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영방송사들이 최대주주 관련 보도를 여전히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에 대한 보도는 사실상 방송사유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방송의 공적책임을 규정한 방송법 취지에 어긋나는 행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올해 상반기 최대주주 관련 보도 및 방송 프로그램 현황’을 보면 KNN부산경남방송이 대주주 관련 내용을 8건으로 가장 많이 방송했다. 그 외에 UBC울산방송 3건, KBC광주방송과 G1(강원)방송은 각 2건, TJB대전방송 1건을 방송했다.

지난해 4월 뉴스타파는 3회에 걸쳐서 민영방송사들이 대주주 관련 내용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 보도했다. 해당 민방이 대주주기업 또는 계열사 관련 홍보성 보도를 하거나 대주주 사주(회장)의 동정과 치적을 보도하는 내용들이 다수였고, 간혹 대주주나 대주주 기업의 회장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으면 해당 민방은 이를 보도하지 않는 사실 등에 대해 뉴스타파가 비판적으로 다뤘다. 그럼에도 민방은 대주주에 우호적인 보도를 이어간 것이다. 

이 의원실이 제공한 ‘지난해 하반기 최대주주 관련 보도 및 방송 프로그램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에도 KNN부산경남방송의 대주주 관련 방송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른 민방은 KBC광주방송 7건, JTV전주방송 5건, UBC울산방송 3건, G1(강원)방송 1건 대주주 관련 방송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 지난해 9월17일 KNN 보도화면 갈무리. 오른쪽이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 지난해 9월17일 KNN 보도화면 갈무리. 오른쪽이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대주주 관련 방송을 가장 많이한 KNN의 대주주는 넥센이다. KNN은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넥센월석문화재단 관련 보도를 여러건 했다. 

지난해 9월17일 “넥센월석문화재단, 오순절평화의마을에 성금 전달”이란 리포트에서 “추석을 앞두고 재단법인 넥센월석문화재단 강병중 이사장이 밀양 삼랑진에 있는 오순절평화의마을을 찾아 3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라며 강 이사장이 성금을 전달하는 장면을 화면으로 내보냈다. KNN은 해당 리포트에서 “넥센월석문화재단은 부산경남 지역 여러 보호 복지시설에 성금과 쌀 등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NN을 대주주 홍보수단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유화 보도다. 

KNN은 그 외에도 11월23일 ‘모닝와이드’에서 “KNN·넥센월석문화재단, 삼정고 장학금 전달”, 11월26일 ‘뉴스아이’에서 “KNN·넥센월석재단 등 부산경남 장학금 기부”, 12월7일 ‘모닝와이드’에서 “연말 장학금&이웃돕기 잇따라”(KNN문화재단과 넥센월석문화재단), 12월14일 ‘모닝와이드’에서 “KNN·넥센월선문화재단 울산고 장학금 전달” 등 넥센월석문화재단에 대한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KNN이 올해 상반기 보도한 대주주 관련 보도도 모두 넥센 관련 내용이다. 

▲ 지난 7월24일자 KNN의 대주주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7월24일자 KNN의 대주주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KNN은 최근에도 대주주 관련 홍보성 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넥센월석문화재단 울산고 장학금 전달”, 지난달 8일 “넥센월석문화재단, 장학금과 오순절평화의마을 성금 전달”, 지난달 2일 “KNN·넥센월석문화재단, 남해제일고에 장학금 전달”, 지난 7월24일 “(주)넥센,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지난 7월20일 “부산시-넥센타이어, 미디어 아트 콘텐츠 공유 협약”, 지난 7월18일 “KNN·넥센월석문화재단, 마산고에 장학금 전달” 등 지난 7월이후 지난 5일까지 6건을 보도했다. 

KNN은 자신들 주주인 성우하이텍에 대한 내용도 보도했다. KNN는 지난해 8월17일 뉴스아이에서 “성우하이텍, 올해 안에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 8월18일 ‘모닝와이드’에서 같은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또한 11월11일에는 ‘모닝와이드’와 ‘생활경제’에서 각각 “성우하이텍배 ‘2021 환경마라톤 연계 나무심기’”란 제목의 리포트로 주주 회사가 주관하는 행사를 홍보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 KNN 지분구조. 디자인=안혜나 기자
▲ KNN 지분구조. 디자인=안혜나 기자

 

한편 올해 상반기 JTV전주방송, JIBS제주방송, TBC대구방송, CJB청주방송 등은 올 상반기에 자신들 방송사의 대주주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방통위에 보고했다.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TJB대전방송, JIBS제주방송, TBC대구방송, CJB청주방송은 대주주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방통위에 보고했다. 

OBS경인TV의 경우,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 조건에 대주주 관련 보도 내용이 없고 방통위도 별도로 OBS에 보고 받은 사실이 없어서 이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도 누락했다. 민방 9개사에 대해 방통위가 재허가 안건을 처리하면서 대주주 관련 보도 리스트를 재허가 조건으로 추가할 당시 OBS는 별도로 재허가 관련 안건을 처리했는데 이때 다른 지역 민방과 조건이 달라진 것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역민방 9개사는 2019년(일부 민방은 2020년) 재허가 이후부터 최대주주(특수관계자 포함) 관련 보도나 프로그램 현황을 매 반기 종료 후 1개월 내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SBS도 대주주인 TY홀딩스나 계열사에 유리한 보도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관련 협찬이나 광고 내용까지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서 평가를 받아 그 결과를 매년 4월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정문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대주주 관련 보도의 양과 내용은 언론 신뢰도와 직결된 사항”이라며 “방통위는 보고가 요식행위로 그치지 않도록 내용의 정확도와 적절성에 대해서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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