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15일 오후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 연합뉴스
▲ 9월15일 오후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국회의원 56명이 15일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핵심 입법과제로 선정하고 정의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의 첫 번째 야권연대 법안으로 처리될지 관심이다. 여러 신문이 관련 법안의 내용과 의미를 다룬 가운데 조선·중앙일보 등은 이를 ‘거대야당’의 독주 내지 폭주라 칭하며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2013년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이 사측에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시민들이 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한 데서 유래됐다. 2015년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 이후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내몰린 일이 다시금 ‘노란봉투법’ 발의를 불렀다. 7건의 관련 개정안 주요 내용은 노조의 단체교섭·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로 제한하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노동계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었고,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재조명됐다”고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한 맥락을 설명했다.

▲9월1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9월1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일부 신문은 이번 법안을 거대야당의 독주, 폭주라 규정하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노란봉투법·감사완박법·시행령통제법…169석 거야 독주’라는 제목을 썼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불법파업 부추기는 巨野의 폭주’ 제목의 기사를 배치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통과땐, 노조가 공장 점거해도 책임 못물어’라는 제목으로 재계 입장을 다뤘다. 해당 기사는 “기업의 손배소 청구는 정부가 노조의 불법 사업장 점거나 조업 방해 행위에 대해 공권력 투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항 수단”이라며 “전문가들도 기업의 손배소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해외 투자 유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주하는 노조에 날개” “노조의 협박, 파괴, 상해행위가 만연” “무법천지법” 등의 격한 표현도 나왔다.

반면 한겨레(합법파업 범위 넓히는 게 핵심인데…재계 ‘손배 금지법’ 호도)는 재계의 비판을 두고 “현행법 틀 안에서 쟁의권을 폭넓게 보장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을 ‘재산권 침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간 것”이라 지적했다. 이 기사는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합법적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자는 요구가 뼈대”라며 “합법 파업의 범위도 현재 법원이 절차·수단·방법·내용 면에서 세세하게 규제하던 것을 쟁의행위 전반으로 넓히자고 요구한다. 경총이 말하는 ‘불법 쟁의행위까지 모조리 면책하자’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간 기업들이 ‘재산권 보호’보다 노조에 대한 해산·압박 의도로 손배소를 활용한 전례도 전했다.

수년간 스토킹 호소한 피해자 사망, 참사의 책임은

지하철 역무원이 수년간 스토킹해온 여성 동료를 살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스토킹 피해자의 희생을 막지 못한 수사·사법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지적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직장인 서울교통공사 측의 대응과 직원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범죄는 살해로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의 전형적 행태를 보였다. 가해자 전아무개씨는 2019년부터 피해자 상대로 수백차례 전화·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한겨레(3년간 집요한 스토킹…불법촬영·협박에도 구속은 없었다)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토킹 범죄를 여전히 일반 범죄처럼 다루는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는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고, 형사소송법상 보복범죄 우려를 구속사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9월16일자 한겨레 사진기사
▲9월16일자 한겨레 사진기사

스토킹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피해자 보호가 미흡한 점도 지적된다. 한국일보(두 차례 고소에도 불구속 수사…피해자 사망 못 막은 스토킹법)는 “(가해자가) 분명한 성범죄 피의자였으나, 경찰은 추가 보호조치는커녕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다”며 “피의자가 자유로우면 재판까지 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피해자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짚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꿰뚫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호조치도 시급하다. 이번 사건이 2016년 ‘강남역 사건’처럼 비화할 조짐도 감지된다고 내다봤다.

서울교통공사 대응이 피해자를 취약한 상황에 내몰았다는 비판도 있다. 피해자는 보호 장비 없이 여자 화장실에 혼자 순찰을 위해 들어갔다 살해됐고, 서울시하철 보안관은 돌발 상황 시 긴급 출동하지만 상주 인원이 아니다. 국민일보(나홀로 야간 순찰…무방비 피습 지하철 역무원 보호대책이 없다)는 “최근 2년간(2020년∼2021년) 연평균 210명의 역무원 등 공사 직원이 168건의 폭행·폭언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사와 서울시는 지하철 역무원과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10년째 답보 상태”라 전했다.

공사 안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분위기 탓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환경도 지적됐다. 경향신문(직원들, 가해자를 “착한 사람” 두둔…피해자 언니에겐 말할 곳도 없었다)은 유족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한 뒤, 공사가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자 가해자를 직위해제했지만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태양광 카르텔’ 발언, 사정정국 신호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를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사정정국을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사법처리’ 직접 언급한 윤 대통령, 사정정국 전면에)은 “윤 대통령이 엄단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의 후속 조사 범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각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거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고 조사 범위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겨레의 경우 사설(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태양광 이권 카르텔’ 발언)에서 “대통령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별 근거도 없이 ‘카르텔 비리’라고 단정한 것은 성급하고 지나친 비약”이라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경에 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태도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일을 기화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폐기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라면서 “일부의 비리를 빌미 삼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 정책 자체를 과거로 돌리는 역주행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16일자 한겨레 사설
▲9월16일자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尹 “태양광 이권 카르텔”…文정부 에너지사업 의혹 규명 나설 듯)는 “태양광 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 규명은 전(前) 정부를 겨냥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운동권 이권 카르텔’ 연루 첩보는 이미 검경에 입수된 만큼 수사 확대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며 “감사원도 하반기 감사 대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점검하며 태양광 사업 비리 관련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이날 ‘태양광 한다고 잘려나간 나무, 문 정부 때만 265만 그루’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동안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서 26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잘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 비중을 늘린 건데, 되레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산림을 훼손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감사원법 개정안에 ‘통제법안’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감사가 정치 보복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특별 감찰 시 국회 승인을 받고,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감사원 운용 문제의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되레 감사원에 대한 통제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신문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일보 사설(‘정치 감사’ 막겠다고 사전에 국회 승인받으라니)은 “여야가 바뀐 상황이라면 민주당 역시 이 법안을 비판할 것”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문제는 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도 감사원은 형식상 대통령 소속기관일 뿐 직무상 독립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면 전 정부의 정책을 흠집 내거나 인물을 내치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를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상식 벗어난 민주당의 감사원 통제법안), 서울신문(국회가 감사원 통제하겠다는 야당의 위헌적 발상), 세계일보(특별감사 전에 국회 승인 받으라는 민주당의 입법 횡포), 조선일보(이번엔 감사원 무력화, 민주당은 민주당 위해 법을 만든다) 등도 사설을 통해 해당 법안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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