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이후 방산주로 알려진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주식 2억3000만원어치를 투자한 사실의 이해충돌 소지 비판이 나오자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에서만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전에 매입한 것이라 국회 국방위원회 활동과는 무관하다고만 했을 뿐 주식을 왜 매입했는지, 해당 업종을 선택한 이유와 두 회사 주식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본인이 직접 설명해야 할 내용에 관해 일체 답변하지 않아 의심을 더 키우고 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주식매입과 직무관련성을 지적하고 이해충돌 문제를 비판해온 민주당이 당 대표의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내로남불이자 이율배반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발간된 국회 국회의원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이 대표는 한국조선해양 1670주, 현대중공업 690주 등 2개 종목 주식 2억3125만원 어치를 신규 매입했다. 문제는 이들 방산 주식은 이 대표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후보 당시 신고한 재산 내역에는 없었다는 데 있다. 이 소식은 조선일보가 12일자 기사로 처음 보도했다. 대선 이후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왜 거액의 주식투자를 했는지, 그것도 방산주 매입을 했는지에 의혹이 나온다. 대선 패배한 와중에도 거액의 주식투자로 돈을 불리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의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40여 분 이후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반대 방향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 기자가 ‘조간에서 주식보유 관련 언급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질의하자 이 대표 옆에 있던 김남국 의원이 “저희가 대변인이 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날 대변인은 모른다고 했었다. ‘대변인이 모른다고 말했다’고 하자 이재명 대표는 “대변인이 왜 모른다고 했을까”라고 답했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그 당시) 왜 했느냐, 왜 대선 이후에 투자했는지 한말씀 해달라’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 대표는 답변하지 않았다. 김남국 의원은 “길에서 가면서 하기가 그렇다”고 거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에서 방산 주식을 왜 매입했는지, 대선 이후 매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보는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에서 방산 주식을 왜 매입했는지, 대선 이후 매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보는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어 ‘두 방산 주식(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을 산 이유가 뭐냐’, ‘주식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냐’, ‘이해충돌 소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당 대표실에서 나오기 전에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 보유 주식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혹시 주식을 처분할 계획은 없느냐’는 세계일보 기자 질의에 “그건 제가 처음 듣는 일이어서.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의 방산 주식 매입에 민주당 공보국도 입장을 냈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는거냐’는 이어진 질의에도 박 대변인은 “그건 제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궁금한 내용이 많아서 그렇다. 왜 매입해는지, 왜 대선 이후에 매입했는지’ 등을 묻자 박 대변인은 “그건 제가 팩트체크를 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직접 얘기를 해야 해서 그런 거냐는 질의에 박 대변인은 “(회의에서) 논의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기 때문에 그건 팩트체크를 해보겠다”고 말한 뒤 브리핑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조선일보가 12일자 6면 기사 ‘[단독] 국방위원 이재명, 방산주 2억3000만원어치 매입 논란’을 보도하자 곧바로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에서 “이재명 대표가 방위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해당 주식은 보궐출마 결정 전에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국방위 활동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또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8월30일 국회 등에 백지신탁 등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다”며 “통상 2개월의 심사기간이 필요하고 아직 결과를 통보받기 전임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에서 본인이 대선 이후 매입한 방산 주식 보유 경위와 이유, 문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 본관에서 본인이 대선 이후 매입한 방산 주식 보유 경위와 이유, 문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이 같은 주식 매입은 그동안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들의 거액 주식매입과 직무관련성을 비판하던 태도와 배치된다.

특히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5월 18일 취임한 이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현황에서 신테카바이오 3332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SK바이오팜 25주,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등 총 2억4986만원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 자료에서 당시 백 청장 보유 주식회사 가운데 알테오젠 23억5000만원, SK바이오팜 36억5000만원, 바디텍메드 25억7900만원 등 총 85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해당 업체에 지급되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백경란 청장의 바이오주 논란으로 요즘 ‘질병투자청’이냐는 국민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이해충돌을 알면서도 보유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공직자 윤리의식이 부재한 것으로 자격미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의 방산 주식 2억3000만원어치의 매입에 이 대표 본인은 침묵하고, 민주당은 국회의원 되기전에 매입한 것이라 문제 없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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