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붐은 끝났다. 다음은 뭘까.”
지난 3일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에서 발행된 기사의 제목(기사 링크)이다. 이 기사는 2020년~2021년 뉴스레터 붐이 일면서 대표적으로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이 인기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도 뉴스레터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던 때를 떠올렸다. 

올해 사정은 다르다. 서브스택은 경제 침체를 대비한다며 지난 6월29일 전체 직원의 14%인 13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서브스택 측은 경기 하락으로 향후 투자금 유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7월19일 페이스북 뉴스와 뉴스레터 플랫폼인 ‘불러틴’(Bulletin)에서 지원을 빼고 ‘틱톡’처럼 짧은 동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페이스북 불러틴의 경우 신진·독립 작가나 크리에이터, 언론인이 쓴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유료 서비스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 CNN기자 등 유명 언론인들을 콘텐츠 제공자로 영입했지만 1년만에 흐름을 바꾸는 결정을 했다. 트위터는 뉴스레터 관련 계획을 더 이상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인터넷매체 VOX에서 발행된 기사. 사진출처=VOX 홈페이지. 
▲지난 3일 미국 인터넷매체 VOX에서 발행된 기사. 사진출처=VOX 홈페이지. 

VOX의 기사는 “그렇다고 해서 뉴스레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인기있고 수익을 내고 있는 사례들도 전달했다. 다만 뉴스레터를 통한 수익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기임을 전했다.

또 다른 미국 매체 인사이더(INSIDER) 역시 지난 8일 “뉴스레터 붐은 서브스택과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 공격적인 작가 채용에서 벗어나며 전략을 전환하면서 흔들리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이같은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유명작가들을 공격적으로 데려와 뉴스레터를 발행하던 서브스택이 자금 확장에 실패하고 추가적으로 영입하려던 유명 작가들 계획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페이스북 역시 뉴스레터 보다는 틱톡에서 인기를 끈 숏폼 콘텐츠 ‘릴스’를 만들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니 2020년~2021년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INSIDER’(인사이더)에서 8일 발행한 뉴스레터와 관련한 기사. 사진출처=INSIDER.
▲미국 매체 ‘INSIDER’(인사이더)에서 8일 발행한 뉴스레터와 관련한 기사. 사진출처=INSIDER.

특히 올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디어에 대한 협찬용 광고가 줄어들고, 개인의 차원에서도 유료 구독을 정리하는 흐름도 있다. 경제 성장기가 아니라 뉴스레터의 성장을 수치로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뉴스레터에 대한 회의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간지에서 뉴스레터를 만드는 A기자는 “뉴스레터를 만들 때나 확장을 할 때도 구독자를 얼마나 모을 것이냐, 오픈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집중했지, 뉴스레터를 통해 우리 신문의 구독이나 후원, 혹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략은 부재했다”며 “뉴스레터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들도, 성공 사례를 가지고 이직하는 사례들이 있었고 언론사 내에서 ‘뉴스레터를 만들고 난 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디지털 유료 구독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 ‘미디어스피어’를 이끄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뉴스레터 붐’ 자체가 끝났다기보다, 뉴스레터를 통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흐름에서 거품이 빠진 것”이라며 “특히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내부 자원들을 투입해서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많은 품을 들이고 있는데 합당한 보상이나 수익이 되돌아오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시기”라고 말했다.

“뉴스레터 고유의 역할 모델로 돌아가야 한다”

뉴스레터에 대한 투자나 공격적 확장 시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새로운 시도들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성규 대표는 “이러한 시기일수록 뉴스레터 고유의 역할 모델로 돌아가야 한다”며 “뉴스레터란 기존의 플랫폼에 지배당하지 않고 고객과 직접 만남이 가능한 미디어로서 강점이 있다. 물론 수익을 위한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무료 뉴스레터 플랫폼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웹사이트 공간 내에서 유료로 발행하는 등 수익 확장을 위한 전략을 강조했다.

이어 “뉴스레터 운영이 후원 혹은 구독에 어떤 전환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는 기자 혼자가 아닌 전사 차원에서 해줘야 한다”며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기자’로서의 관점보다는 뉴스레터를 만들어낸 ‘프로덕트 매니저’의 입장으로 어떻게 수익을 연결 시킬 수 있을지 다른 부서와 함께 수용성있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종합일간지 소속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B기자 역시 레거시 미디어 내 뉴스레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기자는 “뉴스레터를 둘러싼 산업의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체질 개선’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뉴스레터 형식은 계속 만들어 봐야 한다”며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진보와 보수 프레임 외에는 선명성을 가지지 못 했고 기자들 역시 정파적 선명성 외에는 기사 퀄리티에 대해 깊이있게 피드백을 들으며 발전시킨 경험이 적었다”고 전했다.

B기자는 “포털에서 튀는 기사를 써서 조회수를 높이는 경쟁 외에는 독자에게 고퀄리티 정보를 주고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경험이 적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경험은 언론사에서 새로운 종류의 고퀄리티 콘텐츠를 발행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레터의 경우 수익을 내더라도 전체 언론사의 수익 비율 안에서는 비중이 적다. 뉴스레터 수익을 위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콘텐츠 품질에 대한 반성과 재고의 의미에서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한 체질개선을 위한 도구로 필요하다”며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독자를 발굴하고 다양한 욕구를 확인하며 만족도를 높이는 경로로서도 필요하다. 뉴스레터를 발행하다가 중단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경험을 한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의 뉴스 제작방식은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플랫폼과 수익 수단이라는 관점 나눠서 접근해야

뉴스레터를 새로운 플랫폼의 관점과 수익 수단으로 보는 관점을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정훈 JTBC 미디어전문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뉴스레터는 두 방향으로 나눠 봐야 한다”며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접점(플랫폼)이라는 점과 창작자(언론사 혹은 기자)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 설명했다.

한 기자는 “최근 국내외 언론사들이 뉴스레터를 내고 있고 그 숫자 뿐만 아니라 대상과 범위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붐을 타고 기자, 개인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경향도 늘었다.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수익화는 다르다. 짧은 정보를 이메일에 실어서 제공해야 하는 특성상, 그 내용이 깊거나 의미있다고 해도 고객들의 과금 의지를 불러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매체보다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심하다”고 전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그는 “거칠게 비유하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도 유사하다. 많은 엔터테이너가 있지만 수익은 상위 일부에 집중되는 현상이 뉴스레터에도 있다”며 “결론적으로 전 뉴스레터는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 모델에 성공한 비중이 상당히 낮은, 아주 초기 시장이라고 현상황을 정리하고 싶다. 그리고 경기 불안정성 증가로 소비자들의 유료 구독 확대 의지도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기자는 “뉴스레터는 효과적인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수익 확대를 위한 툴임에는 분명하기에 이 두가지 중 선택의 문제가 된다. 언론사나 기자가 어떤 플랫폼으로 뉴스레터를 활용할지가 관건”이라며 “그래도 여전히 뉴스레터의 상업툴로의 가능성과 수익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집중과 선택의 문제이고 투자도 선결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독자들에게 가치있는 콘텐츠 개발은 물론이고 수익원도 다양화해야하며, 유료 구독 모델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협찬 및 광고를 통한 B2B 매출, 이벤트(줌 세미나), 오프라인 유료 모임, 출판 등도 수익원으로 키워야 ‘유료 뉴스레터’로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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