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욕설 영상에 대해 ‘바이든’(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는 ‘소음 제거’ 영상들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대통령실 해명이 역풍을 부른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이후 ‘이XX들’이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한국 대통령이 비속어를 쓰며 미국 의회를 폄훼했다는 욕설 논란이 불거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 오전에 이르러서야 ‘이XX들’은 미국이 아닌 한국 의회를 말한 것이고,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짜깁기와 왜곡”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YTN 유튜브 갈무리
▲YTN 유튜브 갈무리

이를 두고 여권에서도 “그만 합시다”라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곽승용 국민의힘 부대변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차라리 무대응을 하시던가. 저도 음악했던 사람이라 잘 알지만 이거 주변 소음 다 제거하고 목소리만 추출하는 거 가능하다”며 “그렇게 하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라고 밝힌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현장 소음을 제거한 영상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YTN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음 제거 영상을 올리면서 “‘김은혜 대통령실 수석은 해명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노이즈’를 제거해봤다”며 “어떻게 들리나요? 바이든? 발리면? 말리면? 날리면?”이라는 설명글을 붙였다.

KBS는 ‘대통령 발언, 다시 들어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현지 공동 취재단 카메라에 담긴 대통령 발언을 편집 없이 ‘촬영 원본’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 △윤 대통령 목소리가 잘 들리게 주변 잡음을 최대한 제거한 상태의 영상 등을 비교하며 공개했다.

▲KBS 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KBS 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기사는 “방송 뉴스에는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인터뷰에 가급적 자막을 달고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의 경우 자막에 따른 선입견 없이, 오디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막을 달지 않기로 했다”며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라고 물었다.

대통령실 해명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기보다, 부적절한 대응에 대한 비판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통령실 입장처럼 욕설이 한국 국회를 겨냥한 발언이었다고 전제해도 국회를 향해 명확한 입장표명이나 사과가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각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나 태도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비판을 비판으로 맞서면서 문제를 진영논리로 가져가려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하원의원들의 트위터 게시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하원의원들의 트위터 게시글

이번 논란이 외신 보도를 통해 해외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터 마이어 미국 미시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 발언이 담긴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봐, 우리만 그렇게 말할 수 있어”(hey, only we get to say that)라고 밝혔다. 카이알리 카헬레 미국 하와이주 민주당 하원의원도 같은 기사를 두고 “국정지지율 20%. 송구하지만 대통령 각하, 당신의 본국에 집중하셔야 한다”(20% approval rating. With all due respect Mr. President, you should focus on your own country)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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