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예능’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관찰 예능의 경우 스타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특히 육아를 하는 모습이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 예능’의 형식이 더해지면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관찰 예능은 시청자가 스타가 사는 모습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동시에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기에, 어떤 것을 보여줄지 제작진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답이 정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상담 예능’과는 달리, 다양한 삶에 대한 논의를 펼칠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끌었을 때 시청자의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MBC 시청자위원회의 7월 회의록을 살펴보면, 시청자 위원들은 MBC가 2000년대 ‘god의 육아일기’를 시작으로 ‘우리 결혼했어요’,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까지 관찰 예능을 히트시켜왔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전지적 참견 시점’, ‘안싸우면 다행이야’, 종영 프로그램인 ‘아무튼 출근’ 역시 인기를 끈 MBC의 관찰 예능이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의 육아를 그려낸 ‘물 건너온 아빠들’도 선보였다.

▲MBC '물 건너온 아빠들' 방송 가운데.
▲MBC '물 건너온 아빠들' 방송 가운데.

‘나 혼자 산다’, ‘나 혼자만 잘산다’ 보여줄 때는 시청자들 지적

김윤미 시청자위원(영화사 ‘올’ 대표)은 MBC ‘나 혼자 산다’의 지속적인 인기를 두고 “대단히 화려하게 살 것 같은 그들이 부스스하게 잠에서 깨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찬밥을 라면에 말아 먹는 장면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삶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신기해하여 열광했다”며 “공허함을 동질감으로 포착해 낸 기획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이시언 배우와 만화가 기안84의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고 봤다.

다만 최항섭 위원(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은 “과거에 이 프로그램에서 싱글들의 모습 중 너무 화려한 모습을 담아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며 “다만 이같은 지적들이 나온 이후 문제점이 많이 해결되고 있다고 보고 신인배우들이 혼자 어렵게 사는 모습들도 많이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경 위원장(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 역시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 가수 산다라박이 5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며 시청자 의견 중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만 잘 산다’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윤미 위원도 같은 지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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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 방송 가운데. 

이에 박정규 MBC 예능2센터장은 “새롭게 바뀐 출연진이 나올 때 처음에 화려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깨달음을 얻고 현재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시청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고민하고 이같은 지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 건너온 아빠들’, “전문가만 정답같은 ‘상담 예능’과 차별”

조선희 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교육팀장)은 8월 말 시작한 MBC의 예능프로그램 ‘물 건너온 아빠들’을 ‘육아 관찰 예능’의 분류 안에서 살펴봤는데 최근 인기를 끄는 ‘육아 상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물 건너온 아빠들’에는 육아 전문가가 출연하지 않고, 로버트 켈리, 알베르토 몬디, 니하트, 투물 등 외국인 아빠들이 어떻게 육아와 씨름하는지 보여준다”며 “외국인 아빠들이 함께 나누는 대화는 한국의 사교육 문화 등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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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물 건너온 아빠들'의 방송 가운데.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아빠 알베르토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심심할 틈이 있어야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빠가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 거야”라고 아이에게 설명한다. 핀란드 아빠 페트리는 “머리에 지식만 쌓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숲같은 공간에서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제르바이잔 아빠 니하트는 “공교육이 사회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같이 모두 다른 국적의 아빠들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벌이는 토론은 시청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조 위원은 “이 프로그램은 ‘육아엔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고 전문가만이 정답을 알고 있고 우리는 그 답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주는 ‘육아 상담 예능’과는 다르다”며 “우리 사회가 어떤 어른을 길러내야 하는지와 같은 논의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분석했다.

▲MBC '물 건너온 아빠들'의 방송 가운데. 
▲MBC '물 건너온 아빠들'의 방송 가운데. 

다만 신혜경 위원장은 “‘물 건너온 아빠들’의 경우는 기획의도는 매우 좋지만, 예능적 재미면에서는 살짝 부족하고, 화제성을 높일 수 있는 무언가가 덧붙여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정규 MBC 예능2센터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가족 형태에서 나오는 각양각색의 육아 노하우를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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