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평가는 비판 일색이다. 취임 초기부터 혼선을 불러 온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 국면에서 다시금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있다.

20%대 국정운영 지지율 속에 취임 100일을 맞게 된 윤 대통령은, 100일 및 제77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대한 윤 대통령 대응이 10명 중 6명 이상의 국민에게 불신을 얻은 것이다.

15일 MBC가 공개한 수도권 집중호우에 대한 대통령 대응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 61.7%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적절했다고 본다’는 응답자는 30.7%에 그쳤다. 소위 ‘자택지시’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같은날 KBS 조사에서 집중호우 당시 ‘대통령실 등 현장지휘 했어야 한다’는 응답률은 65.0%, 역시 ‘자택지시가 문제되지 않는다’(32.6%)는 응답률의 두 배 수준이다.

▲8월15일 KBS(위)와 MBC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 결과 보도 화면 갈무리.
▲8월15일 KBS(위)와 MBC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 결과 보도 화면 갈무리.

일련의 논란에 비춰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기상청이 서울·경기·인천 중심으로 호우경보를 내리고, 행정안전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8일부터 대통령의 행보와 대외 메시지를 둘러싼 비판이 일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후 9시 이전에 서울 서초구 자택으로 퇴근했고, 자정에 가까운 시각(11시54분경)에 이르러서야 윤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집중호우 상황을 보고 받아 위험지역에 각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공지가 이뤄졌다. 호우와 침수피해를 고려해 행정·공공기관은 출근시간 조정을 시행하고, 민간 기관·단체에도 이를 독려한다는 내용도 이때 알려졌다.

이튿날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이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됐더라”고 말해 재난 상황에서의 퇴근 적절성 논란을 불렀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사망한 소식이 전해진 상황이었다.

이때 부각된 대통령실 반응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출입기자들과 질의에서 “대통령이 있는 곳이 결국은 상황실”이라며 “대통령이 경호나 의전을 받으면서 상황에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은 아마 이후에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10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어디에 계셨느냐 가지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공격”이라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9일 폭우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신림동 참사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대통령실이 카드뉴스로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했다가 비판을 받고 지웠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9일 폭우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신림동 참사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대통령실이 카드뉴스로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했다가 비판을 받고 지웠다. 사진=대통령실

비판 끝에 삭제된 ‘카드뉴스’는 참사 현장을 홍보에 활용해 비판 받은 사례를 남겼다. 윤 대통령이 우산을 쓰고 참사 현장을 들여다보는 사진에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제목을 붙여 만든 ‘제20대 대통령실’의 공식 홍보 이미지가 발행됐고, 적절성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삭제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참사 현장이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불편한 점이 있지 않았다 싶다”면서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담당팀에 연락해 (카드뉴스를) 내리는 방안 등을 요청하겠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이날 질의응답을 두고는 대통령 사과를 대통령실 관계자가 번복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자들이 전날 윤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힌 말의 의미를 묻자, ‘첫 번째 사과가 맞는지’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선을 키우는 모습은 임기 초부터 반복된 장면이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 개편안,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안 등 국가적 중대사와 관련해 정부 입장과 대통령 입장이 엇박자를 낸 일이 이어져왔다. 코로나19 재확산을 계기로 출근길 문답을 취소한다는 공지가 이뤄진 지 반나절 만에 윤 대통령 스스로 이를 번복한 일도 상징적이다.

오락가락 메시지는 윤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을 두고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3일 채널A가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단독 보도를 했고,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대통령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하는 행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0일까지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여러번 이 이야기를 반복해 말씀드려서 참 송구스럽다”면서 기자회견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8월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8월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그러다 취임 100일을 5일 앞둔 12일, ‘대통령실 관계자’ 명의로 진행한 백브리핑을 통해 기자회견 개최가 확정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관계자는 기자회견 여부 번복에 대한 질문을 받고 되레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적이 없다”면서 “저희도 잘 모르는 얘기를 기정사실화하셨다가 왜 달라졌느냐 그렇게 물으시면 대답하기가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간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진행하면서도, 불편한 질문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답을 피해왔다. 윤 대통령 모두발언 15분을 포함한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는 형식적 의미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명쾌한 답변이 요구되는 사안들은 명확하다. 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소통의 진정성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입장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많지 않았나. 솔직히 기대는 크지 않지만 어떻게 답변할지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5월10일부터 8월15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검색한 결과 최대 연관어는 ‘김건희 여사’다. MBC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배우자로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평가는 61.1%에 달한다.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언론은 인적 쇄신과 소통을 당부했다. 16일 경향신문 사설은 “협치와 소통을 기조로,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교육·복지 장관과 검찰총장 등 공석 중인 고위직 인선에서 탕평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운영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을 포함한 윤 행정부 정책결정자들은 구체적인 정책의제를 놓고 ‘사람들’의 의사를 듣는 정책소통을 자주 벌이길 주문한다”(이창곤의 정담)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부터 연일 ‘윤석열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까’(7월5일), ‘윤 대통령, 국정의 현실 앞에 섰다’(7월26일), ‘尹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8월6일) 등의 기명 칼럼(김대중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 인용 조사 개요 (자세한 사항은 각 언론사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 KBS·한국리서치: 8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95% 신뢰수준 3.1%p,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8.7%

2.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8월 12~13일, 만 18세 이상 1002명, 95% 신뢰수준 ±3.1%p, 휴대전화 가상번호이용 무선전화면접, 응답률 14.9%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