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줄인다고 한다. 이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일이라고 거의 모든 언론이 전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는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다.

▲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을 인용해 내년 예산이 13년 만에 감축이라고 전한 언론보도
▲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을 인용해 내년 예산이 13년 만에 감축이라고 전한 언론보도

그러나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13년씩이나 갈 것도 없이 올해 예산안도 전년 추경보다 적게 편성됐다. 전년도(2021년) 마지막 추경 총지출액은 604.9조 원이다. 올해 예산안은 전년도 추경보다 적은 604.4조 원이었다.

▲ 2022년 기획재정부 예산안 보도자료
▲ 2022년 기획재정부 예산안 보도자료

그런데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21년 추경보다도 작은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할 때, 대부분 언론은 전년 추경(604.9조원)보다도 적게 편성한 본예산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전년 본예산(558조원)보다 증가했다며, 사상 최대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했다. 

▲ 2021년도 당시 2020년 추경보다 감소한 예산안 발표 때는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 언론보도들
▲ 2021년도 당시 2020년 추경보다 감소한 예산안 발표 때는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 언론보도들

슈퍼예산은 정상적(normal)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미다. 긴축도 아니고 확장도 아닌 비정상적 범위라는 뜻이다. 올해 예산안이 전년 추경보다도 작은 규모로 편성했다고 발표할 때는 굳이 전년 본예산과 비교해서 정상적인 확장 규모조차 벗어난 ‘슈퍼예산’이라고 한다, 반면 내년 본예산안이 올해 본예산보다 늘어날 때는 굳이 전년 추경예산과 비교하면서 13년만에 처음 줄어든 긴축예산이라고 표현한다. 최소한 13년만에 처음이라는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한다.  

왜 거의 모든 언론이 13년만에 처음 줄어들었다고 잘못 표현할까? 추 장관이 그렇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내년 예산안과 올해 예산안을 비교하지 않았다. 내년 예산안과 올해 본예산을 비교했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안’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지고 본예산이 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내년 예산안은 올해 예산안과 비교해야 한다. 본예산과 비교하면 안 된다. 언론의 사명은 이러한 정부 책임자 주장의 잘못을 파악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아닐까? 

올해 본예산(607.7조 원)은 정부 예산안(604.4조 원)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가했다. 국회 심의에 대한 책임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있다. 즉 지난 정부는 이전 연도 추경보다 적은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올해 본예산을 늘렸다. 그래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는 추 장관의 주장은 국회의 책임을 정부에 넘기는 꼴이 된다.

동아일보를 보니 “문재인 정부 때 확장 일변도였던 재정운용 기조를 ‘건전성 강화’로 전환하려는 조치”라고 한다. 이것도 팩트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17년, 18년 2년 연속 긴축 운용을 했다. 17년(5.6%) 18년(6.8%) 총지출 증가율은 모두 17년(7.2%), 18년(8.1%)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았다. 통합재정수지도 17년은 24조 원 흑자, 18년은 31.2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 결국 국가채무비율도 18년 말까지는 박근혜 정부 말보다 오히려 줄었다. 

다만 2019년도와 코로나19 이후 2020~2021년은 확장재정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때 오히려 한국의 선진국 대비 재정수지 차이는 이전보다 더 건전하게 유지했다. 

[관련기사 : 문재인 정부는 곳간을 거덜냈을까]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는 처음 2년간은 긴축재정, 코로나19 이후인 2020~2021년은 확장재정을 펼쳤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역대급 건전재정을 보였다. 다만 2022년도 선진국은 확장재정 기조가 좀 꺾였지만 한국은 확장재정을 지속하는 분위기다. 이는 올해 윤석열 정부가 제2차 추경에서 총지출 규모를 55.5조 원이나 확대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일변도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건전성 강화로 전환한다기보다는 “긴축재정을 하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확장재정을 했는데 윤석열 정부도 2022년도까지는 확장재정을 계승하다가 코로나19 일시적 지출을 줄이면서 2023년도부터 긴축으로 돌아섰다”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실제로 필자 분석 결과인 ‘2020~2022년 재정수지비교’에 따르면 코로나19 일회성 지출을 제외하면 관리재정수지는 이미 GDP 대비 –3% 이하다. 즉 코로나19 관련 일회성 지출만 중단하면 이미 재정준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지출을 줄일 수 있다. 

▲ 지폐. ⓒ 연합뉴스
▲ 지폐. ⓒ 연합뉴스

말 나온 김에 올해 예산안 증감률을 전년 본예산과 비교해야 좋을지 아니면 추경과 비교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해보자. 만약 추경이 일회적이고 일시적이라면 추경은 예외값으로 치부하고 본예산과 비교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추경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이라면 추경과 비교하는 것이 좋다. 한번 생각해보자. 올해 추경의 핵심인 재난지원금을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평가해야 할지 아니면 일회적인 이벤트로 판단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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