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전 특별위원회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 서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청년층 채무 조정 내용이다. 특정 연령층의 ‘투자실패’를 정부가 구제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설을 내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채무 조정 프로그램은 하위 20% 이하인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최대 3년의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최장 10년간 원리금을 균등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 대출 이자는 30~50% 감면해준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신속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청년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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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일부 언론은 정부가 18일부터 모집한 ‘청년내일저축계좌’도 비판했다. 대상 청년의 소득이 중간에 오르면 가입이 중도 해지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내일저축계좌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청년 빚 탕감, 공정하지 않다”

언론은 특례 프로그램이 ‘불공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언론이 앞장섰다. 투자는 개인 책임이어야 하는데, 정부가 특정 계층을 구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감면 정책의 ‘절차’를 문제 삼는 언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발표 당일 데스크칼럼 ‘청년 빚 탕감, 공정하지 않다’에서 “가상 자산 투자자까지 구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역풍이 거세다”며 “이번 조치는 투자는 개인 책임이라는 상식을 무너뜨린다. 일부 투자자의 실패를 금융권에 부담시키는 건 공정하지도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가 4만8000명쯤 된다는 청년층 지원 대상자 빚 탕감액보다 훨씬 값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절차적 문제를 짚었다. 22일 사설 ‘청년 채무 이자 감면 논란, ‘빚투’ 배제 원칙 분명히 하라‘에서 “제대로 된 당국이라면 부채 폭탄이 터지기 전 취약가구의 실태부터 점검했어야 한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빚을 갚도록 유도하고 부실채권은 절차에 따라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당국은 일반적인 단계를 건너뛴 채 청년층에는 이자 감면, 자영업자에게는 원금 탕감이라는 선심성 정책부터 내놓았다. 정부가 자초한 논란 때문에 선제적인 부채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신문도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20일 데스크칼럼 ’진짜 공정은 무엇인가‘에서 묵묵히 룰 지킨 시민을 보듬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15일 사설에서는 “저신용 청년의 빚을 30~50% 깎아주는 ‘청년특례 신속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무리한 코인·주식 투자가 많았던 청년층에 ‘젊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면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구심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 ‘젠더 갈등 번진 빚 구제 대책’ 한겨레 ‘빚 감면 오해와 진실’

▲ 21일 조선일보 기사
▲ 21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21일 아침신문 8면에서 빚 구제 대책이 불러온 ‘젠더 갈등’을 전했다. 코인, 주식 투자자들이 대체로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금융위원회 자료를 인용하며 “작년 하반기 기준 실명 확인을 마친 가상 화폐 투자자(558만 명)의 40%인 218만 명이 20·30대 남성이다. 같은 세대 여성은 90만명으로 절반도 안 된다. 코인 투자는 거래세 및 배당에 대해 세금 등을 내는 주식과 달리 아무 세금도 내지 않는데, 굳이 구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며 “주식 투자자의 경우도 남성이 62%로 여성보다 많다. 특히 2030세대 남성은 공격적인 투자 행태를 보여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많다. 투자 실패 가능성이 여성보다 높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빚 감면’ 정책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를 짚었다. 청년층만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겨레는 21일 아침신문 17면에서 “정부가 언급한 대책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채무조정제도다. 이 제도는 빚을 갚기 힘든 1개월 미만, 1∼3개월, 3개월 이상 장단기 연체자가 대상이다”며 “개인채무조정제도는 지금도 청년뿐 아니라 모든 계층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개인채무조정제도는 자금 용도를 세세하게 따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빚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주식 및 가상자산 투자를 했는지, 생활비에 썼는지 등을 일일이 구분하기보다는 전체 채무액을 덩어리로 놓고 금융기관과 채무조정을 협의한다. 청년층이 아니어도, 빚내서 투자로 손실을 봤어도, 채무를 갚기 힘든 상황에 부닥칠 경우 이자 감면 및 원금상환 유예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며 다른 연령층도 투자 손실 구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상한선 월 200만 원?

이밖에 ‘청년내일저축계좌’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저소득 청년을 대상으로 18일부터 모집한 보건복지부 자산형성지원사업이다. 저축액의 최대 3배만큼 추가 적립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 원을 추가 적립하는 방식으로 3년간 지원한다. 3년 만기시 본인 납입액 360만 원에 정부 지원금 360만원을 더해 총 720만 원과 예금이자까지 수령하게 된다.

▲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하고 있는 청년들 ⓒ연합뉴스
▲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하고 있는 청년들 ⓒ연합뉴스

하지만 가입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 상한선이 월 200만 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혜택을 유지하려면 3년간 월 3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유지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20일 기사에서 “정부가 저축액에 10만 원을 얹어주는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 열기가 뜨겁지만, 엄격한 가입 요건 때문에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지원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당시의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에 가입 폭이 넓지 않아 청년을 위한 정부정책이 맞는지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택을 유지하려면 3년간 월 30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유지해야 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의 목돈 마련과 안정적인 사회출발을 지원하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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