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신념에 반하는 자리에 왜 있냐’ ‘혀깨물고 죽지 그런짓 왜하냐’, ‘뻐꾸기냐’, ‘고액알바냐’ 등 인신공격성 폭언을 퍼부어 논란이다. 김 이사장이 사과하라고 요청하자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었다.

권성동 의원은 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양반은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옛말을 꺼내들어 “자신의 신념과 가치가 다른 정부에서 아무리 높은 자리를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수용하는 것은 제대로된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뒤 정권 말기에 졸라서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갔다”고 비하했다.

권 의원은 김 이사장이 과거 ‘판도라보고 탄핵하자’ ‘잘 가라 핵발전소’라는 손팻말을 들었던 사진기사와 정의당 탈핵위원장을 했던 이력을 두고 “이런 분이 어떻게 원전 발전을 존재를 전제로 운영되는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자신의 신념에 반해 뻔뻔하게 잘하겠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고액 알바 수준으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원전 확대 정책이 잘못됐다, 탈원전을 해야 한다고 계속 피켓들고 시위하는 게 정치인의 일관성 있는 태도라며 “그저 봉급 좀 받고, 먹고 살기 위해 그러는거냐. 자신의 신념과 가치와 본인의 궤적을 다 버리는 거냐”고 거듭 비난했다.

특히 권 의원은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에 가 있다가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무슨 뻐꾸기냐,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며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들겠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 하느냐”고까지 막말을 했다.

김 이사장이 답변드려도 되느냐고 했으나 권 의원은 “답변들으나 마나 한 얘기”라고 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질문할 자유는 있지만 저의 신상에 대해 굉장히 폭언에 가까운 말을 하신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권성동 의원은 “뭘 사과해요 사과하기는”이라고 큰소리쳤고, 옆에 있던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금 무슨 말이야”라고 고성을 질렀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발언을 중지시킨 뒤 박성중 간사에게 “하루에 몇 번을 부탁해야 하느냐. 권성동 의원이 질의하고 있을 때는 경청해달라”고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전임 정부 청와대 수석까지 한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있느냐며 혀 깨물고 죽지라고 폭언을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전임 정부 청와대 수석까지 한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있느냐며 혀 깨물고 죽지라고 폭언을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계속해서 소신을 어겼느냐 안어겼느냐는 권성동 의원의 질의에 김제남 이사장은 “한번도 제 신념과 가치에 반하는 활동을 하거나 제 신념을 져본 적이 없다”며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위원님이 얘기하는 신념에 반한 일은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권성동 의원은 “하하하”라고 웃으면서 “그렇게 뻔뻔하니까 그 자리에 앉아있겠죠. 원자력안전재단 직원을 위해서 정의당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서도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권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원전확대에 대한 국정과제 동의하냐’고 묻자 김제남 이사장은 “원전정책이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판단하거나 결정하거나 영향력을 끼치는 역할이 주어져 있지 않다”며 “재단 이사장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원자력 방사선 안전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원전확대 정책에 동의한다는 말은 죽어도 할 수 없으니까 계속해서 답변을 피해나간다”며 “앞으로 우리 당은 이 국정감사 끝나고 앞으로의 상임위원회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투명인간 취급하겠다. 저는 소신과 원칙이 없는 정치인 출신 이사장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질의가 끝난 뒤 신상발언을 통해 김제남 이사장은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선임은 원자력 안전 법령과 재단의 법령에 따라 절차가 이뤄지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공정한 공모절차를 거쳐 선임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한 피감기관, 한 기관의 기관장에게 폭언에 가까운 모욕에 가까운 언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과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정청래 국회 과방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 과방위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발언에 대해 심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정청래 국회 과방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 과방위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발언에 대해 심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에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는 “국정감사의 피감사인이 이걸 충고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본인이 창피한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저런 얘기를 하는 건 감사를 6~7년 만에 처음 본다”며 “위원장이 경고를 한 번 해달라”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의 인신공격성 폭언에 비판이 쏟아졌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이나 신념이 자신과 다르다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한 개인의 신념의 잣대를 대고, 신념과 철학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며 “‘혀깨물고 죽어야 한다’, ‘죽는 게 낫다’는 이런 표현을 어떻게 국정감사장에서 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우리 의원 스스로의 품위에 대한 문제 아니냐”며 “말할 때 정해야 할 선이 있다. 한 개인에 대해 아주 모욕적이고 폭언에 가까운 이런 말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괴와 경계의 얘기도 된다. 김제남 이사장에 한 발언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위원장도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는 발언은 제가 봐도 지나치고 심한 것 같다”며 “인신공격성 모욕적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김제남 이사장에도 “의원들이 설령 불편한 얘기를 해도 잘 참고 견디라”며 “이 자리에서 이기는 사람이 꼭 이긴다고 볼 수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판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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