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수사·정보기관이 시민들의 통신자료를 수집하면서 ‘사후 통지’ 의무가 없는 현행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언론인 통신자료 수집도 문제가 된 상황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환영’ 입장을 내며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헌재는 21일 오후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관한 헌법소원 청구에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를 결정했다.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는 합헌이지만 당사자에게 통보를 하지 않는 건 헌법불합치라는 내용이다. ‘헌법불합치’는 조항이 위헌성이 있지만 즉각 무효가 되면 혼선이 예상돼 입법부가 대체할 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간을 주는 결정이다.

헌재는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며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다만 헌재는 “헌법상 영장주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적용되므로,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은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자료는 이름, ID,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 핸드폰 번호 등의 이용자 정보를 말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정보기관 등이 통신자료의 열람 및 제출을 요구하면 사업자는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통신자료 제공을 일절 하지 않는 반면 통신3사(KT·LG·SK)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협조해 통신자료를 제공한 문제가 반복돼왔다.  

앞서 2016년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9개 시민단체가 헌법재판소에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무분별한 통신자료 제공이 논란이 된 당시 기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수집 현황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와 별개로 최근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기자 대상 통신자료 수집이 문제가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1일 ‘환영’ 논평을 냈다. 언론노조는 “수사·정보기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며 “언론노조의 경우에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보름 동안) 통신자료 조회 결과를 긴급히 조사한 결과, 조합원 97명의 통신자료 197건이 제공된 것으로 나타난바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인의 경우 통신자료 제공을 통해 취재원, 공익신고자 등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어 논란이 됐다. 

언론노조는 “수사기관은 저인망식 구태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개선해야 하며, 입법기관은 시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도록 법률 개정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통신자료 제공 사실의 통보 외 제공 사유까지 정보주체가 알 수 있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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