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친 아리랑TV 기자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비판성명이 나왔다.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는 10일 성명을 내고 “지난 8일 대통령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아리랑TV 기자가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외친 것은 충격적이다”라며 “‘엄정중립’, ‘불편부당’이라는 기자의 기본자세에 대해 아리랑TV 측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라고 비판한 뒤 한 외신기자가 이날 ‘대통령실 기자단 일부 기자들이 치어리더처럼 대통령 발밑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이 민망하다’라고 한 지적을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 로비에서 답변 도중에 아리랑TV 기자의 대통령님, 파이팅 응원을 받고 감사의 답례를 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 로비에서 답변 도중에 아리랑TV 기자의 대통령님, 파이팅 응원을 받고 감사의 답례를 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언실련은 “기자가 출입처 편이나 응원군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기자가 출입처와 일심동체 같은 언행을 하거나 출입처의 무리한 요청에 협력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일부 언론은 김건희 여사의 패션과 화장 등 스타일을 추켜세우기도 했다”며 “(지난해 12월26일) 기자회견 후 ‘팬클럽이 생겼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언실련은 “지난 2016년 10월2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사과기자회견’ 때 묻는 게 직업인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았다”라며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TV조선이 단독인터뷰에서 ‘형광등 100개를 합한 듯한 아우라’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 대비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9년 9월30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조세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검에 도착하자 중앙일보 기자들이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한 것도 예시로 들었다. 언실련은 “이는 기자가 기자이기를 포기한 ‘기자 사망신고’나 다름없는 한국 언론의 흑역사 중 한 장면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언실련은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에 더욱 국민신뢰가 중요하다”라며 “이런 점에서 뉴스 신뢰도 20%대 초반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인 한국 언론은 큰 위기에 처해있고 언론인의 직업의식 실종과 윤리불감증이 극심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잊은 듯한 길 잃은 언론인들에게 통절한 성찰과 과감한 혁신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9일 해당 기자와 아리랑TV 측에 비판 여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이들은 답을 주지 않았다. 

[관련기사 : 기자는 대통령의 응원단장이 아니다]
[관련기사 :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대통령님 파이팅” 발언 뭇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