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급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에 나서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연일 MBC를 거론하며 ‘역공’을 펴는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지상파3사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보도하면서도 국회를 향한 욕설을 시인하고도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권성동·나경원 MBC ‘조작’ 주장
유승민·홍준표 대통령 정조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유튜브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비판하고 나섰다. 권성동 의원은 SNS를 통해  “MBC의 자막은 대통령의 발언을 지극히 악의적으로 왜곡시키기에 충분했다”며 “이번 사건에서 MBC가 보여준 행태는 신속한 보도가 아니라 ‘신속한 조작’” “MBC 뉴스는 정치 투쟁 삐라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MBCNEWS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 사진=MBCNEWS 갈무리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이날 SNS를 통해 “대통령이 국회라고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임이 분명하다. 불분명한 뒷부분을 바이든이라고 해석하며 미 의회와 미국 대통령을 비하한 것이라고 호도했다”며 “MBC는 의도된 왜곡, 조작에 따른 국익 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바이든’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뿐 아니라 “비속어도 없었고”라고 밝혔다. 이는 비속어는 미 의회가 아닌 국회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주장과도 차이가 있다.

여당 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4일 SNS에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며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을 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며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5일 SNS에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며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했다. 

지상파 3사 일제히 ‘국회 욕설’ 문제 지적

대통령실 해명 이후 언론에서는 ‘바이든’이라는 확정적 표현을 쓰기 보다는 ‘논란 중인 사안’으로 규정하는 모양새다. 

지상파3사는 대통령실 해명을 전하면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다룬 보도를 냈다. KBS 뉴스9은 지난 23일 “15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해명을 내놨지만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은 “발언의 큰 파장이 일었음에도, 대통령실 해명은 15시간이 걸렸다”며 “처음엔, ‘확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 하더니 ‘사적 발언’이란 해명을 거쳐, ‘단어가 틀렸다’란 입장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 23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23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23일 SBS 8뉴스 갈무리
▲ 23일 SBS 8뉴스 갈무리

KBS 뉴스9은 “우리 국회를 향해 비속어를 썼다는 해명,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며 “결국 우리 국회를 폄훼한 건데, 대통령실은 거친 표현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안다면서도,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SBS 8뉴스 역시 해명을 전한 뒤 기자 대담 코너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욕설 대상이) 우리나라 국회가 되는 거다. 그것도 문제 아닌가”라는 앵커의 질문에 기자는 “협력의 상대방을 폄훼한 건데, 그간 윤 대통령 (협력) 발언에 진정성이 있었느냐, 이런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며 “해명이 됐든 사과가 됐든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 역시 “비속어 논란의 화살을 우리나라 야당에게로 돌렸다는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며 “더구나 대통령실은 유감 표명이나 사과없이 거친 표현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했다.

JTBC 뉴스룸도 대통령실 해명을 전한 리포트에서 “늦은 해명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특히 비속어가 윤 대통령이 협치 상대라고 강조해온 민주당을 직접 겨냥한 거란 해명은 국내 정치권에 더 큰 파장을 불렀다”고 했다.

▲ 23일 JTBC 뉴스룸 갈무리
▲ 23일 JTBC 뉴스룸 갈무리

JTBC를 제외한 종편3사는 대통령실 입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TV조선 뉴스9은 “진실보다는 해석의 차이에 따른 정치적 공방으로 남게 됐다”고 보도했고, 국회 욕설 문제를 비판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채널A의 경우 앵커리포트와 대담 코너를 통해서는 대통령과 여당에 비판적인 내용도 다뤘다.  채널A 뉴스A는 23일 앵커리포트를 통해 “정작 당사자인 대통령은 해명도 없고, 대통령실은 적반하장격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22일 채널A 뉴스A ‘아는 기자’ 코너에서는 “대통령에게서 이런 발언이 나온 걸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MBC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23일 입장문을 내고 “거의 모든 언론사가 해당 동영상을 보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도 일부 정치권에서 유독 MBC만을 거론하면서 좌표찍기하듯 비난하는 것에 대해 MBC는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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