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이 10월6일자 별지 B면을 창간 기획 기사로 채웠다. 경향신문이 주목한 주제는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마주하는 ‘장벽’이다. 또한 경향신문은 기자 십수 명을 인터뷰해 기자들의 ‘탈언론 현상’ 원인을 짚어내는 등 언론이 처한 현실에도 주목했다.

1946년 10월6일 창간한 경향신문의 창간 기획 제목은 ‘투명장벽의 도시’다. 경향신문은 “한국의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장애인·어린이·노인은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일상적으로 마주친다”면서 “공간 불평등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모두를 위한 도시’, 공간 민주주의를 향한 모색을 취재했다”고 기획 취지를 소개했다.

▲10월6일자 경향신문 B1면.
▲10월6일자 경향신문 B1면.

경향신문 B1·B2면 주제는 장애인의 ‘탈시설’ 후기다. 경향신문은 2년 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허혁·김점지 씨 삶을 소개했다. 비장애인들은 편하게 누리는 이동권·노동권을 허혁·김점지 씨가 어떻게 이뤄내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또한 경향신문은 B1·B2 기사 중간 QR코드를 삽입해 독자가 추가 기사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QR코드에 접속하면 장애인 이동권·주거권·노동권 등에 대한 기획기사를 볼 수 있다. B3면에선 시각장애인 영어교사 김헌용 씨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조명했다.

경향신문이 창간 기획에서 언론계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점도 눈에 띈다. 경향신문은 B6면 ‘‘기렉시트’ 탈출구는 공익·신뢰’ 기사에서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나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기렉시트는 기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기레기’와 출구를 뜻하는 ‘엑시트’의 합성어로, 기자들의 전직을 뜻한다.

▲10월6일자 경향신문 B6, B7면.
▲10월6일자 경향신문 B6, B7면.

경향신문은 주요 신문사·방송사·통신사에 재직 중인 기자 17명에게 기자라는 직업의 단점과 한계에 대해 물었다. 응답자들은 언론사가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에 실패했고,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보수적인 언론사 조직문화도 ‘기렉시트’ 원인으로 꼽힌다.

경향신문이 언론사의 부정적인 대목만 강조한 건 아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은 “기자로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 “기사를 보고 누군가 도움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비즈니스 모델 발굴, 조직문화 변화, 기자 전문성 확보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됐다.

기사를 쓴 곽희양 경향신문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들이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가 단순한 업무 과다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계속되는 기자들의 탈언론 행렬, ‘기렉시트’라는 자조가 계속되면 언론 본연의 기능마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자 집단의 고민을 생산적인 방법으로 풀어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기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곽 기자는 “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은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언론사에 속해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주요 언론사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데, 언론계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B7면에서 언론이 고소·고발 당사자가 된 상황을 되짚어봤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에 따른 MBC 검찰 고발, 국민의힘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문자메시지 공개 기자 법적대응 예고 등 언론사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분명한 것은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 자체가 일종의 ‘사건’이 되었다는 사실”이라면서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언론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언론 스스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언론이 정치권의 진영논리를 답습해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라며 “정파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자 제도권 언론이 편승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제시한 해결책은 팩트체크, 윤리기준 강화, 자율규제 강화다. 경향신문은 “언론이 ‘팩트체크’를 강화하고 스스로 자정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을 보면)기자가 취재원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실 수 있지만 공식적인 업무상 관계와 개인적인 친분 관계의 차이를 항상 명심하고 취재할 떄는 반드시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