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월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월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갔다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두고 여러 의문이 나온다.

‘좀더 일찍 출발했어야 하지 않느냐’, ‘사전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느냐’, ‘현지에서 걸어서라도 왜 못 갔느냐’는 등의 의문이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차관 등의 설명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9시에 출발해 오후 3시30분에 현지에 도착했다.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비행기가 저희가 일정을 조정하면서 더 일찍 도착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했던 정상은 조문을 할 수 있었”다며 “런던의 여러 복합한 상황으로 인해서 어제 이른 오후 이후 즉, 오후 2~3시에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 됐다”고 밝혔다. 3시30분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조문 대신 조문록 작성을 안내 받았다는 설명이다.

현지에 좀 더 일찍 도착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밤(런던 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조문 논란 관련해서 한국에서 ‘조금 더 일찍 출발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 질의에 “물론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며 “오전 9시에 출발했다. 오전 7시에 출발할 수도 있고 새벽에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왕실과 충분한 협의속에서 조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왕실 입장에서는 모두가 다 일찍 온다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이라며 “(여러 국가 정상에게) 시간을 다 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영국으로 이동 중 기내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영국으로 이동 중 기내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걸 지각을 하고 의전 실수라고 그럴 수 있겠느냐”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왕실에서 여러 국가들과 협의하면서 일정을 조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도 조문을 못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내에서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출발할 때부터 도착 이후 여건에 따라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냐’는 이어진 질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국 왕실에서 사전에 그렇게 저희에게 말을 한 것”이라며 “그렇게 일정을 조율을 해 놨지만, 어떻게 상황이 변동될지 모르고, 현지 여건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거기도 ‘충분히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 양해를 처음부터 전달해 드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양해는 언제 있었는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전날 사전 점검회의를 했는데 그때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왕실에서도 모든 상황들이 정확히 통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양해가 있었다’는 얘기가 사전 점검회의에서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20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같은 의문이 계속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러면 한 두 시간이라도 일찍 출발했다면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왜 미리 예측을 못했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런 문제를 영국 왕실과 충분히 사전적으로 협의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걸어가서 했고, 일본 왕은 리셉션을 마친 후 조문했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은 왜 융통성이 없는 거냐’고 묻자 “그 모든 것은 영국 왕실과 협의를 해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이 “9시에 서울공항에 떠났는데, 일요일 아침 일찍 호송받고 아크로비스타 관저에서 서울공항까지 가는데 10분밖에 안 걸린다”며 “빡빡한 일정인데 8시까지 주무시고 천천히 나왔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느긋하게 행사를 잡는 것을 좋다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조현동 외교부 차관은 “정상이 런던에 도착하는 항공일정은 1시간 일찍 가고 싶다고 가는 그런 상황 아니었”다며 “너무 많은 정상이 동시에 런던에 도착하기 때문에서 영국 측에서 다 슬롯을 배정해서 도착하도록 사전에 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그것조차도 계산에 고려해 넣지 못한 게 우리 외교부의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현동 외교부차관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취소 논란과 관련해 런던 도심 지도를 제시하며 질의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현동 외교부차관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취소 논란과 관련해 런던 도심 지도를 제시하며 질의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한편, 도착해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왜 걸어서라도 못 갔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김의겸 의원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갔다가 웨스트민스터(참배장소)에 들른 뒤 버킹엄(리셉션장소)으로 가려 했는데, 세 군데가 반경 1km 밖에 안되는 가까운 거리”라며 “웨스트민스터에서 버킹엄까지 1.2km(0.8마일)이고 도보로 16분 거리인데, 가서 예정대로 10분 참배하고, 20분 넉넉하게 걸어가도 6시에 리셉션에 도착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조현동 차관은 “현장 상황이 사전에 협의하고 계획한 것보다 막상 많은 정상이 도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장 상황은 도보로 16분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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