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추락한 데엔 왜곡 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국민들(응답자)은 여론조사에서 ‘외교’, ‘발언 부주의’ 등 순방 외교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자체를 지목하고 있는 응답을 뒤집는 해석이다. 이에 진중권 작가는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국민의힘 주류 의원들이 MBC를 지목해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언론탓을 할 게 아니라 윤 대통령 발언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전화연결에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이 24%로 주저앉은 이유를 두고 “이번 갤럽 조사가 물론 정확하기는 했지만 동의할 수가 없는 게 대통령 이번 순방에 사소한 실수는 있을지 몰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한일관계 물꼬, 투자유치 등을 들어 “이런 성과가 있음에도 사소한 해프닝 내지는 지나치게 조작 왜곡 보도가 된 것이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는 데 큰 어떤 역할을 했다”며 “너무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왜곡보도가 된 사실이 안타깝다”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이유로 들었다.

이에 같은 방송의 고정패널인 진중권 작가는 “여론은 여당 의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여론이 이런 것이고,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런 정보나 여당 얘기, 야당 얘기를 듣고, 이 언론, 저 언론 듣고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 작가는 “언론 탓을 하는데, 굉장히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언론 탓을 하느냐”고 따졌다.

홍석준 의원은 “언론 탓이기보다는 그런 부분들이 좋은 순방의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잘못된 사소한 이런 부분들이 많이 알려져서 갤럽의 조사가 나왔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 절대 언론 탓을 한다든지 그런 말씀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진중권 작가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 왜곡보도 때문이라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진중권 작가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 왜곡보도 때문이라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진 작가는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며 “실언 같은 경우 대통령이 먼저 사과를 한 다음에 ‘내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뜻이었다’고 해명했으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부분인데 계속 끝까지 사과도 안 하고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작가는 안보실에서 한일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먼저 발표해 회담이 힘들어진 점을 들어 국가안보실을 문책해야 하지만 하지 않으니 외교부 장관이라도 책임지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홍 의원이 MBC 항의방문 때 참석한 것을 두고 진 작가는 “정당에서 자꾸 방송사를 찾아가는 것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인다.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MBC가 나름대로 정치적 편향이 있고 어떤 정치적 선입견 때문에 성급하게 자막을 달았다고 본다. 하지만 무슨 음모처럼 이런 건(보도한 건) 분명히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 작가는 “언론에 자유가 있기 때문에 사실은 다 무죄가 나올 거라고 보는데 뻔히 알면서도 찾아가서 압력을 행사하고, MBC라는 특정한 방송사만 딱 특정하는 것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 뭔가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MBC 관계자들을 고발한 것에도 진 작가는 “수사라는 것은 비판의 방식이 아니지않느냐”며 “그거는 강압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주류 의원들은 MBC를 여전히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윤 대통령과 만나 MBC 비속어 방송 자막을 ‘disinformation’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민주당과 MBC가 아무리 ‘외교참사’로 억지로 만들어내려 해도 미국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오히려 가짜뉴스(disinformation) 취급을 했다”고 썼다. 권 전 원내대표는 “‘외교참사라는 말은 민주당과 MBC가 국민을 현혹하고 정부를 저주하기 위한 ‘주술용 주문’일 뿐”이라며 “정부 여당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두고 MBC가 언론탄압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으나 사실을 탄압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라고 되레 MBC를 언론이 아니라고 폄훼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의 교훈은 조작선동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엄정한 대응만이 그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강경대응을 부추겼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짓밟아버린 MBC 박성제 사장과 현 경영진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다”며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 않는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정권에서 벼락출세해 철밥통을 꿰찬 인물들이 매우 편향된 시각으로 자막을 조작하면서까지 가짜 뉴스를 생산해 국민의 눈과 귀를 왜곡시켰다면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썼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MBC 등에 책임 전가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 정치인들을 욕했다는 BBC 시사토크프로그램 유튜브 영상을 링크하면서 “이제 당에서는 영락없이 MBC에 대응한 것 이상으로 BBC에 대응해야 할텐데 뭘 할지 기대된다”며 “우리 당 일부 인사의 논리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국가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해야 되는데, 그렇다면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과연 영국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 해석해도 망한” 것이라며 “‘BBC=영국정부 입장’이면 장례식까지 참석해줬는데 영국 정부가 우리를 조롱하게 만들었으니 외교참사고, BBC와 영국 정부가 같은 입장을 가질 필요가 없는거면 왜 굳이 MBC는 그래야 하는지 말을 못할테고”라고 풍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한 윤석열 대통령 욕설 관련 BBC 토크쇼 번역 유튜브 영상. 사진=그들이 말하는 것(What They Have To Say)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한 윤석열 대통령 욕설 관련 BBC 토크쇼 번역 유튜브 영상. 사진=그들이 말하는 것(What They Have To Say) 유튜브 영상 갈무리

 

신인규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국민의힘이 모든 책임을 이준석 대표에게 뒤집어씌우는 것과 지금 대통령의 실언에 대해 MBC가 다 모든 책임 뒤집어쓰고 있는데, 상당히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신 전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상당히 국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익을 자꾸 운운하면서 보도 자체, 경위를 자꾸 문제 삼고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데 희생양 정치 내지는 민망하니까 화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매우 부적절하고 지지율에서 좋게 반영이 안 되는, 굉장한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MBC를 문제삼는 것을 두고 신 전 부대변인은 “MBC가 편향됐다고 비판할 수는 있는데, 지금 그 얘기 할 때는 아니다. 그건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언론인들이 주체적인 판단에 의해 보도한 것인데 대통령실에서 프레임 전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사명을 두고 신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위가 한 마이크로 나왔을 때 그걸 다 같이 덮어주는 것이 국익이냐”며 “언론의 사명은 진실 보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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