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화법을 두고 옛날 왕이 쓰는 화법으로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정책 질의 과정에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공약 중에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가 있죠? 공약인데 추진 경과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동훈 장관은 자신이 수사 지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이미 실행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배 의원은 정부 입법으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이어갔다.

=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됐습니까?
/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 그건 입법 사항인 것이고요.

= 입법 사항이면 국회에서 법을 내면 받아들이시겠네요?
/ 당연합니다.

= 그럼 아까 얘기했던 공약을 지키는 데 앞장서서 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거죠? 수사지휘권 폐지에 정부 입법으로 내실 용의가 있나요? 대통령 공약인데?
/ 사실상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폐지된 거나 진배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안 한다고 했고, 실제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 법을 관장하는 장관께서 말씀을 그렇게 하실 일은 아니죠. 인치로 하지 않잖아요. 법치는 법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법을 바꾸고도 시행령 가지고 지금 법의 효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장관님께서 말씀하실 내용은 아닙니다.
/ 의원님 지난 정부... 한 건밖에 하지...(말 겹침)

=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윤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주무 장관으로서 그 법을 만들어서 국회로, 정부 입법으로 보내실 용의가 없습니까?
/ 제가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미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 그 구체적 사건...

= 대통령의 공약인데 검토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이 자리에 와서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대통령의 공약이잖아요. 공약이 틀렸으면 이행하지 않겠다던지. 로드맵상 지금 몇 년도쯤에 할 건데 어떻게까지 논의가 진행됐다고 보고를 해야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 위원님 이미 이행이 됐습니다. 제가 지금 안 하고 있고요. 안 하고 있고요.

= 예? 이행이 됐다고요?
/ 이미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제가 여러 번 천명을 했고, 실제 그렇게...

= 아, 본인이 말씀하시면 그게 법입니까?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 그거 옛날에 왕이나 하던 이야기예요. 법을 바꾸자고 제가 말씀을 드리지 않습니까? 법무부 장관님.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법무부에서 법을 만들어서 정부 입법으로 국회로 보내시면 어떠냐는 말씀을 제가 드렸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이미 내가 여러 번 그것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 이건 왕이 하는 이야기에요. 장관이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러니까 장관께서 하실 대답이 뭐냐면, 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법무부에서는 언제까지 그 법을 이행할 예정입니다라던지. 아니면 우리는 입법을 할 용의가 없으니까 국회에서 알아서 하시라던지. 아니면 그 공약을 지킬 우리는 용의가 없다든지. 그렇게 답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같은 질타가 이어지자 한동훈 장관은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굉장히 폐해가 많았고, 그 점을 없앨 거라는 점을 다시 한번 천명드린다”며 재차 ‘천명’이라고 표현했다.

= 공약을 지키실 거죠?
/ 당연합니다

= 그러면 올해 정기국회 때 지키실 거죠?
/ 어~ 지금 이미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가 통과를 시켜 주시면 저는 거기 따를 겁니다. 이미 안 하고 있는 거구요. 법률적으로요

= 아니 정부 입법으로 발의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의회 발의 보다는 정부 입법이 빠르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공약하신 건데, 저도 청와대 비서관을 해봤지만, 대통령의 공약을 의회에서 발의해 달라는 장관의 말씀이 그게 현재 우리 대통령 중심제에서 이게 맞는 말입니까? 안 그렇습니까?
/ 제가 의회에서, 국회에서 그게 통과되면 따르겠다고 말씀드렸구요. 어떤 방식으로 발의될 것인지 좀 더 검토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니 제가 다시 말씀을 드리지 않습니까? 총리님께서도 계시지만 대통령의 공약 사항에 대해서 장관이 답변을 할 때 의회에서 알아서 통과시켜달라는 게 이게 책임 있는 정부의 답변입니까?

이렇게 한동훈 장관의 답변을 지적한 김영배 의원은 한덕수 총리에게 “총리님, 대통령 공약 사항에 대해 장관님께서 본인은 거기에 대해서 책임이 없는 것처럼 답변을 하면서 의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 관리를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한덕수 총리는 “그것이 공약이고 국정 과제로 확정돼 있고, 현재 장관께서 그것을 지휘하지 않고 있다면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서, 입법화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김영배 의원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의 공약, 더 나아간다면 공통 공약까지도 입법과 예산을 가지고 뒷받침할 용의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 내각에서 적극적으로 오히려 저희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먼저 법안을 준비하고 그렇게 해서 저희와 협치를 하자고 주장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그 부분은 아침에 이재명 대표를 방문했을 때 선거 과정에서 공통의 약속을 했던 것들은 조만간 같이 해결하자고 말씀드렸다”며 “그걸 위해 여야정 협의체도 만들고, 실무협의체도 만들자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저는 총리님과 생각이 똑같다. 저희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 ‘천명’ 답변을 두고 김영배 의원이 왕의 화법이라고 뼈직구를 던지는 상황은 영상으로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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