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간의 팬데믹을 계기로, 기존에 차별을 받아왔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오히려 심화되고, 계층 간 더 큰 격차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팬데믹이 한국 사회의 ‘돌봄’ 공백을 드러냈으며, 돌봄 공백 역시 소수자와 약자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보도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저널리즘’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미디어젠더다양성위원회 특별세미나 ‘팬데믹과 언론의 소수자 보도’에서는 팬데믹이 드러난 약자의 불평등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정의철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팬데믹 시대, 언론 속 소수자와 차별, 불평등’이라는 발제에서 “팬데믹은 정신병동 환자, 시설 수용 장애인과 빈곤층, 노인, 성소수자, 이주민, 노숙자, 유색인종, 여성 등의 차별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며 “언론은 팬데믹 위기에 감염자 차별과 배제와 함께 공동체를 오염시킨 주범을 색출해 추방하거나 희생시키는 역할을 했고 신체적 약자나 사회저으로 배제당해온 이방인, 걸인 등이 희생됐다”고 짚었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의 '팬데믹과 언론의 소수자 보도' 특별 세미나. 사진=정민경 기자.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의 '팬데믹과 언론의 소수자 보도' 특별 세미나. 사진=정민경 기자. 

정 교수는 특히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언론은 ‘이태원발 게이클럽’과 관련한 보도에서 성소수자 비난으로 논점을 전환시켰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이러한 소수자 차별 보도가 퍼지고, 소수자가 이미 겪고 있었던 문제들과 겹치면서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미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는 여성과 소수 민족에게 집중됐고, 뉴욕시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의 인구 대비 코로나 사망자는 백인 보다 두배 높았으며, 그 이유는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이와같이 소수자가 가진 특성이 팬데믹이라는 재난에서 심화되면서 또 다시 차별을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이러한 위기로 인해 이번 팬데믹에서 ‘성소수자대책본부’와 같은 당사자 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언론을 모니터링하며, 언론중재위원회 앞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는 등 당사자들의 직접 행동을 끌어냈다는 평도 내놨다. 정 교수는 “언론은 이같은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공공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성소수자 혐오성 기사 제목 갈무리.
▲팬데믹 기간 성소수자 혐오성 기사 제목 갈무리.

최이숙 동아대 강의전담교수는 팬데믹 시대에 드러난 ‘돌봄노동’의 공백과 관련한 보도를 점검했다. 팬데믹이 발생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폐쇄되면서 공적 돌범의 위기가 생겨났고 돌봄 공백을 짚는 여러 보도가 쏟아졌다. 최 교수는 돌봄의 문제는 돌봄의 가족화, 젠더화가 강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라며 젠더 기사를 적극적으로 써왔고 젠더 관련 기구를 둔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의 ‘돌봄 보도’를 살펴봤다. 최 교수는 3개 언론사의 2020년 2월23일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의 235개의 기사를 분석했다.

최 교수는 ‘돌봄 보도’들이 공통적으로 돌봄 불평등에 대한 기사들을 다뤘다며 “돌봄의 부재는 특히 취약계층 아동에게 관계의 문제를 넘어 삶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등교가 중지된 학교에 저소득층 아동이나 장애 아동들은 급식 등을 하지 못해 생존의 위기로 확대됐고, 장애 아동의 경우 원격 교육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소수자 낙인찍는 보도아닌 ‘솔루션 저널리즘’ 고민해야

최 교수는 서울신문의 ‘격차가 재난이다’라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좋은 보도의 예로 꼽았다. 이 기사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서울신문 기자가 2주간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쓴 탐사 기사가 포함돼있으며 유소년층의 격차, 청년과 장년층의 격차, 노년층의 격차 등을 두루 다뤘다. 이 기사가 기자들과 함께 학계, 전문가들이 협업을 한 점도 좋은 점으로 꼽혔다.

▲서울신문의 인터랙티브 기사 '격차가 재난이다' 중 포스트코로나 격차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 일부. 사진출처=서울신문 홈페이지. 
▲서울신문의 인터랙티브 기사 '격차가 재난이다' 중 포스트코로나 격차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 일부. 사진출처=서울신문 홈페이지. 

최 교수는 특히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인 ‘포스트코로나 격차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을 좋은 보도가 향할 방향으로 꼽았다. 이 선언문은 △교육 격차를 해소하자 △불안정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 △돌봄을 공공화하자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을 구현하자 △국가의 역할 확장을 위해 튼튼한 재정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최 교수는 이 선언문은 탐사 보도 후 문제를 짚고, ‘솔루션 저널리즘’의 일환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봤다. 다만 해당 보도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의 문제를 짚으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물론 모든 것에 대한 해결책을 언론이 제시하라고 할 수도 없다”며 “언론에만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떠맡기는 것은 학계의 비겁함일 수 있으며, 대안 저널리즘을 위해 서울신문의 사례처럼 학계와 언론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오은영의 ‘솔루션’은 ‘솔루션 저널리즘’에 해당될까

토론을 맡은 이희은 조선대학교 교수는 “언론보도 역시 그렇지만 예능 프로그램 등과 같은 미디어에서 다루는 아동 돌봄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요즈음 아동 돌봄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인기를 얻은 오은영씨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미디어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89화 갈무리.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89화 갈무리.

멘토들의 상담은 돌봄 문제를 공적 돌봄 확대나 제도적 확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문제들로 환원시키기 때문에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이숙 교수는 “오은영으로 대표되는 상담 프로그램의 문제는 아동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노출한다는 데 있고, ‘솔루션 저널리즘’은 구조적 문제를 함께 고민해 해소해 나가자는 것인데 ‘심리상담’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화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위험하게 느껴진다”며 “한편으로 ‘각자 도생의 사회’ 속 많은 이들이 남을 배려하거나 돌보지 않아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열광은 이해가 가지만, 많은 문제를 개인화한다는 점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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