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보도에 대한 온라인 기사를 돌연 삭제했다. JTBC 측은 방송이 불가피하게 연기됐고 후속 보도가 이뤄질 거라 설명했지만, 언론으로서 신뢰 받기 위해 삭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JTBC는 지난 5일 “[단독]가습기살균제 수사 검사들, 가해 기업 측 로펌 재취업” 온라인 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 2명이 관련 기업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으로 이직했다고 보도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날 저녁 7시50분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JTBC ‘뉴스룸’에서 전하겠다고 했다.

▲JTBC가 5일 온라인에 출고한 "[단독]가습기살균제 수사 검사들, 가해 기업 측 로펌 재취업" 기사(위)와 현재 기사가 삭제된 모습(아래). 사진=다음 뉴스서비스 화면 갈무리
▲JTBC가 5일 온라인에 출고한 "[단독]가습기살균제 수사 검사들, 가해 기업 측 로펌 재취업" 기사(위)와 현재 기사가 삭제된 모습(아래). 사진=다음 뉴스서비스 화면 갈무리

그러나 이날 예고 기사가 돌연 삭제됐고, 뉴스룸에서도 관련 내용이 방송되지 않았다. JTBC는 온라인과 방송 어느 곳에서도 기사가 삭제되고 방송이 연기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페이스북과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클리앙 등 SNS·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기사 삭제를 비판하는 게시물·댓글이 이어졌다.

JTBC 측은 방송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예고 기사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JTBC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에 “이천 병원 화재 사건이 발생해 러닝타임(방송시간)이 부족해 다른 기사를 빼야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탐사보도를 일주일째 이어가던 상황이었는데, 해당 기사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보단 월요일에 보도하는 게 더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취재기자의 동의를 받아 연기한 것이다. 해당 보도는 오늘 저녁 뉴스룸에서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회적으로도 언론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시 주목해 보도하고 있는 JTBC 노력에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추가 보도 여부와 별개로 JTBC가 이미 공표된 기사를 삭제한 이유를 알렸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JTBC가 온라인 기사를 출고했다는 건)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기사를 공표했다는 것이다. 공표된 기사를 수정·삭제할 때는 이유를 당연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예고 기사가 독자들에게 노출된 이상 뉴스룸에서도 방송 연기 사실을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지난해 1월 제정한 언론윤리헌장은 “기사를 수정했을 경우 수정의 내용과 이유를 독자가 알 수 있게 표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동찬 위원장은 이 조항을 설명하면서 “삭제도 (수정과) 마찬가지다. 기사 삭제는 언론사가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보도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신뢰가 생기는 것”이라며 “전체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기사 삭제)은 하지 않는 게 더 바람직하다. 전체 뉴스 신뢰를 위해서라도 기록을 잘 남겨놓고, 신중하게 예고 기사를 내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