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5월17일 장관 취임식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고 제안하면서 이민청 설립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30일 국회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과 법무부, 이민정책연구원 주최로 이민청 설립 필요성과 추진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세계화 시대에 이민정책을 총괄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넘어 당면한 여러 국내 과제를 위해서도 이민청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가 줄어든 적 없다가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급감(10년 새 357만명)하는 동시에 출생률이 회복되지 않아 내수시장 위축 등 경제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출생률 제고 정책이 효과도 없지만 효과가 있더라도 적어도 15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이민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회장은 “코로나 이후 지방인력이 수도권으로 이탈해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지방소멸은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분권 차원의 문제와 또 다른 문제”라며 “수도권도 2040년대에는 소멸 위험지역이나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수도권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현재까지 인구정책이 현실 적응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인구감소에서 오는 충격을 완하하고 지연할 수 있는 적극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수도권도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감사원 감사보고서 자료. 자료=문병기 회장 발제문
▲ 수도권도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감사원 감사보고서 자료. 자료=문병기 회장 발제문

 

새 정부 이민정책, 유학생을 생산가능인력으로

이민청 설립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해외 우수인재를 국내 생산가능인력으로 포용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 이미 들어온 유학생이 국내에 더 많이 취업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문 회장은 범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를 구성하는 일이 선행될 경우 “상당 부분 이미 한국사회에 적응한 유학생에게 졸업 이후 자유롭게 한국에서 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좀 더 진취적이고 개방적으로 나갈 때”라고 말했다. 

지역특화비자, 계절근로제도 개선 등의 아이디어도 나왔다. 문 회장은 “오는 10월부터 시범운영 예정인 지역특화비자의 규모 확대와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특화비자는 각 지역 특성 등을 반영해 지역 인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조건을 충족한 외국인이 해당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는 조건으로 장기 체류가 가능한 준영주권인 F-2(거주)비자를 말한다. 지자체만의 역량을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민당국에서 전담부서를 설치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계절근로는 공공기관에서 외국인을 고용해서 농가에 파견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특정 계절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등이 개입할 수 있는데 이민당국이 나서서 이를 차단하고 해당 공공기관과 중앙정부 간 MOU 체결, 별도 해외인력 선발기관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유튜브 법무부TV 갈무리
▲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유튜브 법무부TV 갈무리

 

외국인 인권 보호, 내외국인 통합 문제 

지난 7월 미국 국무부는 한국의 인신매매 방지 지위를 20년 만에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뜨렸다. 외국인 입장에서 안전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분위기가 나빠진 셈이다. 문 회장은 “헌법과 국제법 등에 나와있는 형태로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고 대한민국 국제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한다”며 “인신매매 방지 지위가 떨어진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난민심사관 전문성을 강화하고 난민 인정 절차의 공정성 강화와 처우개선도 함께 고려할 과제라고 제시했다. 

내외국인간 사회통합이 없다면 갈등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문 회장은 “현재 외국인들의 한국어(한국사회 관련) 교육이 선택적으로 진행되는데 장기 체류가 확실한 사람들에게는 이수를 의무화해서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며 “당연히 제도적으로 교육의 질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한국사회 분위기에 대한 고려, 한국인들의 외국인 또는 외국 문화에 대한 부분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한국인의 외국문화 교육과 수용 부분도 이민당국이 고려할 점이다. 

합의제보다는 독임제로

문 회장은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독립기구를 만들 때 합의제 기구가 의견 수렴에 유리하지만 집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독임제 행정기관을 제안했다. 독임제로는 ‘부’ ‘처’ ‘청’ 등 세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상 ‘부’는 대통령 통할 하에 있고 ‘처’는 국무총리 소속, ‘청’은 ‘부’ 소속 기관이다. 당연히 부(ex. 법무부)나 처(ex.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민부처를 만들 경우 더 큰 권한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처음 ‘이민부’나 ‘이민처’를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문 회장은 이를 고려해 ‘이민청’을 제안했다. 문 회장은 “현재 본부(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바로 처로 끌어올리기 힘들 수 있어 현실적으로 청이 적절해보인다”며 “청을 목표로 하고 단계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9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이민청 설립 관련 토론회 모습. 사진=조정훈 의원실
▲ 29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이민청 설립 관련 토론회 모습. 사진=조정훈 의원실

 

구체적인 명칭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한다. 문 회장은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수용하자는 차원에서 ‘이민’과 무분별한 외국인 수용이 아닌 질서있는 유입의 의미를 포함한 ‘관리’를 붙여 ‘이민관리청’을 제안했다. 다만 ‘이민’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이 없지 않다면서 그 경우 이민 대신 영주나 국적 취득의 의미가 없는 ‘이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출입국 관리보다는 국경관리로 대체해 ‘국경․이주관리청’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와 국회 등은 이날 이민청 설립을 필요성과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는데 다음달 14일 ‘국익과 인권의 조화’, 다음달 28일에는 ‘경제 활력 제고와 내․외국인의 사회 통합 촉진’ 등의 주제로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