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YTN이 지난달 7일 출시한 새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이슈묍은 ‘일반적’이지 않다. 방송사가 출시한 서비스지만 텍스트 뉴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자사 기사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의 기사도 소개해주고 있다. YTN은 이슈묍을 통해 제목 중심의 뉴스 소비 관행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슈묍은 매일 중요한 이슈 10여 건을 선정하고, 이를 3문단으로 요약·정리해준다. 요약 문단을 클릭하면 참고가 된 기사로 연결된다. 이슈묍은 YTN 기사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 기사도 참고하고 있다. 가장 정리가 잘 된 기사를 선정할 뿐, 어떤 언론사의 기사인지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이슈묍 서비스 안내화면
▲이슈묍 서비스 안내화면

특정 언론사가 만든 서비스에서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연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슈묍 출범을 주도한 노종면 디지털센터장은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해관계보다는 최선의 결과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내·외부 기사)비율은 정하지 않고 있다. YTN 기사를 우선하지도 않는다. 모든 기사를 비교해볼 수는 없지만, 노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좋은 기사를 고르고 있다. 예를 들어 단독보도가 나온 뒤 인용보도가 여러 개 나왔다면, 단독이 아니어도 내용이 보강된 기사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YTN 기사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언론사에서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이에 YTN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법률 검토를 실시했다. 노종면 센터장은 “제목을 재구성하고, 기사를 여러 기사와 버무려 우리의 시각으로 (정리)하는 기준이 굉장히 높다”며 “(다른 언론사) 저작권을 침해할 의도도, 소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종면 센터장은 이슈묍이 발생기사 보다는 분석·기획 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센터장은 “(기사 선정에) 기계적인 기준이 있기는 어렵다”며 “분석·기획 기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기사)을 녹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 센터장은 내부 운영진이 이슈와 기사를 직접 선택하는 것에 대해 “언론 전문 기업이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기사를 골라내는 게 필요하지 않으냐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슈묍은 콘텐츠 제공을 넘어 이용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슈묍은 각 이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찬반 Poll’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 업로드된 ‘찬반 Poll’은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중 면담을 하지 않고 휴가를 즐긴 것이 옳냐는 내용이다. 이용자는 이슈묍이 선정한 3가지 답변 △미·중 갈등 휩쓸려선 안돼…휴가 활용 수위조절한 것 △미 중시 외교정책 표방해놓고…일관성 없는 행보 △수위조절 이해되지만 연극관람 등 미 오해 자극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이달 올라온 Poll 참여자는 100여 명 내외다.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답변을 제한한 것을 두고 ‘자의적 기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노종면 센터장은 “Poll은 뉴스, 특히나 논쟁 사안의 논거를 공유하는 목적이 훨씬 크다. (이용자가) Poll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되는 사안의 대표적 논거를 하나씩 이해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과정을 같이 밟자는 것이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론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슈묍 댓글 ‘묍링크’는 집단지성 창구로 활용된다. 이용자는 댓글을 작성하기 위해 콘텐츠와 관련된 링크를 첨부해야 한다.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가 소개하는 링크를 보면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노종면 센터장은 “(묍링크는)논쟁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 참여해주시길 바라는 것이다. 소수가 뉴스를 선택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 기사가 더 좋아’, ‘이 기사도 봐줘’라는 방향으로 댓글 기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슈묍 운영은 YTN 구성원들이 맡는다. 디지털편집기자(에디터) 출신 5명과 취재기자 1명, 노종면 센터장까지 7명이 이슈묍을 전담하고 있다. 여기에 원격으로 이슈묍에 참여하는 취재기자가 한 명 있는데, 앞으로 원격 지원 인력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슈묍은 매일 저녁 6시 즈음 10여 건의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업로드 숫자를 제한한 것은 이용자들이 한 번에 많은 뉴스를 소비하지 않고 싶어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슈묍 콘텐츠와 연결된 기사 링크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포털로 이어진다. 이용자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슈묍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뉴스, 찬반Poll 콘텐츠 사이사이 광고가 삽입된다. 맞춤형 광고가 아니라 YTN이 직접 선정한 광고다. 노종면 센터장은 운영진이 7명에 달하기 때문에 광고 삽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YTN은 지난 4월 디지털 자회사 YTN 플러스 합병을 결의하면서 뉴스큐레이션팀을 신설했다. 이슈묍은 뉴스큐레이션팀의 첫 결과물이다.

▲ 국민TV와 노종면 기자는 뉴스 유통 애플리케이션 일파만파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민이 선택한 NEWS' 콘텐츠를 제작했다. 사진=국민TV 화면 캡처
▲ 국민TV와 노종면 기자는 뉴스 유통 애플리케이션 일파만파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민이 선택한 NEWS' 콘텐츠를 제작했다. 사진=국민TV 화면 캡처

이슈묍, 제목 중심 뉴스 소비행태 변화시킬 수 있을까

노종면 센터장은 해직 언론인 신분이었던 2016년 뉴스 유통 애플리케이션 ‘일파만파’를 출시했다. 일파만파는 독자들이 직접 공유하고 반응한 기사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시민들에게 편집권을 주고 좋은 기사를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파만파는 2018년 1월 노 센터장이 YTN으로 복귀하자 운영을 중단했다.

노종면 센터장이 또다시 뉴스 애플리케이션 출범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제목 중심의 뉴스 소비행태’가 있다. 이용자에게 뉴스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기사가 제목으로 소비되는 뉴스 소비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슈묍은 그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꿔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기사를 꼼꼼히 볼 시간 없는 분들에게 ‘제목에서 조금만 더 봐주시라’는 것이다. 뉴스를 제목만으로 소비하다가는 의도치 않게 제목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언론사)들의 의도에 말릴 수 있다. 제목과 한두 문장 정도는 더 보여드리고 싶다.”

애플리케이션 이름을 지을 때 ‘뫼비우스’의 약자인 ‘묍’을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뉴스 세상에서 이용자가 다른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종면 센터장은 “이용자에게 포털을 보지 말라고 한다고 안 보겠는가. 많은 사람이 포털에서 기사 제목만 보는데, 너무 민감해서 자칫 오해하면 손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의 오해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용자 확보가 이슈묍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6월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뉴스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접속해 뉴스를 본 이용자는 14%에 그쳤다. 46개국 평균 이용률은 34%다.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를 물은 결과 ‘뉴스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을 꼽은 이용자는 5%였다. 조사 대상국인 46개국 중 가장 낮았다. 이슈묍 이용자는 지난달 29일 기준 2600여 명이다.

노종면 센터장은 “1만 명은 넘어가야 얘깃거리도 되고 그럴 텐데, 한 달 안에 (이용자) 5000명은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초기에 베타테스트를 거치지 않아 버그를 잡는 과정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용자가 좀 더 늘어서 일정 정도가 돼야 입소문이 나는데, 증가 속도가 빨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냉정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