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은 영상 길이가 짧아 ‘긴 호흡’(롱폼)에 익숙한 기성 언론이 접근하기 어려운 플랫폼이다. 그럼에도 전통 뉴스 미디어에 소극적인 10대, 20대까지 외연을 넓히기 위해 틱톡 진출이 필수로 여겨지면서 성공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5일 발간한 ‘틱톡을 활용한 동영상 뉴스 서비스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는 해외 언론 중 팔로워가 10만 명 이상인 틱톡 계정 52개의 포스트 520개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그 결과 집이나 직장에서의 일상생활을 담은 콘텐츠가 28.4%로 가장 많았고, 최근 사건을 전달하거나 해설하는 정보 콘텐츠가 19.0%에 달했다. 어려운 뉴스를 쉽게 풀어주는 해설 영상과 기자 개개인을 친근감 있게 느끼고 싶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틱톡 성공 비결로는 ‘매력 요소 추가하기’가 꼽힌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등 해외 언론사들의 틱톡 사례를 종합해 7월 발표한 해외 논문(Struggle for strategy. Presence, practices, and communicative strategies of legacy news providers on TikTok, Klug, D. & Autenrieth 2022)은 기성 언론이 ‘직접 질문하기’, ‘영상에 추가 해설하기’, ‘다른 소셜미디어 링크 추가하기’ 등 언론사와 수용자 간 상호작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nbc뉴스 틱톡 영상
▲ nbc뉴스 틱톡 영상

국내외 언론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은 다양하다. 360만 명(11일 기준)이 팔로우하고 있는 미국 NBC뉴스(@nbcnews)는 화제가 된 토픽성 뉴스를 짧게 편집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정치, 경제 등의 딱딱한 뉴스보다는 즉각적 흥미를 제공하는 ‘연성 뉴스’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예컨대 한 남성이 38마일의 강을 홀로 노를 저어가는 모습, 사람만한 독수리가 공항에 나타난 모습 등의 영상이 주를 이룬다.

일부 국내 언론사들이 이런 전략을 따르고 있다. 2019년 시작한 SBS의 틱톡 계정(@sbsnews)은 11일 현재 15만 명 넘는 팔로워가 있다. ‘25살 맞은 쌍두거북’,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악어 산책’ 등 해외 토픽성 연성 기사가 주로 게시된다. 11만8000명이 팔로우하는 YTN 틱톡 계정(@ytnnews)에도 아프간 남동부에 지진이 발생한 모습, 급식 김치에서 개구리가 나온 사진 등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게시되고 있다. YTN의 경우 기상캐스터가 날씨를 빠르게 전달하는 등의 콘텐츠를 별도 제작하다 기존 뉴스 영상 편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 사담을 나누는 듯한 워싱턴포스트 틱톡 영상
▲ 사담을 나누는 듯한 워싱턴포스트 틱톡 영상

기자를 등장시켜 ‘캐릭터화’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post)의 경우 기자가 최신 뉴스를 설명하는 콘텐츠로 140만에 달하는 팔로워를 얻었다. 취재기자가 뉴스의 맥락과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뉴스룸 내부에서 기자가 서로 장난치는 모습의 영상까지 제공한다. 기자를 친근하게 캐릭터화시키는 것이다. 마블 영화가 11월까지 나오지 않아 슬프다는 식의 사담을 주고받는 영상은 11일 기준 조회수가 10만 회를 넘는다. 딱딱하던 기자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팔로워 수가 140만 명인 USA투데이(@usatoday) 역시 기자가 등장한다. 가령 새로운 아이폰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자가 직접 무엇이 새로 추가됐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해당 영상은 11일 기준 조회수 50만 회가 넘었다. 흥미 위주의 연성 기사도 올리지만 정치·경제 등의 어려운 이슈에는 정보를 설명하는 자막을 달거나 기자가 직접 설명한다.

이와 비슷한 국내 언론사로는 JTBC(@jtbcnews_official)가 있다. 단순히 태풍 피해 소식을 전하지 않고 기자가 직접 등장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젊은 층의 관심이 높은 ‘청년월세 특별지원’을 기자가 직접 설명해주는 영상은 조회수가 11일 기준 11만 회에 달했다.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막의 크기, 변화도 역동적이다. 업로드도 2~3일에 한번 꼴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KBS와 MBC는 뉴스 브리핑 형식으로 틱톡을 운영한다. 국내 언론 중 틱톡 팔로워가 가장 많은 KBS(@kbsnewsofficial, 11일 기준 15만 7천명)는 기존 KBS뉴스의 영상을 3~4분 정도의 길이로 짧게 편집해 제공한다. 2020년 9월 BTS가 KBS ‘뉴스9’에 출연했을 때 방송사 방문 과정을 라이브 콘텐츠로 중계해 전체 참여자 85만 명, 최고 동시 접속자 14만6000명 등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

5만 명의 팔로워를 둔 MBC(@mbc14f)는 버티컬 브랜드인 ‘14F’로 틱톡 계정을 운영한다. JTBC처럼 기자가 등장해 뉴스를 설명하는 영상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뉴스를 짧게 잘라 브리핑하는 형태다. 영상 길이도 KBS처럼 3분 길이다. 특별히 틱톡에 맞춰 영상을 별도 제작하는 것은 아니고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 전송한 콘텐츠 중 짧은 분량의 영상을 선별해 제공한다.

언론사들의 틱톡 운영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짧은 영상의 형태가 뉴스를 왜곡할 수 있어 저널리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분 안팎의 영상에는 모든 맥락을 담을 수 없고, 중요한 부분이 편집될 가능성이 있다. 수용자 측면에서도 영상을 식별하고 비판적으로 검증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성 언론은 새로운 플랫폼에 필요한 저널리즘을 고민해야 한다. 보고서는 “뉴스가 이슈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복잡한 맥락과 심층적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면 틱톡을 통한 뉴스 서비스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기성 뉴스 미디어는 새로운 뉴스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서도 저널리즘 원칙이 실종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극소수 인력이 계정을 운영하는 실태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있다. 보고서는 “그마저 인사 발령으로 계정을 담당해온 기자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서비스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도해봤다가 얼마 못 가 포기하는 ‘주먹구구식’을 벗어나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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