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을 희화화한 ‘캐리커처’를 전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과 작가를 상대로 기자 22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기자를 비판할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기자의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이 부딪히면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어떠한 기준으로 기자들을 선별해 캐리커처화했는지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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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는 ‘기자 캐리커처’에 등장한 기자 22명이 지난 16일 작가와 민예총을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구액은 총 2억2000만원이다. 

▲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
▲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

기자들은 소장에서 “해당 작가는 자신이 지지하는 진보진영 정치인들에 대해 부정적·비판적 보도를 했거나 반대로 보수진영 정치인들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캐리커처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권리의 행사라기보다는 입맛에 맞지 않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골라 우스꽝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자신들의 감정을 배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에 불과한다고 판단한다”며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이 사안은 한국기자협회가 법률지원을 맡았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협회 존립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협회 회원을 보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며 “회원들의 요청으로 소송대리를 맡았다”고 전했다.

김동훈 회장은 “소송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이번 캐리커처 논란은 실명이 공개된데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기자들의 얼굴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며 “풍자나 해학의 영역을 넘어 기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망신을 주고 인격을 모독한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또 언론의 자유만큼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풍자 내용을 보면 명확한 기준도 없고 일관성도 없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정인에 대한 화풀이 수준”이라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 언론도 문제가 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를 비롯해 다양한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논란을 거울삼아 우리 언론도 자성할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민예총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직 소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소장을 받게되면 읽어보고나서 민예총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예총은 지난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전시화 ‘굿, 바이전’을 개최했다. 이 가운데 박찬우 작가의 ‘기자 캐리커처’ 작품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작품은 전현직 기자 및 방송인, 정치인 110명을 희화화해 캐릭터로 만들고 얼굴에 분홍색을 덧칠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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