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맞붙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해 항의하겠다면서 MBC 사옥을 방문했고, 언론노조 MBC본부는 출입문을 막아서며 언론탄압을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상암 문화광장 앞에선 보수 성향 단체가 MBC·KBS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있다. 국민의힘은 MBC가 방송자막을 “(미국)국회에서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단 것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MBC가 확인 없이 ‘바이든’, ‘(미국)국회’라는 자막을 달아 편파 조작 방송을 하며 논란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MBC 앞에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 왼쪽부터 권성동, 박성중, 박대출 의원. 사진=윤수현 기자.
▲MBC 앞에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 왼쪽부터 권성동, 박성중, 박대출 의원. 사진=윤수현 기자.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은 28일 오전 11시 17분경 버스를 타고 MBC 사옥 앞에 도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손에 들린 피켓에는 “조작방송 중단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 박성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 위원장 등이 MBC를 찾았다. 이들은 막혀있는 MBC 출입문을 향해 “박성제 MBC 사장은 왜 이 자리에 없는가”라고 소리치고, 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파문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방송국에 찾아온 것 뿐이라고 했다. 박대출 TF위원장은 “이번 조작 방송은 지금까지 MBC가 해온 편파방송, 진영방송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동영상 파문의 진실을 알고자 왔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진실을 알기 위해 왔는데, 박성제 사장과 경영진은 어디로 도주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 위원장은 “무슨 기준과 근거로 자막을 달았는지, 영상 최초유출자는 누구인지를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MBC는 자막을 조작해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였다”며 “이는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방송과 똑같고, 단순한 해프닝을 외교 참사로 규정해 정권을 흔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BC를 ‘민주당 전위부대’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이라는 간판과 구호를 내려야 한다. 이제 MBC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영화를 통해 MBC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윤수현 기자.
▲MBC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윤수현 기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한국 국회가 글로벌 펀드 1억 달러 지출 승인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냐는 취지였다. 이 내용을 조작·왜곡하는 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규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30분가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다시 국회로 복귀했다. 국민의힘은 29일 검찰에 MBC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지금 한창 변호사들이 (고발장을) 쓰고 있다. 내일쯤 제출될 거다. 검찰에”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국민의힘 출입 저지 시위…“언론탄압 중단하라“

같은 시간, 출입문 반대편에선 언론노조 MBC본부의 항의 방문 저지 시위가 열렸다. MBC본부 조합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문을 가로막고 “적반하장 쪽팔린다, 언론탄압 중단하라”, “언론탄압하지 말고 확인부터 먼저하라”, “사실 왜곡 누가 했나, 적반하장 하지 마라”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이 같은 상황은 마치 코미디 같다.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을 이렇게 큰 사안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들에게는 희생양이 필요하고 자신들의 잘못은 안중에도 없다. 권력을 잡았으니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낡은 생각만 드러날 뿐”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오늘 이렇게 우스운 사안에 대해 우리 역시 웃는 낯으로,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투쟁하자”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 출입문 앞에서 저지 시위를 열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 출입문 앞에서 저지 시위를 열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왜 MBC를 표적 삼는지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2008년의 트라우마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언론 종사자들에게도 그 시기는 잊지 못할 시기다. 청와대에서 수시로 보도 개입을 위한 전화를 걸고 사주들은 언론을 사유화하고 언론 환경을 황폐화시켰다. 그때를 잊지 않고, 이번에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호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오늘 MBC에 와보고, YTN도 싸움을 준비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YTN의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만약 대통령실에서 보기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와 다르다면 즉각 대응했으면 되는데, 15시간 후에 발언을 부정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만 알면 되는데 15시간이나 걸릴 일이 있나. MBC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은 보도를 했는데 이는 겁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항의 방문 직전 ‘MBC노조 특보’를 발행하고 국민의힘의 항의 방문을 “항의를 가장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가짜뉴스, 매국 방송 운운하며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반대진영의 계획된 공격이라는 진영논리와 음모론으로 덧칠해보려는 수법은 중상모략이자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술수”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한 뒤 “MBC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 수십 명이 버스까지 전세해 항의 방문을 한다는 것은 항의를 가장한 협박이며 방송 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상암문화광장 앞에서 MBC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보수 성향 단체. 사진=윤수현 기자.
▲상암문화광장 앞에서 MBC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보수 성향 단체. 사진=윤수현 기자.

보수성향 단체 언론노조 혁파-북한 지령 주장

한편 KBS노동조합·KBS공영노조·MBC노동조합·미디어연대·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등 보수 성향 단체는 상암문화광장 앞에서 ‘가짜뉴스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성제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경찰 추산 230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KBS·MBC는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으므로 언론노조를 혁파해야 한다”(최영재 더자유일보 편집국장), “노동조합에 장악된 세력(MBC)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과 똑같다”(김영교 제대군인)고 주장했다. 이영풍 KBS노동조합 정책실장이 행사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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