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칼을 찬 검사들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의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하자 조선일보도 비판하고 나섰고,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일을 그르친다” “긁어 부스럼”이라고 비판했고, 이준석 대표는 정치풍자한 고등학생엔 경고하고 윤 대통령이 대학 때 전두환에 사형을 구형한 것은 무용담으로 미화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개월 전 정치풍자는 권리라고 공개 발언했으나 자신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할 건 아니다”라고 답해 솔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자신 같았으면 상을 주거나 응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상혁 조선일보 기자는 6일자 조선일보 34면 ‘[기자의 시각] 그래도 ‘열차’는 달려야 한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엄중 경고’를 두고 “정부가 일을 그르쳤다”고 규정했다. 정 기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국정감사장에서 “문제 삼는 건 수상작 자체가 아니라 주최 측이 처음 약속과 달리 공모 요강에서 결격 사유 조항을 삭제한 점”이라 반박한 점을 들어 “그 약속 위반이 하루 만에 ‘엄격한 책임을 묻는’ 보도자료를 두 번이나 낼 정도로 긴박한 일이었느냐는 재반박 앞에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문화 생리에 어둡고 진중하지 못했던 대가를 지금 정부는 톡톡히 치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윤석열차’가 쏟아질 것이다. 그 철로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기자는 “고개 숙이고 가끔은 웃어 넘겨야 한다”며 “매사 불안해하고 허둥대다보면, 또다시 열차에 치이게 된다”고 충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에서 실시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엄중경고가 윤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 보장 약속 위반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에서 실시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엄중경고가 윤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 보장 약속 위반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5면 기사 ‘‘윤석열차’ 논란 키운 문체부… 與서도 “긁어부스럼”’에서도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조선일보에 “대통령 풍자 만화나 합성사진은 온라인에 수없이 많고 신문에도 매일 실린다”며 “문체부가 굳이 만화까지 간섭하는 모양새를 만들면서 논란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면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날 것 같은데 (고교생이) 만화로 정치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서슬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며 “후자는 40년전에도 처벌 안 받았다고 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프로파간다, 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비판에 윤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한동훈 장관은 뒤끝이 있는 답변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 로비에서 실시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차 풍자 만화 관련해서 문체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한 게 대선기간 약속한 표현의 자유 (보장) 위반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의에 “그런 문제에 대통령이 언급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조선일보 2022년 10월6일자 34면
▲조선일보 2022년 10월6일자 34면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시절인 지난해 10월 말 SNL코리아 ‘주기자가 간다’의 주현영씨와 인터뷰에서 “그건(정치풍자) SNL의 권리”라고 말했고, 대선후보 시절인 12월8일 서울 대학로에서 가진 청년문화 예술인 간담회에서는 “우리 정치와 사회, 힘 있는 사람, 기득권자에 대한 이런 풍자들이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가 있고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인데…”라고 말했다. 대선후보 때는 정치풍자를 많이 하라고 해놓고 정작 고교생이 한 것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건 가장 국민에 대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으로서 정직한 답변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칼을 찬 검사’ 부분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도 논란이다. 한 장관은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고등학생이 왜 이걸 그리게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법률가로서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풍자와 혐오의 경계는 늘 모호하지 않느냐. 다만 이 그림을 보면서 이런 혐오와 증오의 정서가 퍼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이어 “표현의 자유엔 들어가지만 제가 상을 줘서 이런 것을 응원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밝혔다. ‘뒤끝’이 있는 발언으로 해석되는 언급이다.

▲조선일보 2022년 10월6일자 5면
▲조선일보 2022년 10월6일자 5면

 

재차 질의하자 한 장관은 “저게 사실을 기반한 것이 아니라 풍자의 영역으로 그린 거라는 걸 알지 않느냐”며 “미성년자가 그린 그림을 들어서 함의가 뭐냐고까지 하게 되는 것은 그 미성년자에게도 부담”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그림을 그대로 보는 사람이 느끼고 여기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의원님처럼 ‘정확한 걸 반영한 거다’라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보는 대로, 시각 대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고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왜 그렸겠느냐는 질문에 표현의 자유는 인정한다면서도 자신 같았으면 상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고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왜 그렸겠느냐는 질문에 표현의 자유는 인정한다면서도 자신 같았으면 상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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