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수많은 언론 가운데 MBC 보도만 국민의힘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9월29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국민의힘 고발 건을 비롯해 이종배 서울시의원의 고발 건,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이 MBC를 고발한 건 등을 함께 수사하고 있다.

▲ 서울 상암 MBC 사옥. ⓒ연합뉴스.
▲ 서울 상암 MBC 사옥.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4일 박성제 MBC 사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1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측 고발과 시민단체 고발 등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묶어서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7일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죄)에 해당하는지 알고 있느냐’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알고 있다. 현재 해당 수사는 고발장이 접수돼 배당된 상태로, 고발인 조사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 MBC 유튜브콘텐츠 섬네일 갈무리.
▲ MBC 유튜브콘텐츠 섬네일 갈무리.

MBC를 향한 대통령실의 압박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11일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희(대통령 비서실)가 공영방송에 질의서를 보냈다. 어떤 근거로, 어떤 노력을 통해서 대통령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방송했나), 왜 자막화하고 여러 차례 반복 재생했는지 그 이유, 판단, 근거에 대해서 설명을 요청했다”며 “이 진상 규명의 첫 걸음은 공영방송이 스스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통령실 비서실은 지난 달 26일 MBC 측에 직접 질의서를 보내 관련 보도의 경위 등을 물어 논란을 낳았다. 

[관련 기사: 대통령 비서실, MBC에 보도 경위 캐묻는 공문 보냈다]

2009년 압수수색 한차례 무산시켰던 MBC…“과거처럼 막을 것”

MBC 내부는 압수수색을 우려하는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 5일 MBC 기자들 사이에선 “비속어 파문 수사를 시작한 경찰이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서 발부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언도 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공지가 돌기도 했다. 해당 공지에서는 “회사와 노조 차원에서도 대응하겠지만, 비상시 나서서 막아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MBC 압수수색 당시. 진입을 시도하는 수사관들과 조합원들이 몸으로 밀고 막으며 대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2009년 MBC 압수수색 당시. 진입을 시도하는 수사관들과 조합원들이 몸으로 밀고 막으며 대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현재 압수수색을 할지 안 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영장이 발부되는 상황이 되어야 내부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고, 집행이 된다면 내부에서도 이를 막기 위한 준비는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의식만 공유됐다”고 말했다. 이어 “MBC 내부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부당한 탄압’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처럼 막자고 이야기하는 것 외엔 없다”며 “가정적인 상황이기에 외부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MBC는 2009년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를 한차례 겪은 바 있다.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관련한 내용을 MBC ‘PD수첩’을 통해 방송한 후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사를 의뢰해 검찰이 이듬해 제작진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MBC 여의도 본사 건물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지만 MBC 내부 직원들이 가로막아 무산된 적이 있다.

[관련 기사: 검찰, MBC PD수첩 압수수색 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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