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국가폭력의 실체가 확인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의 공식사과와 피해자 지원에 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권고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가 진실화해위 권고 관련 공문을 접수조차 하지 않는 가운데 총리가 적극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정치분야)에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총리에게 “국가의 직접 또는 묵인과 방치하에 일어났던 폭력, 그것이 어떤 정권에서 일어났든 후임정부가 사과하고 희생자 보상에 나서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대한민국은 이념과 진영을 떠나 어떤 정권이든 국가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철저한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답했다. 

▲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유튜브 MBCNEWS 갈무리
▲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유튜브 MBCNEWS 갈무리

 

이 의원은 “지난달 24일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진상규명 결과)을 발표하고 국가가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회복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8000여명의 강제입소자에게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등을 저질렀고 총 사망자 657명에 이른 사건으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벌어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설명한 뒤 “이런 결정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정부로서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새 정부가 지난 정권에서 저질러진 국가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네”라며 “권고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형제복지원. 사진=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제공
▲ 형제복지원. 사진=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제공

 

현재 행정안전부가 진실화해위 권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 총리의 답변은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진실화해위는 당시 진실규명을 결정한 14건 중 9건에 대해 관련 부처에 내용과 권고사항을 통보하고 이행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산개척단 사건, 신군ㄴ부의 노동조합 정화 조치에 의한 강제해직 사건 등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진실화해위의 권고 통지서를 접수하지 않고 반려했다. 

행안부는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 등에 관한 규정’을 이유로 진실화해위 활동이 완전이 끝난 뒤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종합보고서에 포함한 권고사항만 이행관리하게 돼 있다며 진실화해위의 공문 수령을 거절한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진실화해위라는 국가기관에서 피해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행안부 등 주요 정부부처에서 이를 외면하며 시간을 끄는 셈이다. 

진실화해위의 지난달 24일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1차 발표 이후 지난달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정부와 국회에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하기로 한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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