제야 양측이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이 가능해진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제 쟁점별로 논박을 나누고, 여론의 평가를 기다리면 됩니다.

그렇다고 구글의 대응이 적절하다는 건 아닙니다. 국내 창작자들과 이용자를 볼모로 벌이는 행태는 분명 부적절합니다. 슈카의 지적처럼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만큼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글 역시 큰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망사용료 문제와 별개로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책무를 강화하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통신사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이미지로 각인된 이유는 독점 사업권을 갖고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정작 소비자에게 제대로 환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신비 원가 공개 요구에 거부해 소송까지 끌고 간 전례도 있었죠. 이번에도 정작 국내외 사업자에게 걷는 망 비용의 원가가 어느 정도이고, 실제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선 ‘국익’ 프레임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리꾼들은 과거의 통신사의 행태를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유튜브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 중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통신사는 왜 세금으로 깔아준 망에 무임승차하느냐” “해외 통신사의 국내 진출을 환영합니다” 통신사들은 이번 사태에 핏대만 세울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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