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에 반영됐다가 철회 결정이 난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계획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뜬금 없다”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사업에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878억원의 혈세에 대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니되옵니다’라는 말조차 왜 못 했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정우택 의원은 19일 오전 BBS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영빈관 신축 문제에 “시기와 방법에서는 이번에 정무적 판단을 잘못해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영빈관의 신축 필요성을 국민에게 시간을 갖고 충분히 설명을 하면서 또 현재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뜬금없이 800억원(878억원)대의 영빈관 신축을 한다고 하니까 자연히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의 철회 지시를 놓고도 “이렇게 윤석열 정부가 정책 혼선이나 정부 정책에 오해를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충분히 인식하고, 국민과 공감을 하면서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난번 초등학교 5세 입학 논란을 아마 반면교사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수석들도 모르게 추진된 영빈관 신축을 누가 지시하고 밀어붙였는지 밝혀야 한다’는 야당 등의 목소리에 정 의원은 “야당에서는 당연히 주장을 할 수가 있고, 그렇게 여론이 많이 형성이 돼서 잘못된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야당의 주장도 저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우택 페이스북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우택 페이스북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어이없는 해프닝이 생긴 것에 대해서 일단 특별 감찰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며 “의사결정 과정에 걸러야 될 단계가 있어야 하는데, 한 번도 ‘아니 되옵니다, 이거 큰일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거나, 해도 묵살당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김건희 여사가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기 전에 빨리 대통령실 안에서의 어이없는 영빈관 신축 해프닝에 대한 전말을 감찰해서 문책할 필요가 있다”며 “한 번도 ‘이거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 한 사람이 없다면 대통령실 획일주의 문화가 큰 문제고, 묵살 당했다면 정말 의사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영빈관을 쓰면 된다’고 했던 대통령이 약속을 깨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이 결정 며칠 전에 ‘태양광 줄줄 샌다, 혈세를 낭비한 사람 엄단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혈세 878억을 이야기하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같은 방송에서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특별감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특별감찰은) 대통령을 감찰하겠다는 얘기인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현 전 대변인은 “기본 시스템이 안 돼 있다”는 점을 들어 “중요한 예산을 짤 때는 당정 간에 협의를 하는데, 이런 과정도 제가 보기에 없었던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 전 대변인은 “그렇다면 500조, 600조 되는 예산을 어떻게 짰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전에 협의하고 정책위의장 등이 공유하기 마련인데 그런 과정도 전혀 없이 예산이 짜여졌다는 걸로 들려서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이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빈관 신축 계획 전 과정을 특별감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이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빈관 신축 계획 전 과정을 특별감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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