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해 “찬성 여론이 더 높다”며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의견을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과거와 의견이 달라졌다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박 의원은 “8·15사면 때문에 논란인데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박 의원 의견부터 말씀해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제 주도권 토론시간”이라고 답변을 요구하자 이 의원은 “박 의원 답은 어떤가, 그게 내 답이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재차 묻자 이 의원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국민여론은 찬성 여론이 높은 것 같다”며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이래라 저래라 의견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국민여론을 판단해 권한있는 사람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사면 찬성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안타까운 게 입장이 계속 바뀌었고 대선 때도 (내가) 비판했던 것 같은데 여전히 그런다”라며 “2017년 대선 때 당내경선하면서 다른 후보들, 특히 문재인 당시 후보를 압박했다. 박근혜·이재용 사면은 안 된다는 특별결의를 하자고 해서 국민들이 ‘원칙이 분명한 분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 원칙이 흔들린 거냐”라고 물었다. 

▲ 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토론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 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토론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이 의원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라며 “그때 당시, 그 후에도 (이 부회장은) 제재를 받았고 국민여론이 그때는 (사면이) 절대로 안 된다는 게 대다수 여론이었고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법의 원칙이 국민 여론에 따라 달라지면 되냐”고 물었고 이 의원은 “법보다 중요한 게 국민 주권자의 뜻”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앞으로 보수적인 여론이 사회를 지배해서 법개정, 제도개정을 못하게 되나, 당대표가 되어도”라고 묻자 이 의원은 “왜곡이다”라며 “(사면)권한이 재량인데 국민 뜻이라는 이유로 법 위반을 하라는 게 아니라 재량에 있어서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내 대선 경선 당시 지난해 7월 이 의원은 “사면은 대통령이 하는 구식 표현으로 은전, 특혜에 해당해서 안 하는 게 맞고 명확하게 반대한다”라며 “사회적으로 권력, 지위, 부를 누린 사람이 그런 이유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여전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장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반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 중대경제범죄자 결코 사면해선 안 된다”는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이 대상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국정농단 정경유착 범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들에게 사면을 한다면 공정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완전히 상실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범죄로 징역 5년형을 받았다가 최종 2년6월형으로 깎였고, 현재 가석방상태다. 경실련은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관련 재판에는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라며 “특사로 형 선고의 효력까지 없어진다면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위반도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과 함께 오는 1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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