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전문 매체도 광고와 주주 없는 모델이 가능할까? ‘르포르테르(Reporterre)’라는 인터넷 신문이 그런 사례다. 이 매체는 2007년 ‘르몽드’ 환경전문 기자였던 에르베 캄프(Herve Kempf)에 의해 “생태학적 위기, 사회적 불의 및 자유에 대한 위협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기에는 기사가 불규칙적으로 실려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사이트가 점차 안정되면서 탐사보도나 독점 인터뷰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에르베 캄프가 2013년 9월 르몽드를 완전히 떠나면서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영리 독립 일간지’로 변화했다.

그가 홀로 창립한 이 매체는 2022년 7월 현재 19명의 종사자로 구성된 편집국, 3만여명의 후원자를 거느린 대표적인 환경 전문 저널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월 방문자 수는 130만에 육박한다. 이 매체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에르베 캄프를 만났다. 

▲에르베 캄프. ⓒ진민정 
▲에르베 캄프. ⓒ진민정 

“르포르테르가 성장하는 데에는 환경 재난의 가속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성장 배경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환경 재난은 심화되고 있지만 언론에서 이 주제는 오랫동안 부차적으로 다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이 격변이 금세기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이 주제가 언론 기사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다른 많은 매체와 달리 르포르테르는 몇 가지 과감한 선택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광고나 주주가 없는 비영리 모델이다. 그래야만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정보 제공이 가능하며, 모든 독자에게 정보를 개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현시대와 그 도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권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각 개인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이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 문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하며 접근 가능한 정보를 게시하는 것이 해결책의 일부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독자의 후원에 기대는 모델인 만큼 매년 이 매체는 활동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21년 수익구조는 98%의 독자 후원, 2%의 책 판매 및 저작권료였다. 더불어 보고서에는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상세히 밝히고 있었다. 

르포르테르 편집국은 환경 및 사회 문제에 대한 현장르포와 탐사보도를 생산하는 14인의 전문 기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저널리즘스쿨 출신의 20~30대 젊은 기자들로 기사를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지배적인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고, 지구의 파괴에 맞서는 수많은 용기 있는 투쟁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독특했던 건 편집국장이 매주 바뀌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아침마다 편집회의를 통해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과거에는 1인 편집국장 체제였다면 지금은 경험이 있는 다섯 명의 기자들이 매주 돌아가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울러 이 매체는 신자유주의 옹호 논조를 유지하는 주류미디어들과 달리 경제 중심의 세계관에 대항해 투쟁하고 있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 다른 삶의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에 대해 묻자 에르베 캄프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가 파괴를 멈추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자연 파괴를 멈추고…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최종 목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