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간 망사용료 갈등이 크리에이터와 이용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국내 영상 시청 화질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급작스럽게 발표했다. 29일 트위치는 한국 블로그를 통해 “한국 시청자의 (영상)원본화질을 조정할 예정”이라며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을 최대 해상도 1080p에서 720p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트위치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망사용료 비용 부담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 트위치 로고
▲ 트위치 로고

특히 트위치에서 30일 ‘2022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중계하기에 시청 피해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도 ‘망사용료 법안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구글은 직접적으로 서비스 질을 낮추지는 않았지만 망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투자가 줄어 크리에이터가 받는 수익이 감소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 4월 유튜브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발의된 법률 개정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추가적인 비용은 국내 유튜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마땅히 누려야 할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튜브측은 자사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오픈넷의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운동’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유튜브는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망사용료 부담이 늘면 국내 투자가 어렵고, 크리에이터 수익도 줄이는 등 시청 피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 유튜브(구글코리아)가 페이스북에 낸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촉구 광고
▲ 유튜브(구글코리아)가 페이스북에 낸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촉구 광고

유튜브는 “창작 업계에 계신 많은 분들이 사단법인 오픈넷 코리아의 청원서에 서명하셨으며 아시안 보스(Asian Boss)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분들은 콘텐츠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망사용료 역차별은 성립하지 않는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CP)들은 국내 통신사(ISP)에 인터넷망을 쓰는 대가인 망사용료 징수의 적절성을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미 해당 국가에서 망접속료를 내고 있는데 한국에 별도의 망사용료를 내는 건 부당한 통행세 징수라는 입장을 내왔다. 

특히, 최근 몇년 간 고용량인 영상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데이터 비용이 급증하자 비용 부담의 주체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사업자 망사용료를 강제하는 규제가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사업자들이 행동에 나섰다. 

근본적으로 한국이 데이터를 발생시킨 발신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발신자종량제(상호접속고시)를 이례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점도 인터넷 콘텐츠사업자(CP)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외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받지 않고 접속료를 받는다. 제대로 받으려면 상호접속고시를 통한 발신자종량제라는 유일무이한 제도를 없앤 다음 양자가 직접 접속료를 협상해야 한다”며 “발신자종량제가 있는 한 국내CP든 해외CP든 데이터를 보내는 만큼 돈을 내게 되어 망이용대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망사용료 징수와 관련 규제 논의가 이례적인 면이 있지만,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망사용료 부담을 과장해 여론전에 나선다는 반박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