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참사 사태의 시작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박민영 당 대변인의 윤 대통령 비판 글이라고 지목한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이 논란이다. 이준석 대표는 거센 분노의 반응을 내놓았다.

박 대변인의 비판은 ‘전 정권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기자들에게 비아냥조로 대답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보고 윤 대통령 격노해 더욱 사단이 났다는 분석이 칼럼 내용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당시 윤 대통령이 해서는 안될 발언을 했는데도 옆에 있던 강인선 대변인은 제 역할을 안했고, 박 대변인은 제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이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중재하려다 되레 갈등을 부추긴 꼴이 됐다면서도 원칙을 지키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4일자 ‘양상훈 칼럼 尹 대통령, 참을 인(忍) 자 세 번만 쓰길’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선마저 무너진 계기를 두고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된 때문인 것 같다”며 “바닥을 다지는 듯하던 지지율에 한 번 더 충격을 주는 방아쇠가 되고 말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양 주필은 나아가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양 주필은 “필자는 이 사태의 시작은 국민의힘 박민영 청년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라고 짐작한다”고 썼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 때 ‘몇몇 장관 후보자에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답해 큰 논란이 됐다. 양 주필은 “이 말에는 감정도 실려 있었다”면서도 “바로 그 날 박민영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썼다.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2022년 8월4일자 30면 양상훈 칼럼.
▲조선일보 2022년 8월4일자 30면 양상훈 칼럼.

그런데 양 주필은 “정치를 오래 취재했지만 여당 대변인이 자기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봤다”며 “대변인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언론인이 아니다. 당의 방패이자 창이다. 자기 당 대통령의 문제라면 무조건적인 방어 대상이었다. 역대 대변인들도 공개적인 대통령 비판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자기 당 대변인에게 초유의 비판을 당한 윤 대통령 심정이 … 분노가 클 것이라고 짐작돼 주위에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한다”며 “자기편에게 등을 찔린 기분일 테니 누구든지 격노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양 주필은 “바로 여기가 대통령이 위험해지는 지점”이라고 경계했다.

양 주필은 “그러지 않아도 이 대표를 싫어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박 대변인의 비판 뒤에 이 대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면서 이 대표에 대한 당 징계위가 이틀 뒤(7월7일)로 예정된 점을 들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에 당원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린 점을 두고 양 주필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 증거도 없이 당 대표직 박탈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경찰 수사결과는 지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이 대표 징계는 윤 대통령의 분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 후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없어지니 당이 잘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양 주필은 “윤 대통령이 말한 ‘내부 총질’은 대선 때 자신을 계속 비판한 이 대표만이 아니라 박 대변인의 비판까지 포함한 뜻이었을 것”이라며 “많은 국민은 이 과정 전체를 잘 알지 못했겠지만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를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뜸을 들였으면 박 대변인 비판에 담긴 나름의 충정도 읽혔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뜸을 들이며 분을 삭이고 말을 하기 전에 마음 속으로 참을 인(忍)자 세 번만 쓰기를 권한다”고 봤다.

이준석 대표는 전체적으로 윤 대통령에 신중하라고 지적한 칼럼 내용이지만 박민영 대변인 지적에 윤 대통령이 분노가 커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해석에 ‘실제 그랬다면~’이라는 전제로 강하게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 주필의 칼럼을 인용해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라며 “박민영 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 로비에서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 중 장관 후보자 인사실패 지적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비아냥조의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 1층 로비에서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 중 장관 후보자 인사실패 지적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비아냥조의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이 “대표 취임이후 대변인단이 쓰는 어떤 논평에도 이걸 쓰라는 이야기, 저걸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고 깨지지 않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을 두고 이 대표는 “59초 쇼츠공약을 만들기 위해 대선기간중에 불철주야 노력하면서 윤 대통령 당선을 너무나도 원했던 사람”이라며 “대선이라는 전장에서 논리로 치열하게 방송에서 상대와 맞붙었던 선무공신”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한 발언에 “나와서는 안되는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강인선 대변인이 이 발언에 언론인들에게 해명하거나 보충하는 모습보다는 발언 직후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며 “강인선 대변인은 할 일을 하지 않았고, 박민영 대변인은 할 일 이상을 용기와 책임의식을 갖고 했다”고 지적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박민영 페이스북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박민영 페이스북

박민영 대변인은 문제가 된 지난달 5일자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 정부보다는 낫다’가 아닌 ‘윤석열 정부라서 다행’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르겠다 …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썼다. 박 대변인은 “달라져야 한다”며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썼다.

박 대변인은 4일 양 주필의 칼럼과 이준석 대표의 반발 글이 나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재하려던 마음이 도리어 갈등을 부추긴 꼴이 되어버린, 누군가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게 되어버린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면서도 “양쪽 모두에 비판 받는 한이 있어도 제가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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