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20일 이사회 안건으로 ‘박성제 MBC 사장 해임 결의 논의 건’이 다뤄졌지만, 다수 이사의 반대로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고 ‘논의 종결’로 끝났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알려진 김도인 방문진 이사의 안건 제안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이날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하지 말자는 이사가 5명(강중묵, 김기중, 김석환, 박선아, 윤능호), 논의를 계속 하자는 이사가 2명(김도인, 지성우)으로 나타나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는 종결됐다. 임정환 이사는 해당 논의에 대해 찬반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앞서 김도인 이사는 박 사장을 해임해야 하는 이유로 △진영 논리에 입각한 ‘국민 갈라치기’ 보도로 여론 양극화 초래 △‘끼리끼리 나눠먹기’ 식 인사로 회사의 경쟁력 추락 △부당노동행위 방치 등의 이유를 적은 제안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언론노조
▲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언론노조

김도인 이사, “MBC 보도, 진영논리에 입각해 여론 양극화 초래”

20일 서울 상암동 방문진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김도인 이사는 “박성제 사장 해임 제안을 한 것은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다. 저는 약 2년이 넘도록 뉴스 모니터링을 하는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MBC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여론 양극화를 초래하는 보도 다수 해왔다”며 “박성제 사장은 언론노조 관계자에게 유리한 끼리끼리식 인사로 MBC의 경쟁력을 추락시켰다.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자회사를 호봉제로 전환하거나 임금 피크제를 폐지하는 등 거꾸로 경영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박성제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방치에 대해서는 현재 사법 처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또 하나 논의하고 싶은 것은 MBC의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방문진의 직무유기다. 2021년 경영평가 보고서에 MBC 기자의 경찰 사칭 사건이나 그 해 시사인과 기자협회의 신뢰도 조사에서 MBC의 불신도가 높게 나타난 사실이 빠져있다. 이를 보고서에 넣자고 주장했음에도, 집필 교수의 자율성을 핑계로 끝내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한 “나아가 MBC 저널리즘스쿨 운영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다. 정치인 이재명에 대해 ‘최고의 지도자’라고 평가한 백낙청 명예교수를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로, 또한 ‘열린공감TV’ 강진구 기자를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로 위촉하며 ‘국민 가르기’ 보도를 지지한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김도인 이사의 주장에 대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경영평가 문구와 관련해서는 당시 이사회에서 해당 문구를 넣을까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우리 이사회가 전체 합의해 넣지 않기로 하고 해당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과거 이사회 결정에 참여하신 분으로서 이런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이사장은 “저널리즘 스쿨 강사와 관련, 백낙청 교수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했는지는 강사 섭외 참고 사안이 아니고 해당 강의 내용은 정치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분단 체제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강의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강진구 기자에 대한 건은 노무사 자격증을 가진 ‘노동전문기자’가 어떻게 취재를 해왔는지에 대한 강의를 맡기려했지만 ‘열린공감TV’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강사에서 배제됐다. 강진구 기자가 MBC저널리즘스쿨 강사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것은 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상암 MBC 사옥. ⓒ연합뉴스.
▲ 서울 상암 MBC 사옥. ⓒ연합뉴스.

이사 5명 반대·2명 찬성·1명 기권으로 해임 논의 종결

김도인 이사가 제안한 사장 해임안에 대해 동의하는 이사는 김 이사를 제외하고 지성우 이사 한명뿐이었다. 지성우 이사(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도인 이사의 해임 논의에 찬성한다며 “MBC의 가구 시청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메인뉴스 시청률도 KBS와 SBS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데 이는 보도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MBC 내에서 다른 방향의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인사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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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김기중, 강중묵, 윤능호, 박선아 이사는 김 이사의 해임 논의 제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석환 이사는 “현재 MBC는 경영적으로 개선되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고, 큰 폭의 영업 흑자를 실현했고 유튜브에서도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또한 시사인이나 기자협회의 조사를 인용해 MBC가 신뢰도가 낮다고 주장하시는데, 시사저널이나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의 조사에서는 MBC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 종합적인 지표로 볼 때 해당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우며 해임 논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중 이사는 “공영 방송의 사장 해임 판결을 따져보면 재임 중 비리, 경영 능력 상실을 야기하고 이것이 사장의 책임이어야 한다”며 “제안서를 살펴보면 박성제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했던 발언 등 그가 드러낸 진영 논리가 사장이 된 이후 보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이는 추상적 주장이며, MBC에서는 보도의 자율성이 보장돼있기에 문제가 되려면 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부당 노동행위의 근거나 방치의 근거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법원이 제시해왔던 해임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제 MBC 사장 ⓒ연합뉴스
▲박성제 MBC 사장 ⓒ연합뉴스

강중묵 이사는 “현 사장이 모두 다 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부족한 면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해임 사유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2021년 시사인과 기자협회의 조사 외에도 다양한 조사를 종합했을 때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으며 디지털 뉴스 경쟁력은 상당히 높고 경영수지도 적자를 벗어나,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사장의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해임할 정도의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능호 이사 역시 다양한 조사에서 MBC의 신뢰도나 영향력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해임 논의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박선아 이사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갈라치기 보도로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은 주관적이고 만약 사실이라고 해임이라는 법률적 불이익을 줄 정도라기 보다 방문진이 지적을 하면서 함께 개선해나갈 사안”이라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확인된바 없으며 방치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장 “정치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 이뤄져야”

이렇게 김도인 이사가 제안한 ‘박성제 MBC 사장 해임 결의 논의 건’은 5명의 이사의 반대로 논의가 종결됐다.

논의 종결 후 권태선 이사장은 “김도인 이사가 이러한 의견을 제출하신 것은 MBC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장의 해임 제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하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MBC에는 여러 가지 불행한 역사가 있었으며 그 불행한 역사를 극복해야 할 책임은 방문진에게 있다. MBC는 공영 미디어로 주권자인 시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고 마땅히 우리나라 신뢰의 거점이자 균형 잡힌 공론장이 되어야 하는데 MBC가 이러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이사님들이 동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방문진뿐 아니라 MBC 역시 노력해야 하며, 특히 정치권에서 다뤄지고 있는 (공영방송) 지배 구조와 관련된 논의 등도 이뤄져야 한다”며 “오늘의 토론이 더 나은 MBC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하나로 기록되길 고대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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