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상임감사 공모에 지원했던 최철호 KBS PD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결과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현 여권이 최 PD를 밀어주려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KBS 내부에서 그를 향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감사 공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0일 네 명의 상임감사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지만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결정했다. 앞서 이번 상임감사 공모에는 총 다섯 명이 지원했으나 최 PD는 면접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21일 뉴스토마토 보도를 계기로 최 PD의 감사 탈락 이야기가 공론화됐다.

해당 기사는 최 PD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당대표)를 강하게 비판했고, 그렇기에 여권이 그를 코바코 상임감사로 밀었다는 후문이 중심이다. 이 매체는 “해당 인사가 감사 공모에 지원하자 코바코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까지 나서 그의 임명에 힘을 실었고, 대통령실도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그러나 (최씨가) 감사 업무와는 연관성이 없는 공영방송 PD라는 점에서 부적격 논란이 일었고, 결국 서류전형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정부의 코드 인사에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공기관 장악 우려가 노골화됐다며 그 뜻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최PD가 코바코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내용도 전했다.

코바코 상임감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 감사 관련 업무와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자격요건으로 두고 있다. △공인회계사나 변호사 자격 및 관련 업무 3년 이상 종사 △대학 감사 관련 분야 조교수로 3년 이상 재직 △공공기관·주권상장법인·연구기관 감사 관련 업무 △국가·지방자치단체 감사 관련 업무 3년 이상, 5급 이상 공무원이나 이에 상당하는 공무원 근무 경력 △임명 예정 공공기관 업무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법인·비영리민간단체·정당에서 감사 업무 1년 이상 담당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최 PD는 이번 상임감사 지원자 중에 자신이 가장 자격요건에 부합하다고 주장한다. 22일 통화에서 그는 본인이 과거 KBS 자회사(KBSN) 대표이사로서 광고영업 관련 경험을 쌓았고, 방송 경험도 본인 뿐이라고 말했다. “(감사 지원자) 5명 중에서 나만 유일하게 떨어뜨렸는데 거기엔 중소기업에서 일했던 분도 있다”면서 “(서류심사에서) 내게 최하점을 줬다고 한다. 그 기준에 의하면 다른 사람도 같이 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본인 탈락은 임원추천위원회의 ‘담합’ 결과라고 주장했다.

▲코바코 로고
▲코바코 로고

그는 또한 자신의 탈락을 기사화한 뉴스토마토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민 중이라고도 밝혔다. 본인을 여권과 연관짓는 것은 “악의적이다.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만들기 위해서 그런(흘린) 게 있다고 본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본인이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지적을 하려면 현 이백만 코바코 사장, 직전 상임감사인 추혜선 전 의원도 비판하라고 말했다. 자격 여부를 따지면 현 코바코 이사진 중 일부 인사들 먼저 문제 삼으라는 주장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일련의 최PD 대응이 스스로 부적격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전제로 의견을 밝힌 코바코 이사진은 “어떻게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 현황을 알고 공개적으로 발설할 수 있나. 그 내용이 사실이면 진짜 코바코 내부 감사가 필요한 일”이라면서 “이런 분이 어떻게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감사 업무를 할 수 있나.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에 후보로서 적절치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 명단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임원추천위원은 공식 석상 외에 후보자·이해관계자와 개별적 접촉을 해선 안 되고, 후보자 모집·추천 과정에서 알게 된 사항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최 PD의 코바코 감사 지원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KBS 내부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가 현 공영방송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단체들에서 활동해왔고, 이들 단체와 여당(국민의힘)간 접점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앞서 사내게시판에 “(직원연대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사내외 일부 세력들과 규합해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고, 선거 이후 이 단체는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개칭해 공영방송 흔들기를 계속해오고 있다. 직원연대 최철호 대표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몸집을 불려온 세 단체의 사실상 대표를 맡아왔다”며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겠다던 최철호 대표였지만 대선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개최한 공영방송 관련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약속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직업 선택은 자유지만 이미 특정정당과 유착해 자리를 맡는 것에 대해 비판해오던 자가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에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뻔뻔함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최 PD가 속한 단체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사건 시민사회 진상규명조사단’, 지난 6월 현 KBS 경영진 대상 국민감사청구 신청 등에 참여했다.

이에 최PD는 20일 코바코 감사 지원에 대해 “곧 퇴직을 해야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어떤 곳이든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감사직을 신청한 것을 두고 특정 정당과 유착 운운하며, 그동안 제가 해온 활동과 모순된다는 것은 무슨 해괴한 논리 비약인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상임감사 지원을 문제 삼은 언론노조 KBS본부에 대해서도 “코바코 누구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았는지 수사의뢰 대상”이라고 미디어오늘에 덧붙였다.

코바코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류심사 절차에 대한 최PD 주장에 대해 코바코 사측은 “모든 게 그분의 주장인 것 같은데 그에 대해 저희가 할 말은 없다”며 “임원추천위원회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저희도 모른다”고 했다. 코바코 이사회는 내주 회의를 열어 상임감사 재공모를 위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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