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선일보 사설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조합원 대다수는 현재 임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임금이 7~10% 인상돼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발행한 ‘조선노보’에서 조합원 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업계 1등으로 알려진 본사의 처우에 대해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선 응답자 81.7%는 현재 임금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대체로 불만족”은 48%, “매우 불만족”은 33.7%다. “대체로 만족한다”는 응답은 2%다. 현재 임금수준에 ‘매우’ 만족하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응답자 86.7%는 ‘물가 인상을 억누르려면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선일보 사설을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39.8%,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46.9%다. 사설에 대해 “그냥 그렇다”고 밝힌 응답자는 9.2%, “대체로 동의한다”고 한 응답자는 4.1%다.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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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최근 공무원·대기업 노동자 임금인상을 반대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6월8일 ‘대기업 임금 13% 인상, 임금發 인플레이션도 경고등’ 사설에서 “지금의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바람에 임금 상승 압박이 높아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또한 조선일보는 지난달 18일 ‘공무원·은행원 “임금 7% 인상” 요구, 집단 이기심으론 모두가 피해’ 사설에서 “공무원 인건비 지출을 구조 조정하지 않으면 연간 100조 원을 넘어선 재정 적자를 줄이기 힘들다”며 “시중은행 노조 단체인 금융노조도 7.2%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만큼 안정적이면서 고소득인 은행원들이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집단 이기심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각 경제 주체들이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공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6월8일, 7월18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6월8일, 7월18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응답자 94.9%는 조선일보 임금인상률이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경쟁사보다 높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동아일보는 올해 임금을 각각 6%, 4.7% 인상하기로 했다. 중앙일보·동아일보 임금인상률에 대해 응답자 71.4%는 “보통 수준의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사측에 어느 정도의 임금 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49%는 “7~10%”, 35.7%는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5~7%”는 14.3%, “2~5%”는 1%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 과반은 조선일보가 제공하는 복지에 만족하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최근 콘도 구좌를 확충하고, 개인연금 액수를 증액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올해 초 주택자금(매매·분양·임차) 대출 한도를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확대했다. 대출 금리는 연 1.8%다.

응답자 40.8%는 콘도 구좌 확충·개인연금 증액에 대해 “국내 최정상급 대기업에 버금간다”고 답했다. 8.2%는 “국내 최정상급 대기업보다 훌륭하다”고 했다. 이들 복지가 대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은 17.3%다. 주택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응답자 73.5%가 “가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주택자금 대출이 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15.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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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동조합이 ‘회사 복지 혜택이 타 언론사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함을 감안할 때 노사가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 74.5%는 “동의하지 않는다”(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39.8%,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 34.7%)고 했다. “그냥 그렇다”는 17.3%, “대체로 동의한다”는 8.2%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은 ‘1등 신문’의 위상을 공고히 지키면서도 디지털 방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일궜다. 타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업무 강도에 시달리면서도 ‘100년 신문’을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이런 상황에서 고참과 주니어를 막론하고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며 “이번 설문에서도 절박한 심경이 객관적 수치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와의 임금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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