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여당 원내대표의 비판 직후 ‘버터나이프크루’(성평등문화추진단 사업)를 폐지해 논란이 된 가운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 참가자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관련 기사 : 장관 축하까지 받았는데 권성동 한 마디에 사라진 사업]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담당 업체였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11일 성명을 내고 사업의 폐지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빠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청년 성평등추진단 사업 1, 2기 때 파트너사였고 올해 4기에는 사업을 주관하는 운영사였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여성가족부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여성가족부

빠띠는 “모든 과정은 여가부와의 논의와 협의 하에 진행됐다”며 “그럼에도 여가부는 지난 7월27일 사업 중단을 결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빠띠는 “여가부에서 선발하고 장관이 직접 출범식에 와서 응원한 팀에 대해 갑자기 출범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개선 방향을 찾지 못해 사업을 중단한다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4기 사업에 선발된 16개 팀은 ‘버터나이프크루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11일 성명을 통해 “7월 22일 크루들은 수행사를 통해 ‘성평등’ 주제를 제외하고 다른 주제로 사업내용을 변경하면 지원이 가능하다는 여성가족부의 입장을 전달 받았다”며 “이는 성평등한 문화를 조성해야 하는 여성가족부의 책임과 역할을 스스로 져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단은 지난 7월4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사업을 가리켜 “남녀갈등을 증폭시킨다”며 “지원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사업에 문제를 삼는 글들이 올라왔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오자 여성가족부는 사업을 ‘보류’한 뒤 폐지를 일방 통보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미 사업 참가팀 선정을 마치고 장관이 출범식까지 참석했던 상황이었다.

‘버터나이프크루’(청년 성평등추진단)는 2030 세대의 일상을 보다 성평등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한 프로젝트다. 연구, 캠페인,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문화·인식 개선 활동을 팀별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난 3년 간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통해 6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혼 이후에도 경력을 이어가려는 여성들을 위한 안내서 제작, 현직 약사들의 피임약 인식 개선 캠페인, 성평등 가정을 위한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빠띠는 폐지 절차에 관해 “문제는 여가부의 사업중단이 어떤 명확한 근거와 이유 없이 집권여당 의원의 한 마디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라며 “발언 하루 만에 사업 재검토를 결정했다. 사업주관사인 빠띠와 프로젝트팀과는 어떠한 상의나 의견 청취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 버터나이프 크루 이미지 갈무
▲ 버터나이프 크루 이미지 갈무

빠띠는 여가부에 △추진단 사업 참여자에 관한 부정확한 내용 확산에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이미 승인된 사업을 중단시킨 근거와 과정을 명확히 공개할 것 △성평등 사업을 책임있게 지속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장관이 출범식에 참여까지 한 사업이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 마디에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며 “여가부 장관조차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청년 중심’ 사업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한 마디에 장기간 이 사업을 준비하고 기대해 온 대한민국 청년들의 꿈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여당 실세가 정부 사업을 하루 아침에 엎는다면, 모든 공무원과 국민은 그 어떤 정부 부처의 사업도 믿지 못하고 여당 실세의 입만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