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가 역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연 2.25~2.5%로 상단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연 2.25%)를 넘는다.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생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더 높은 쪽으로 자본을 옮기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세계 1위 대국이자 기축통화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을 ‘빠져나갈’ 유인이 강해지는 것이다. 자본 유출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원화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가 더 뛸 수 있다. 각 언론들이 일제히 ‘경고등’을 키는 이유다.

29일 아침신문은 일제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구체적 대안은 언론별로 나뉘었다. 

▲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각자의 노력’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올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7조원을 회수해갔고, 6월 이후엔 채권도 순매도하는 등 셀 코리아(Sell Korea)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국내외 복합 위기 상황을 일거에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각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공조로 충격 최소화 정책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여 고금리·고물가 충격을 흡수하고, 가계는 빚과 씀씀이를 줄이는 살림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9일 사설 ‘한미 금리 역전… 고통 따라도 우선 물가·환율부터 잡아야’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처럼 소비자 인식을 바꿀 정도의 과감한 금리 인상이 한국도 필요한 상황이다“며 ”게다가 금리 역전 상태가 길어지면 자본 유출 리스크는 커진다. 고환율 때문에 수입물가,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서 기업 실적과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어 한은의 금리 인상은 더욱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적극적 재정 운용’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의 긴축 정책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 경기 침체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적으로 고환율 시기에는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지금과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선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려면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적극적 재정 운용으로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할 때 내수도 살리고, 위기에 몰린 서민의 삶도 구할 수 있음을 기억할 때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구조 개혁’을 키워드로 삼았다. 국민일보는 사설 ”한·미 금리 역전, 호들갑 떨지 말고 체질 개선 노력해야“에서 ”금리 인상 위기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틈타 연명해온 좀비기업까지 안고 갈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강화 등을 통해 타격이 큰 취약계층을 보듬는 정책으로 누수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침신문 1면 장식한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

미국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서도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최소 1% 이상의 플러스 성장을 전망했어서 충격이 더 컸다. 미국의 성장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중국의 성장 또한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더 커진 시점이다. 

이에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의 아침신문은 모두 1면에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 소식을 전했다.

▲ 29일자 동아일보 1면
▲ 29일자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美,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경기침체 진입”‘에서 “미 상무부는 28일(현지 시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기술적 경기 침체 상태에 진입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며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경제가 하반기에도 침체 흐름을 이어간다면 한국의 수출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글로벌 경제를 더욱 침체에 빠뜨리고 한국의 수출 감소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역시 1면 ‘美 경기침체 현실화… 한국 경제도 빨간불’ 기사에서 ”미국 경제가 1분기(-1.6%)에 이어 2분기(-0.9%)까지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세계 경제가 결국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쳐 충격을 준 데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며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G2(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크게 꺾이고 위축된 것은 한국 경제에 적신호다. 국제 유가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지연 등으로 무역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안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시장은 곧바로 이어진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에 더 주목했다”며 파월 의장의 “통화 정책 스탠스가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나중에는) 우리가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언급이 나오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폭을 늘렸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4.06% 폭등 마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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