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뉴욕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언론 탄압 문제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이 26일 MBC에 직접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언론을 탓한 후, 대통령 비서실에서 직접적으로 언론사에 질의서를 보내 보도 경위 등을 물은 것이다.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 비서실이 방송사 사장에 질의서를 보내고 보도 경위를 묻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대통령 비서실의 질의서는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박성제 MBC 사장에게 해당 보도에 대한 해명 및 경위 설명을 하라며 의원실에 올 수 있는 가능 일시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MBC 측은 27일 대통령 질의서에 대해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 박성중 의원의 임원 소환에 대해 “언론사 임원을 임의로 소환하려는 시도는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9월26일 윤석열 대통령. ⓒMBC 보도화면 갈무리
▲9월26일 윤석열 대통령. ⓒMBC 보도화면 갈무리

대통령 비서실, MBC에 “발음 특정한 근거는” 등 6가지 질의

대통령 비서실은 26일 오후 6시 경 박성제 MBC 사장과 박성호 MBC 보도국장을 수신자로 ‘MBC의 순방기간 중 보도에 대한 질의’라는 제목의 질의서를 보냈다.

대통령 비서실이 MBC에 보낸 질의는 “보도를 위해서는 사실을 특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확인 노력과 함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며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다음과 같은 질의를 드린다”고 시작한다. 

대통령 비서실은 MBC에 6가지 질의를 했다. 질의 내용은 △9월21일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소속 기자들이 임의로 발음을 특정한 것이라면)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는지 △대통령실은 MBC 보도와 관련해 해당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는데 MBC는 최초 보도를 수정하지 않고 추가 보도를 하면서 자사가 잘못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는 자막을 달아 확대 재생산 중인데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한 이유는 △대통령실 설명 이후 9월25일 보도에서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날리면’의 병기 없이 내보내는 중인데 반론보도청구권 차원에서 ‘날리면’을 병기 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대통령의 발언 중 ‘국회’라는 단어가 마치 미국 의회인 것처럼 별도 괄호로 미국이라 표기한 것은 해석이나 가치판단이 아닌지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고 외교분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MBC에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위의 질문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MBC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박성중 의원실, MBC 사장에 “해명 가능한 일시 알려달라”

또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은 26일 박성제 MBC 사장과 보도 책임자에 공문을 보내 박성중 의원실에 방문해 해당 보도에 대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박성중 의원실 측은 공문을 통해 “최근 MBC가 미국 방문 중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낸 것과 관련해 국회 국민의힘 과방위와 국민의힘 ICT 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에 사건 해명 및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C에 26일 오후나 27일 오전 중 박성중 의원실에서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과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위를 설명하라고 했다. 공문에는 “박성중 의원실로 참석 여부와 가능 일시를 알려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써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한 MBC 보도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한 MBC 보도 갈무리

MBC “언론자유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유감, 우려”

대통령 비서실의 질의에 대해 MBC 측은 27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MBC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MBC “‘비속어 발언’ 비판 빠져나가려고 희생양삼아 탄압”]

MBC 측은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고 전했다.

MBC 측은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의 공문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과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MBC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 중 한 명이 국회에 와서 ‘MBC 허위 방송’에 대해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언론사 임원을 임의로 소환하려는 시도 역시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C 측은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라며, MBC는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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