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를 독점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이른바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인쇄매체·온라인신문에 집행된 정부광고 검수 절차를 강화하고, 언론사가 정부광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는 벌칙조항을 신설할 전망이다.

언론재단은 최근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 ‘고애드’(GOAD)에 ‘매체 검수 강화 안내’라는 안내글을 올렸다. 언론재단은 “인쇄매체 증빙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드린다. 최근 재단에 등록된 광고가 최종 인쇄본에 게재된 광고와 다른 경우가 발생된 바 있다. 광고 집행 시 최종 인쇄본과 동일본이 등록되도록 준수하여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했다. 언론재단은 고애드에 올린 광고 지면과 실제 발행 지면이 다를 경우 광고료 정산을 할 수 없고,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고애드'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언론진흥재단 '고애드' 홈페이지 갈무리

또한 언론재단은 언론사와 체결한 정부광고 업무이행계약서를 갱신 중이다. 갱신 계약서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언론사가 정부광고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언론재단은 △언론사가 계약 이행을 지체하거나 불이행하는 경우 △광고 증빙을 허위로 하는 경우 △허위·부정한 방법을 통해 정부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 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재발방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은 12일 미디어오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 이전에는) 매체사가 고애드에 제출한 증빙을 확인해 의뢰한 대로 광고가 집행되었는지 검수했다”면서 “현재는 언론사 담당자에게 광고가 게재된 당일, 고애드에 게재 증빙을 업로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증빙과 온라인 PDF 지면을 추가로 대조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재단은 인터넷매체 정부광고 검수에 대해 "광고게재면과 광고결과리포트를 증빙으로 실집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특히 광고 게재면은 정부광고가 게재되는 기간에 사이트에 접속하여 실사 확인을 하고, 광고를 클릭하여 광고주가 요청한 사이트로 이동하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은 지난달부터 계약서 갱신을 시작했다. 8월11일 기준 인쇄매체 중 2.4%가 계약서를 갱신했다. 현재는 오프라인에서 계약서 갱신이 이뤄지고 있고, 9월부터 온라인 계약서 갱신이 가능해진다.

언론재단은 “고애드 내 계약서 갱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9월 시스템 오픈 전까지는 오프라인 계약서로 체결하고 있어 행정처리 기간이 소요된다. 9월 고애드를 통해 계약서 갱신이 이루어지면 체결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은 “계약서 개정은 광고 시행 절차 일부 보완 등을 통해 재단과 매체사 간의 정부광고 업무 이행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12개 신문사 정부광고 전수조사를 실시한 후 신문사·광고주 의견을 받고 있다. 언론재단이 문제가 드러난 언론사에게 법적조치를 진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8월 중 공개할 계획을 세웠는데, 날짜가 아직 확정은 안 된 상태”라면서 “(언론사에 법적조치를 할지)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일부 신문사가 정부광고를 수주한 뒤 지면에 싣지 않고 일반 기업광고를 실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2018년 7월27일 E8면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전면광고(광고비 5500만 원)를 싣기로 했지만, 실제 발행된 지면에는 기아자동차 광고를 실었다. 또한 동아일보는 2019년 9월30일 A36면에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면광고(광고비 5500만 원)을 게재하기로 했고, 실제 지면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광고를 실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미게재 정부광고 액수는 총 8억300만 원(조선일보 2억100만 원, 동아일보 5억2200만 원, 경향신문 8000만 원)이다. 앞서 미디어스 보도를 계기로 언론재단이 주요 신문사 정부광고 전수조사에 나섰다. 전수조사 대상 신문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매일신문 등 12곳이다.

▲ 주요 종합일간지.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주요 종합일간지.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번 후속조치에 대해 종합일간지 광고담당자 A씨는 11일 통화에서 “이제 정부광고가 정상화된다고 보면 된다”며 “언론재단이 모든 것을 감시하기는 힘들지만, 검증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었다. 돈을 주는 광고주가 이의제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검증이) 꼼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신문사와 정부·공공기관은 관행적으로 정부광고 바꿔치기를 해왔다. 정부·공공기관이 다른 언론의 항의를 우려해 신문사에 광고를 집행하면서 ‘광고를 지면에 싣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A씨는 “신문사는 많고 광고 예산은 적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집행한 사실이 드러나면) 번거롭고 힘드니까 편법적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공공기관이) 특정 언론사와 짬짜미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신문 광고담당자 B씨는 16일 통화에서 “9월 온라인으로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라면서 “벌칙조항이 들어가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로 보일 수 있다. 이번에 추가되는 벌칙조항은 큰 벌칙이 아니지만, 유사한 조항이 계속 늘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인터넷에서도 ‘정부광고 바꿔치기’와 유사한 관행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광고를 살짝 올리고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정부·공공기관도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요청을 한다. (정부광고 업무이행계약서가 갱신된 후) 이 요청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자칫 광고 자체가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재단 관계자 C씨는 16일 통화에서 “구글·페이스북 등에 게재되는 온라인광고는 수시로 점검한다”면서 “그러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배너 광고는 체크할 여력이 없다. 독자들이 보지도 않는 종이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씨는 “지역신문 등이 홈페이지에서 배너광고를 올렸다가 내리는 게 ‘정부광고 바꿔치기’ 논란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