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뉴욕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언론 탄압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발언 취지의 핵심적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MBC가 이를 발빠르게 보도한 점을 문제삼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MBC 보도 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사안을 언급한 점을 꼽으며 ‘MBC와 정언유착’이라는 문제제기까지 제기했다.

[관련 기사: MBC보도 왜곡 프레임 총공세 나선 국민의힘 ‘밀정’ 의혹까지 제기]

이에 26일 오후 MBC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MBC를 향해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며 공식입장을 냈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MBCNEWS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 사진=MBCNEWS 갈무리

MBC “MBC 보도 전 이미 풀기자단과 SNS에서 공유된 영상”

MBC 측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막말’이라며 비판을 한 시각이 지난 22일 오전 9시33분이고, MBC가 유튜브에 최초로 동영상을 올린 시각이 당일 오전 10시7분이므로, MBC가 보도하기 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관련 내용을 어떻게 알고 발언했겠냐고 문제 삼고 있다”며 “이들은 MBC 쪽에서 누군가가 보도 전에 박홍근 원내대표 등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기 때문에 박홍근 대표가 알았을 것이고, 이는 ‘정언유착’이란 황당한 의혹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MBC 측은 “미국 뉴욕에서 촬영된 영상은 MBC 기자가 개인적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의 일원으로 촬영하고 바로 전체 방송사에 공유된 것”이라며 “풀 기자단 순번 선정에 본사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해당 촬영본은 KBS, SBS 등의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KTV, 아리랑TV 등의 방송사에 거의 같은 시각에 공유되었고 촬영 후 모든 방송사에 똑같이 영상을 공유하는 풀(POOL) 기자단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음에도 마치 MBC만 이 영상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MBC 측은 “MBC가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22일 오전 10시7분 훨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관련 내용과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었다. 본사 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돌아다니고 있던 ‘반디캠 캡처 동영상’을 본사에 알린 시각은 22일 오전 9시20분쯤”이라며 “국민의힘 전 당직자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한 시각과 비슷한 22일 오전 9시41분쯤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련 내용과 영상을 올렸다. MBC가 보도하기 전인 오전 10시3분쯤 트위터에 한 누리꾼이 ‘받’(받음)의 형태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MBC 유튜브 갈무리
▲MBC 유튜브 갈무리

MBC 측은 “이 영상은 영상 취재기자가 촬영 후 바로 각 방송사로 보냈고, 대통령실 기자들이 ‘비속어 발언’ 내용을 확인해 대통령실 기자들과 공유한 시각이 22일 오전 8시 이전(한국 시각)이었다”며 “당시 뉴욕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여러 기자가 같이 영상을 돌려보면서 발언을 확인했고, 이 자리에는 대통령실 직원까지 관련 내용을 같이 봤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내용은 오전 8시를 전후해 국내 정치부 기자들의 단톡방에도 이른바 ‘받’의 형태로 급속히 퍼졌다. 이러한 내용을 정치인들이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한 22일 오전 9시33분 이전에 이미 다양한 경로로 언론사들 사이에서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영상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언유착”은 과도한 주장이라는 의미다. 

MBC “‘비속어 발언’ 비판 빠져나가기 위한 언론 탄압”

MBC 측은 “대통령실의 엠바고(보도유예)가 해제된 22일 오전 9시40분 이후인 당일 오전 10시7분쯤에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다른 언론사들도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며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MBC를 ‘좌표 찍기’한 후 연일 부당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는 이른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는 “처음에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발언을 보도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다가, MBC가 보도한 발언 내용이 틀리다는 공격으로 이어졌고, 그 다음에는 대통령의 발언에는 비속어 자체가 없는데 MBC가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는 식으로 언론 탄압의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MBC가 민주당과 내통했다는 ‘정언유착’ 음모론까지 펼치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MBC는 “지금은 언론사에 대한 공격도 모자라, 해당 보도를 한 기자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까지 가해지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MBC는 ‘좌표 찍기’를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실 보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항의방문 예고 국민의힘, 언론노조 MBC본부 “시대착오적 망령”

국민의힘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MBC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후, MBC에 항의 방문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최성혁)는 같은날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집권 여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해 MBC 본부는 유감과 함께 왜곡 선동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해당 입장문에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우선 국민의힘이 말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틀렸다. 국민의힘은 한 매체가 대표로 취재를 하더라도 기자단에 속한 매체들도 해당 영상을 모두 받아서 보도하는 풀취재단 취재 특성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은 뒤 “보도 자제를 요청했더라도 보도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은 해당 언론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민의힘은 MBC가 영상의 대화 내용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나 외교부에 추가 확인 없이 멋대로 자막을 달아서 보도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 22일 대통령실은 비속어 발언이 담긴 풀영상을 풀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단 전체에 공유하지 말 것을 왜 요청했는가”라며 “대통령실 스스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기자단에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국민의힘 논리라면 MBC를 제외한 수많은 언론사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특정 자막을 넣어 단정적으로 보도를 했다는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MBC를 표적 삼아 이번 국면을 모면하고 언론장악의 달콤한 추억과 망령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허위사실로 본질을 흐리고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운운하며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망령일 뿐”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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