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 및 코인 광풍에 휩쓸려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다가 최근 잇따른 하락장으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2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채무조정 신청자는 7594명으로 투자 광풍이 불기 이전인 2019년(5917명)보다 28.3% 늘었다. 급등하는 청년 부채에 정부는 21일 청년층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년층 ‘투자 실패’의 핵심에 인터넷방송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방송이 투자를 ‘게임’처럼 묘사하고,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보면 방송을 보고 투자를 시작했다가 큰 돈을 잃었다는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투자를 많이 할수록 방송인들이 돈을 버는 구조인 ‘레퍼럴 마케팅’도 문제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방송이 투기세력과 ‘결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투자를 ‘게임’처럼 … 10만 명이 지켜봐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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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으로 꼽히는 문제는 인터넷방송이 투자를 너무 ‘가볍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방송을 두고 “코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돈복사’가 되는 줄 알고 시작한다”고 전했다. 10대 학생의 피해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해 SBS가 보도한 ‘코인 단타 생방송’에는 10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한 회 거래에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까지 매매됐다. 당시 방송의 채팅창에는 ‘덕분에 1500만 원 벌었다’, ‘1000만 원치 샀다’ 등 시청자들이 함께 매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액이 왔다 갔다 하는 흐름에 10만 명의 사람들이 열광했다. 하나의 큰 ‘도박장’을 이루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방송을 보며 코인을 투자해 손실을 본 A씨는 “방송인들이 거래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이라며 “특히, 선물·마진은 게임같은 느낌이 있어 접근하기 쉽고, 보다 보면 큰 액수에 무감각해진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한창 호황기일 때는 돈 버는 것이 쉽게 느껴져 자극이 더 컸다”며 “방송인들은 자극적인 것만을 찾기 때문에 전문적인 투자 방식 대신, 큰 액수로 빨리 결과가 나오는 선물 투자만 사용하는 악순환”이라고 전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코인 투자는 ‘게임’이라 순화하지 않고 ‘도박’이라 얘기한다”며 “방송에서 돈을 버는 것을 보면, 학생 및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따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워낙 크고 내재가치가 없어 애초에 전문 기법이 어려운 구조다. 애초에 도박의 성질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인터넷방송의 선정성과 호응한 것”라고 설명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인은 현재 누가 (코인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 사서 올라갔을 때 누가 적절하게 파느냐 그런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투기성이 큰 가상자산을 투자하라고 방송이 부추긴다면 그것 자체가 굉장히 큰 문제다. 경제시장이 지금처럼 불확실하고, 폰지사기 등 범법 행위가 빈번한 지금은 특히 피해자들이 더 크게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 투자할수록 방송인 돈 버는 ‘레퍼럴 구조’

인터넷방송이 코인 투자를 부추기는 이유로 ‘레퍼럴 구조’가 꼽힌다. 레퍼럴 구조는 제3자가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해 투자를 시작할 경우 코드 소유주에게 가상화폐나 수수료가 지급되는 방식을 말한다. 일종의 ‘추천인’ 제도다. 시청자가 많이 투자할수록, 방송인이 돈을 번다. 이러한 레퍼럴 방송을 보고 부모 돈을 몰래 투자했다가 울면서 방송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A씨는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이유가 방송인 레퍼럴로 가입하면, 내가 트레이딩할 때마다 수수료가 방송인에게 지급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레퍼럴로만 몇십 억씩 땡기는 방송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뒷광고처럼 거래소가 방송인에게 투자할 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는 잃어도 된다면서 방송인은 그 돈을 가지고 선물하는 것”라며 “방송인들과 거래소는 사람을 계속 유입시켜 신규 투자자를 만들 유인이 있다”고 전했다.

레퍼럴 방송의 주요 대상인 선물·마진거래는 100배가 넘는 '레버리지(담보금에 따라 대출을 발생시켜 투자액을 키우는 것)'를 투입할 수 있어 손실이 일반 투자보다 크게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방송과 조작·투기 세력 결탁 가능성

전문가들은 인터넷방송이 코인 조작 및 투기세력과 결탁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지난해 발생했던 아프리카TV의 ‘코인게이트’ 사건이 하나의 사례로 거론된다.

▲ 코인방송. 사진=아프리카TV 갈무리
▲ 코인방송. 사진=아프리카TV 갈무리

인기 인터넷 방송인들이 연루된 ‘코인게이트’는 구독자 수백만명이 넘는 유명 방송인들이 비상장 암호화폐에 수억원 규모의 투자를 미리 진행하고, 개인 방송을 통해 '홍보'한 사건이다. 다수 방송인들이 코인 투자를 밝히지 않고 해당 코인을 넌지시 언급하거나, 코인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홍보했다. 뒤늦게 방송인들의 투자 사실을 안 시청자들은 ‘주가 조작’에 준한다며 반발했다.

당시 방송을 들여다보면, 방송인이 “한 비트코인이 있는데, 이런 비트코인으로 음식점에서 결제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비트코인 지갑 같은 것이 나올텐데 그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할 것이다”며 해당 코인을 직접 언급한다. 또한 해당 코인의 어플 설치 및 이용 방법을 설명하며 “가입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코인은 실제로 상장되지는 않았다. 초기 단계에 폭로돼 큰 피해를 막았다. 하지만 만약 상장됐다면 코인을 선취매한 방송인들은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고, 시청자들은 해당 사실을 모른 채 폭락장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당시 대다수의 잡코인이 상장 후 무력하게 폐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코인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언론은 주식시장이었다면 ‘시세조종 행위’로 위법 사항에 해당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에는 관련 법규가 부재해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인터넷방송이 이러한 구조를 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인게이트’ 사건 또한 해당 코인 대표가 방송인들에게 후원을 많이 하는 ‘큰손’이었다. 다수 인원과 실시간 호흡하는 방송 구조가 투기세력과의 결탁 유혹을 높이고 있었다.

홍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코인방송들이 조작세력이거나 투기세력의 미끼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뿐 아니라 코인을 상장하려는 세력을 포함해 쉽게 인터넷 방송인들과 결탁할 수 있다”며 “인터넷방송은 잘나가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평균 소득이 높지 않다. 생각보다 소득이 높지 않은 방송인들은 본인의 영향력을 가지고 한탕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전했다.

이어 “코인게이트는 미수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이들이 코인 시세를 조작하거나 다단계 등 새로운 투자자 모집의 메카니즘으로 인터넷 방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며 “언제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법 규제 어려워 … 투자 교육과 플랫폼 자체 규율 활성화돼야

하지만 이러한 ‘결탁’ 가능성을 관련 법규로 방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성’ 측면에서도 사후 구체적 피해 액수가 드러나야해, 돈을 이미 잃은 피해자들에겐 실효성이 없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의 ‘자체 규율’과 제대로 된 투자 인식 개선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냈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물론 방심위에서 사이트 차단 등의 대응을 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명확한 피해가 엄청 발생했을 때의 문제다. 사행성 문제도 사후에 구체적 피해 사실 드러나야해 실효성이 없다. 결국 문제를 방지하려면 플랫폼 기업의 자체 규율이 중요하다”며 “구글, 유튜브처럼 자체 가이드라인에 의존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그러한 책임을 다른 곳에다 넘기는 경향이 있다. 행정 규제, 처벌 일변도 대신 인센티브 위주의 자체 규율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투기 열기를 식히려면 결국 도박 문제 해결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박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처럼 코인 투자도 투자자 개개인에 대한 인식, 합리적인 투자 교육, 적절한 수준의 설득 등 사회가 도박을 다뤘던 것처럼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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