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KBS1TV 다큐프로그램 ‘자연의 철학자들’ 출연자가 교수 채용시 허위이력 기재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인 것으로 밝혀져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출연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북완주경찰서에 따르면, 26일 방영예정인 KBS1TV ‘자연의 철학자들’ 23회 ‘자연에 스며들다’ 출연자 A교수는 1996년 백제예술대학 사진학과 교수 채용 당시 이력서에 허위 이력을 기재했다. A씨는 쾰른응용과학대학(Köln Fachhochschule)을 졸업했으나, 쾰른대(Universität zu Köln)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채용 당시 이력서에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 KBS1TV ‘자연의철학자들’ 23회 ‘자연에 스며들다’ 예고편 갈무리.
▲ KBS1TV ‘자연의철학자들’ 23회 ‘자연에 스며들다’ 예고편 갈무리.

수사 과정에서 A교수는 ‘쾰른대응용과학대학을 졸업했지만, 독일 학제와 우리나라의 학제 차이 때문에 오해를 줄이기위해 쾰른대라고 기재했다. 학력에 대한 독일대사관의 증명서도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참고인으로 소환된 학교 교직원들도 A교수가 쾰른대학이 아니라 쾰른응용과학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을 당시 학교에서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교수가 학력을 속일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채용일시로 확인되는 1996년 9월1일부터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인 5년을 경과한 후 고발이 제기되었음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을 결정했다. A교수는 직접 저술한 사진책과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 등에도 ‘쾰른대’라고 이력을 표기하면서 출판과 전시활동을 지속했다.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과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지난 8월4일 완주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는 그동안 허위학력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속인 행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사퇴하여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고, 학교도 이를 방조한 행위에 대하여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백제예술대 앞에서는 ‘사학 비리 규탄’ 시위가 수차례 진행됐다.

현재 ‘자연의 철학자들’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3화 예고편이 게재된 23일부터 23화에 대한 항의글은 약 160여 건에 달한다. 

▲ 자연의철학자들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 자연의철학자들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시청자들은 게시글을 통해 “(A교수는) 환경운동의 가면을 쓴 두 열굴의 사람이다. 학력위조뿐만 아니라 수 많은 악성 민원을 넣으면서 마을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장본인”, “KBS가 그런 사람을 미화하는 방송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세금을 한 개인의 거짓을 숨기고 위장하는데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KBS1TV ‘자연의 철학자들’ 제작진은 26일 미디어오늘에 A교수의 출연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여러 정황을 검토한 결과, 독일과 한국의 학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매년 고등교육통계를 내는 해외유학생의 최종학력을 표준화하는 시스템에서도 영어 직역시 ‘쾰른대학교’로 표기하고 있다”며 “백제예술대 사진학과 A교수의 허위 학력 기재 논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왔으나, 해당 대학 측에서도 이미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고, 최근 경찰에서도 고발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지었다”고 했다.

아울러 “A교수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전북 완주군 신흥계곡 개발을 둘러싸고 모 종교단체와 오랫동안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는 11년째 귀촌해서 살고 있는 A교수의 일상을 담고 있다. 신흥계곡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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